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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3일 수요일

Roberto Unger의 사회이론과 법이론

http://gojivse.tistory.com/137

2006년 6월 석사학위 논문
Roberto Unger의 사회이론과 법이론- 대안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심우민     연세대 대학원 법학 전공


차       례

[국문요약] vii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의 목적 1
  1. 문제의식 1
  2. 주요논점 4
    (1) 맑스주의의 전통과 법학 4
    (2) 사회이론과 법이론 8
    (3) 국가?사회 관계론 10
제2절 연구의 범위 및 논문의 구성 15
  1. 연구의 범위 15
  2. 논문의 구성 18

제2장 반필연적 사회이론
제1절 서설 21
제2절 웅거의 인간 해방적 관점 24
  1. 극단적 회의주의 24
  2. 새로운 법적 시스템과 사회이론의 가능성 24
  3. 인간성의 문제 26
  4.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기초적 관점 28
제3절 이론적 기초 : 인공물로서의 사회 29
  1. 미완의 인공물로서의 사회 기획 29
  2. 오늘날의 사회이론적 경향 31
    (1) 심층구조 사회이론 31
    (2) 실증주의적 사회과학 32
  3. 새로운 사회이론을 향하여 33
제4절 반필연적 사회이론의 구성 35
  1. 변형적 맥락과 부정 능력 35
    (1) 변형적 맥락 35
    (2) 부정 능력 37
  2.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 비판 38
    (1) 구조 숭배주의 비판 38
    (2) 제도 숭배주의 비판 39
      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화적 역사 40
      나. 사적 권리에 대한 신화적 역사 42
      다. 소규모 상품생산에 대한 편견 43
제5절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현재성 46
  1.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대안의 필요성 46
    (1) 프로그램적 대안 46
    (2) 신자유주의 46
    (3) 사회민주주의 48
    (4) 대안의 필요성 50
  2.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 : 경제시스템 재구축 52
    (1) 재산권의 재편성 53
    (2) 분해된 재산권 54
제6절 소결 57
  1. 급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전통의 통합 57
  2. 프로그램적 대안론의 역동성 59

제3장 반필연적 사회이론과 법분석
제1절 서설 63
제2절 합리화 법분석 66
  1. 법적 추론의 비영속성 66
  2. 장애물로서의 합리화 법분석과 그 극복 67
    (1) 합리화 법분석의 성격 67
    (2) 합리화 법분석을 통한 해방과 그 한계 69
      가. 보수적 개혁주의 70
      나. 비관적 진보 개혁주의 71
    (3) 합리화 법분석의 극복 72
제3절 제도적 상상력의 전제 75
  1. 주류적 법이론 비판 75
    (1) 비결정성의 극단화 75
    (2) 순수 법이론적 기획 76
    (3) 기능주의적 법분석 77
    (4) 역사적?문화주의적 법분석 78
  2. 제도적 상상력의 전제 : 케노시스 79
제4절 실현 가능한 제도적 대안의 상상 81
  1. 방법론 : 맵핑과 비판 81
  2. 대안적 미래상 82
    (1)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84
    (2) 진보적 다두제 86
    (3) 동원적 민주주의 90
제5절 제도적 상상력 93
  1. 합리주의와 역사주의 93
    (1) 합리주의의 축소 경향 94
    (2) 역사주의의 확대 경향 95
  2. 합리주의와 역사주의의 절충 비판 96
    (1) 철학적 영역 97
    (2) 법이론적 영역 97
  3. 제도적 상상력으로서의 법분석 98
제6절 소결 101
  1. 반필연적 사회이론의 구체화 101
  2. 사회변화와 법 102
  3. 프로그렘적 대안으로서의 국가?사회 관계론 103

