1. 아래의 글은 <<TPM: The Philosophers' Magazine>>에서 기획한 <21세기의 관념들(Ideas of the century)> 가운데 13번째 관념 "정보철학(The philosophy of information)"에 대한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의 기고문을 번역한 것이다.
2. 정보철학, 기술, 윤리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현재 영국의 허트포드셔 대학교(University of Hertfordshire)의 정보철학 교수이자 유네스코 컴퓨터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내는 '매우 짧은 입문서(A Very Short Introduction)' 총서의 하나로서 <<정보(Information)>>(2010)라는 책을 출판했다.
21세기의 관념들: 정보철학 (13/50)
루치아노 플로리디
우리의 재미없고 전문적인 개념들 사이에서 정보는 현재 폭넓게 사용되지만 거의 이해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개념들 가운데 하나이다. 철학은 그것에 주목할 필요성이 대단하다. 이 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분야인 정보철학(philosophy of information)을 소개하는 빠르고 상스러운 방식이다. 이제 나는 더 긴 이야기를 간단히 묘사하고자 한다.
새로운 철학적 관념들의 전개는 경제적 혁신과 유사한 듯 보인다. 슘페터(Schumpeter)가 경제적 혁신을 해석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라는 관념을 개작했을 때, 그는 지적인 전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끊임없이 자체를 다시 제작함으로써 번성한다. 오늘날 그것의 혁신적인 견인력은 정보통신 현상들의 복잡한 세계, 그것들에 해당하는 과학과 기술들, 그리고 새로운 환경, 사회적 생활 및 그것들이 초래하고 있는 실존적인 쟁점들과 문화적인 쟁점들에 의해 표현된다.
이것 때문에 정보철학이 혁신적인 패러다임으로 나타나며, 매우 풍성한 게념적 탐구 영역을 개방한다. 정보철학은 (a) 정보의 동학, 효용, 그리고 과학들을 비롯한 정보의 개념적 본질과 기본 원리들에 대한 비판적 탐구와 (b)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정보이론적 방법론과 계산적 방법론의 개선과 적용에 관계하는 철학적 분야이다. 달리 말해서, 정보철학은 고전적인 "본질" 문제, 즉 "정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시적이고 명료하며 정확한 해석을 전유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분야의 가장 명료한 특징이다. 무엇이든 어떤 다른 분야의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한 연구분야를 구획짓는 데 사용될 뿐이지 그것의 특정한 문제들의 지도를 상세히 그리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정보철학은 여태까지 철학에서 고안된 가장 강력한 어휘들 가운데 하나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설명을 제공하는 데 입수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할 때마다 정보적 개념들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어떤 쟁점도 정보적으로 재서술될 수 있다. 그런 의미론적 힘이 하나의 방법론으로 이해될 때(앞의 정의 가운데 두 번째 부분을 보라)의 정보철학의 큰 이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유력한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단점일 수도 있는데, 은유적으로 범정보적인 접근방식은 위험한 모호성을 낳기 때문이다. 즉, 어떤 x도 (다소간 은유적으로) 정보적 견지에서 서술될 수 있기 때문에, x가 무엇이든 그것의 본질이 진정으로 정보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호성 때문에 정보철학은 나름의 주제를 갖는 철학의 한 분야로서 자체의 특정한 정체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보철학은 철학과 동의어가 될 위험을 겪는다.
이런 정체성 상실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정의의 첫 번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나의 철학적 분과학문으로서의 정보철학은 방법론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표명되는지라기보다 문제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또는 환원될 수 있는지)에 의해 규정된다. 많은 철학적 쟁점들이 정보적 분석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는 듯 보이지만, 정보철학에서 방법론은 그저 은유적인 상부구조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토대를 제공한다.
정보철학은 이미 존재하는 주제들을 결합함으로써, 그래서 철학적 시나리오를 재배열함으로써가 아니라, 새로운 철학적 탐구 분야들―인정받을려고 노력했지만 전통적인 철학 교과과정에서 아직 여지를 발견하지 못한―을 포괄함으로써, 그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전통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공함으로써 철학적 연구의 전선을 확대하려고 한다. 십칠 세기에 이루어진 과학혁명 때문에 철학자들은 인식가능한 객체의 본질에서 그것과 인식하는 주체 사이의 인식적 관계로, 그러므로 형이상학에서 인식론으로 주의를 돌린다. 뒤를 이은 정보사회의 성장과 오늘날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환경으로서의 정보권(infosphere)의 출현 때문에 현대철학은, 처음에는 조직화된 지식에 대한 기억과 언어들, 즉 정보권이 관리되는 도구들에 의해 표상되는 영역에 관한 비판적 성찰에 특권을 부여하게 되었고―그러므로 인식론에서 언어와 논리에 관한 철학으로 이동하였다―그 다음에는 조직화된 지식의 바로 그 얼개와 본질의 특질, 즉 정보 자체에 관한 비판적 성찰에 특권을 부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보는 존재, 지식, 생명, 지능, 의미, 또는 선과 악―모두 정보가 상호의존성을 갖는 핵심 개념들―만큼이나 근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고, 그래서 마찬가지로 자율적으로 탐구할 가치를 갖게 되었다. 또한 정보는 규정되지 않을 때, 그것의 견지에서 여타 개념들이 표현되고 상호연결될 수 있는, 더 결핍된 개념이다. 이것 때문에 정보철학이 우리의 지적 환경의 합목적적 구성을 설명하고 지도하며, 현대사회의 개념적 토대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정보철학의 미래는 그것이 얼마나 잘 고전적인 철학적 쟁점들에 관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나는 낙관적이다. 우주의 알파벳을 파악하고 조작하려는 베이컨-갈릴레오적 기획은,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우리가 실재 및 그것 속의 우리 자신들을 개념화하는 방식에 매우 심대하게 영향을 미친 컴퓨터 혁명과 그것이 초래한 정보적 전환(informational turn)에서 그 기획의 성취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정보적 서사들은, 마술적 담화, 즉 로고스나 신비적 방식의 표현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우리 자신들을 서술하고, 변경하며, 이행할 수 있는 제작 도구로서 존재자적 힘을 소유한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보철학은 자연적 및 인공적인, 물리적 및 인류학적인 실재의 구성, 개념화, 의미화(의미 부여),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덕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적 활동들에 관한 연구로서 제시될 수 있다. 정보철학 덕분에 인류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책임감있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정보철학은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롭고 유익한 철학적 연구 분야들 가운데 하나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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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플로리디, <<정보철학(The Philosophy of Information)>>(2011).
번역: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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