제4장 프로그램적 대안론으로서의 웅거의 권리론
제1절 서설 105
제2절 예비적 고찰 108
  1. 권리 담론의 역사적 전개 개관 108
    (1) 권리담론의 부흥 108
    (2) 권리담론의 쇠퇴 109
    (3) 권리담론의 재부흥 109
  2. 자유주의와 권리담론 111
    (1) 자유주의 111
    (2) 권리담론의 목적론적 조류 112
    (3) 권리담론의 의무론적 조류 113
    (4) 논쟁의 문제점 114
  3. 권리비판론 116
    (1) 비판법학과 권리비판 116
    (2) 비판법학에 존재하는 권리비판의 두 가지 경향 117
      가. 비결정성 논거에 기반 한 권리비판론 117
      나. 인식 논거에 기반 한 권리비판론 119
      다. 새로운 방향 설정 120
제3절 웅거의 권리론 122
  1. 프로그램적 대안의 도출과정 122
    (1) 권리개념 재설정과 제기되는 비판들 122
      가. 권리 시스템 122
      나. 권리 개념의 재설정에 제기되는 비판들 123
    (2) 확립된 법적 권리 시스템의 문제점 125
      가. 통합된 재산권과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 125
      나. 경제적 탈집중화원리에 대한 통합된 재산권의 영향력 127
      다. 통합된 재산권의 실체 없는 영향력 확장 128
  2. 프로그램적 대안 : 권리 시스템의 재구성 130
    (1) 생성원리 130
      가. 개인적 안전보장의 원리 130
      나. 부수적 원리 131
    (2) 네 가지 새로운 권리개념 132
      가. 시장권(market rights) 132
      나. 면제권(immunity rights) 133
      다. 불안정화권(destabilization rights) 133
      라. 연대권(solidarity rights) 134
제4절 소결 136
  1. 프로그램적 대안으로서의 권리론 136
  2. 웅거의 권리론이 가지는 현재적 의의 137

제5장 결론 : 대안이론으로서의 법학
  Ⅰ. 대안이론으로서의 가능성 139
  Ⅱ. 새로운 법학방법론(입법학)의 가능성 140
  Ⅲ. 한국 사회의 법이론적 경향에의 시사점 142
  Ⅳ.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144

참  고  문  헌 147
[ABSTRACT] 160

<표 차례>
<표 1> 웅거의 전?후기 저술 정리 18
<표 2>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비교 49
<표 3> 포드주의와 포스트 포드주의 89
<표 4> 입법학의 연구방법론 142

<그림 차례>
<그림 1>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13
<그림 2> 규범적 대안의 논의 구조 61
<그림 3> 프로그램적 대안의 논의 구조 62
<그림 4>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85
<그림 5> 진보적 다두제의 국가?사회 관계론 87
<그림 6> 동원적 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91


[국 문 요 약]

Roberto Unger의 사회이론과 법이론
- 대안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

본 논문은 비판법학자로 널리 알려진 로베르토 웅거(Roberto Unger)의 저술들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론으로서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폐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대항하는 역할을 수행해 온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제3의 길 포함)은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대폭 수용함으로써 과거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하던 이상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이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안이론으로서의 사회이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그 간 법이론이라는 것은 사회 변화보다는 사회적 안정에 기여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대부분의 법이론가들은 ‘행동하는 법’ 보다는 ‘현실을 합리화 하는 법’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은 사회적 구조의 형성 및 변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는 위에서 제시한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법분석 방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론로서 웅거는 ‘반필연적 사회이론(anti-necessitarian social theory)’을 제시한다. 그는 그의 사회이론에서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의 프로그램을 극복할 수 있는, ‘제2의 길(second way)’이라 명명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를 향한 프로그램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이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론)은 다른 사회이론들과 비교해 봤을 때, 그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핵심적 모티브는 ‘허구적 필연성(false necessity)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제2장) 또한 이러한 사회이론은 법이론의 영역에서 더욱 구체화 된다. 그는 허구적 필연성을 산출해 내는 오늘날의 법분석 방법론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법분석 방법론을 ‘합리화 법분석’이라고 명명 했다. 또한 웅거는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법분석 방법론을 제안한다.(제3장) 이상의 이론들에 근거하여 웅거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적 대안들이 가지는 역동성과 그 구체적인 모습은 현대 사회에 있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권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더욱 명확해지게 될 것이다.(제4장)
결론적으로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은 대안이론으로서 매우 밝은 전망을 제시해 준다. 그가 제시한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법분석 방법론은 최근 후기 자유주의적 경향 하에서 부각되고 있는 ‘입법학’이라는 새로운 법학방법론과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웅거의 이론은 서구 이론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지닌 우리나라의 법이론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러나 웅거의 이론들은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하여 해결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그가 제시하는 권리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방법론을 더욱 구체화 시켜야 한다. 넷째, 이미 프로그램적 대안론을 제시하고 있는 다른 사회이론들과의 이론적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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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어] 로베르토 웅거, 비판법학, 사회이론, 법이론, 반필연적 사회이론, 허구적 필연성, 합리화 법분석, 제도적 상상력, 맵핑, 비판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의 목적

1. 문제의식

노동법 반대 운동으로 인해 프랑스 사회가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최초고용 후 2년간 고용주의 해고 권한을 대폭강화 한 최초고용계약제(CPE)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엄청난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대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반(反) CPE 운동은 고등학생들에게로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노동운동과 결합하면서 거대한 전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진행된 시위에는 100만 명 이상의 고등학생?대학생?노동자?시민이 참여해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1)

이러한 위기적 상황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념적 기반인 자유주의2) 및 법의 지배(법치주의)3)라는 이상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4)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그간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및 사회민주주의 정책적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단지 프랑스 및 서구 사회들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며, 다양한 형태의 근대성을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팽팽했던 이데올로기적 긴장관계가 사회주의적 기획의 실패로 종지부를 찍으면서, 이제 세계는 자본주의 및 자유주의 발전, 즉 신자유주의라는 단일한 목적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유주의적 대안을 뛰어넘으려는 그 어떠한 대안 마련을 위한 시도도 이제는 무의미하게 여겨진다.5)
사실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의 한계에 대해, 맑스(Karl Marx)이래로 아주 다양한 사회이론적 해결의 시도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그 어떠한 시도도 적절한 대안을 설정 해 주지 못해 왔으며, 이는 근대 이후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곤경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법이론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이론과 법이론이 가지는 관계에 대해서 인식한다면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다.6)
그렇다면 이러한 자유주의적 한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 지점에서 자유주의 사회 및 그 법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던 미국의 비판법학(Critical Legal Studies)에 주목한다.7) 이들은 주로 자유주의 사회가 가지는 근본모순(fundamental contradiction)8)을 직시하였으며, 법의 결정성(determinacy) 및 중립성을 비판9)하였다.10) 이러한 비판법학의 주장 내용은 ‘법은 정치다’, ‘모든 것은 정치다’라는 구호로 요약될 수 있다.11) 이러한 대부분의 비판법학 이론들은 자유주의 사회의 한계에 대하여 적절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러한 자유주의 사회의 모순적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그 취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와 달리, 본 논문의 주요 탐구 대상인 비판법학자 로베르토 웅거(Roberto Mangabeira Unger)는 이러한 자유주의적 한계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적 대안’과 이를 위한 ‘방법론’을 그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을 통하여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비판법학자들과는 다소간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사회이론은 가장 방대하고도 완결된 저서인 『Politics: A Work in Constructive Social Theory』12)(이하, Politics)에서 나타난다. 또한 그러한 사회이론적 대안이 법학의 영역에서 구체화 된 것이 바로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13)이다.
이러한 사회이론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대안을 구성해 낼 수 있는가? 그의 사회이론을 통해 발전된 법이론은 기존의 이론들과 어떠한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는가? 즉, 본 논문은 자유주의의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론으로서의 사회이론 및 법이론의 역할을 웅거의 이론들이 수행해 낼 수 있는가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또한 그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법이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를 통하여, 그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설명적 측면과 프로그램적 측면이 어떠한 연관성하에 작동하는지, 또한 웅거의 사회적 대안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를 가지게 되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2. 주요논점

이 부분에서는 이하에서 전개될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에 관한 논의에 있어, 주목해야할 주요한 논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논점들이 이하에서 소개될 웅거의 저술들에 직접적으로 기술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그의 이론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는 논점들이다. 

(1) 맑스주의의 전통과 법학

맑스(Karl Marx)는 자유주의 사회의 문제 및 한계에 대해서 역사상 가장 주목받을 만한 비판 작업들을 수행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사회 이론과 사회 대안을 이야기할 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현실 사회주의의 거대한 실험이 과거 소비에트를 비롯한 동구 공산권의 몰락과 함께 실패하면서 서서히 그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이론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과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적인 폐해가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맑스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맑스주의와 법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이론적 견해들이 존재한다. 맑스의 방대한 저작 중 어떠한 것도 법을 개별적이고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없었다. 『정치경제학비판 서문』에서 맑스는 사회적인 관계들과 관련하여 ‘토대와 상부구조’14)라는 유명한 도식들을 도출해 냈다. 토대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경제적인 토대는 사회적 교류의 모든 형태들에 대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종교, 철학 그리고 법은 모두가 단지 그것 위에 얹혀 있는 상부구조의 일부분일 뿐이었다.15) 그러나 이 도식에서는 어떻게 하여 법의 내용과 형식이 생산관계, 또는 물질적 기초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지 그 과정이나 메커니즘이 불명확하게 남아 있다.16) 이러한 점은 법의 기능론에 의하여 보충되고 있다.17)
맑스의 법기능론은 그들의 국가 이론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전개된다. 이에 따르면 지배계급의 성원과 그들의 이익은 생산관계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들은 그 계급적 위치와 이익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라는 조직을 필요로 하며, 계급적 지배를 위하여 법체계를 비롯한 국가장치를 이용한다. 이것이 이른바 ‘법의 계급적 도구론’이다. 이 점에 관하여 맑스와 엥겔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권력을 권리의 토대라고 파악한다면, 권리, 법 등은 단지 징표, 즉 그 위에 국가 권력이 기초하고 있는 다른 제 관계의 표현일 뿐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제적 토대가 법적 상부구조를 기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적 지배의 과정을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라고 맑스는 파악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러한 맑스주의의 법에 대한 관념은 현실을 변모시키는데 어떠한 구체적인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맑스주의의 의의를 찾자면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의 법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아직도 그 유효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맑스주의의 한계에 대하여, 맑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제까지의 맑스주의를 변모시키고자 하는 이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중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활동가가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18)이다. 그의 이론은 ‘아우또노미아(autonomia; 자율)’이라는 말로 대표된다. 이러한 네그리의 이론을 전부 다 소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19) 논의의 전개를 위하여 간단히 요약하자면, 네그리는 불안정한 위치를 가지는 것으로 설명되던 노동력을 직접적인 사회적 주체로서 제시한다.20) 이를 통하여 ‘자율성’을 지닌 ‘다중(Multitude)’의 개념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다중이라는 개념은 민중 및 대중이라는 개념과의 비교를 통해서 더욱 명확해 질 수 있겠다. 통합되고 단일하며 대의된 주권적 주체성인 민중 개념과는 달리, 다중이라는 개념은 반대의적이며 반주권적인 주체성이다. 또한 비합리적이고 수동적인 주체성인 대중 혹은 군중과는 달리, 다중은 능동적이고 활력적이며 자기조직적인 다양성이다. 다중은 민중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적 힘들의 다양성을 나타내며, 군중과는 대조적으로 공통의 행위 속에서 결합한다. 이러한 다중이라는 개념은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통해 작동하는 조직 형식을 명명하기 위해 사용된다.21) 이러한 다중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네그리는 권력22)에 대항하는 다중의 ‘활력’을 강조한다.23) 네그리에게서 다중의 활력이란, 자본주의 발전이 강제하는 삶의 ‘획일성’으로부터 주체적으로 단절할 수 있는 능력이며, 영구히 진행 중인 혁명과 이론적 대안구성의 주체적 가능성의 근거로 정립된 것이다.24) 맑스주의에 새로운 대안 형성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분명 이러한 네그리의 이론이 오늘날의 새로운 맑스주의적 경향들을 모두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파악해 볼 때, 네그리의 이론과 상당히 유사한 이론적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으며25), 이러한 이론들은 사회이론적 대안을 형성하는데 있어 상당부분 기여 할 것으로 보인다.
웅거가 제시하는 사회이론은 이러한 새로운 맑스주의적 경향과 맞물려 있다. 물론 웅거 스스로가 맑스주의자임을 자처한 적은 없지만, 정치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맑스주의 이론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받는다.26)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사회 이론들은 대부분 실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제도 및 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논의는 어쩌면 법학의 임무로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측면에서 웅거의 논의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구체적인 오늘날의 법이론들이 가지는 문제점들의 극복과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empowered democracy)’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적 대안들을 제도적?문화적 측면에서 제시한다. 이러한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은 맑스주의적 전통에 입각해 볼 때, 법학의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고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2) 사회이론과 법이론

사회이론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은 30~40 여 년 전에 비해 답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사회이론(Social Theory)라는 것은 종종 사회학(sociology)이라는 학문적 분과와 연관된 일반이론으로서 종종 취급되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이론이라는 개념은 특정한 학문적 분과에 한정되는 것으로 사용되지 않는다.27) 사회학 이론이 사회학 안에서 사회 현상에 내재한 속성을 설명하려는 분석틀을 뜻한다면, 사회이론은 그보다 넓게 인문?사화과학 안에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리적인 시도를 지칭한다.28)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이론과 법이론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언제든지 누군가가 특정한 내용의 법이론을 주장한다면, 그를 주장한 이는 사회이론을 주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법이론이라는 것은 넓게 보았을 때, 사회이론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29) 이렇게 사회이론과 법이론이 긴밀한 관련성을 갖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회이론이라는 것은 법이론 또는 법리학으로부터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대체적으로 19세기에 발전한 이론들이다. 상당수의 초기 사회이론가들은 대학에서 법을 연구하였다. 그 이유는 사회학이라는 것이 독자적인 학문영역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30) 과거의 사회학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법이론 또는 법리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둘째, 법이론들은 오늘날의 사회이론에 있어 중요한 잠재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법이론가들과 사회이론가들이 비교적 유사한 논제들을 오늘날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법이론과 사회이론은 기술(記述)된 세상과 사회적 실천, 구조와 행위자, 형식적 정확성과 설명적 타당성 사이에 존재하는 동일한 긴장관계들을 조화시키고자 노력한다. 19세기 사회이론가들이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법에 관심을 두었던 것과 같이, 20세기 후반 이후의 사회이론가들은 사회 세계가 가지는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들을 찾기 위해 법에 관심을 돌린다.31)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을 가진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사회이론의 역할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32)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법학은 사회이론과의 접목점을 점점 찾아가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거대담론적인 사회이론들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법학이라는 것이 서구로부터 법제도들을 그대로 계수 받은 것이라는 측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33) 이러한 측면에서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은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웅거에게 있어 법의 영역은 자신이 발전시킨 사회이론들을 구체적으로 적용 시켜보는 장(場)의 역할을 해 준다. 이러한 웅거의 이론적 실천은 그의 변화를 향한 진보적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또한 법이론의 영역에서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들은 그 기반이 된 사회이론의 결함들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해 주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제껏 서구 사회도 경험 해 보지 못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은 또한 우리 사회의 이론적 전통34)을 형성 해볼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3) 국가?사회 관계론

종래의 이론들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으로 ‘국가?사회 일원론’과 ‘국가?사회 이원론’ 사이의 스펙트럼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전개해 왔다.35) 서구에서 국가와 사회의 분화는 근대화의 산물이다. 분권화된 중세적 공동체가 중앙집권화된 근대 (국민)국가와 분화된 사적 이해가 충돌하는 (시민)사회로 분화된 것은 근대의 성립과 그 궤를 같이 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와 사회 분리라는 전제위에서 생겨난 것이 입헌주의(constitutionalism) 또는 헌법이며36), 그것의 발전은 국가?사회 관계의 역동성을 반영하며 성장해 왔다.37)
오늘날 이러한 국가?사회 관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 변화 양상을 나타낸다. 하나는 사회국가38)39) 혹은 복지국가(welfare state)40) 경향이라고 불리는, 즉 국가가 사회의 영역에 개입해가는 현상이다. 이러한 것은 근대 초기에 자유주의 국가 이념으로 설정되어 있던 소극적 국가라는 이상을 잠식하는 현상으로서, 국가의 (시민)사회에 대한 개입은 사회가 가지는 자율성을 저해하는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최근의 조합국가(coporate state) 경향41), 거버넌스(Governance)42) 등에 대한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사회의 영역이 관료화된 국가의 영역에 개입해 가는 현상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급진 민주주의(radical democracy)’43)라는 민주주의적 대안의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현상들을 그림으로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44)

                        
                                  <그림 1)>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위 <그림 1>에서 ?, ?, ?, ?는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을 나타내는 것이며, (1)은 사회가 국가의 제도화된 정치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통치기구를 구성하고, 국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며, (2)는 국가의 의사결정에 기반 한 법과 정책의 집행을 의미한다. 또한 (3)은 위에서 언급한 사회국가 경향 또는 복지국가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국가의 사회에 대한 개입을 의미한다. (4) 역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합국가 경향 또는 거버넌스의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파악해 볼 수 있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간극이 점점 더 좁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45) 법학의 영역에서 문제시 되는 것은, 과연 이러한 상황에 적합한 법의 제정과 그 적용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46) 이하에서 전개될 웅거의 논의들은 이러한 국가?사회 관계론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특히 그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프로그램적 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들이 제시해 주는 모습을 통하여 과연 그러한 대안들이 현실 적합성을 가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대안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점들이 극복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늘날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국가?사회 관계론의 변화 양상을 법학의 영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웅거의 이론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제2절 연구의 범위 및 논문의 구성

1. 연구의 범위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본 논문은 미국 비판법학자인 웅거의 사회이론 및 법이론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웅거의 논의는 첫째, 근대사회 이후 전개된 자유주의적 흐름과 이에 기반 한 법체계에 대하여 총체적이며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비판법학(Critical Legal Studies)’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47), 둘째, 법학의 영역을 넘어 정치학, 경제학, 철학 등 사회 전반에 걸치는 사회이론적 지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셋째, 무엇보다도 다른 비판법학자들과는 달리 그가 구체적인 대안형성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웅거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 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한 사회이론적?법제도적 대안형성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웅거의 이론적 발전은 그의 저술을 통하여 개괄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웅거의 대표적인 주요 저술들을 시대 순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Knowledge and Politics』48)는 웅거가 주목받기 시작한 저술이다.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을 가한 저술로 그의 사회이론적 지평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술에서 발전된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법학의 영역에서 구체화 시킨 것이 『Law in Modern Society』49)이다. 그의 이러한 지적 발전은 비판법학의 형성에 지대한 이론적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1982년 제6차 비판법학 학회에서 열린 강연을 통하여 비판법학운동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선언문 형식의 『The Critical Legal Studies Movement』50)라는 저술이다. 이 저술에서 웅거는 ‘초자유주의(Superliberalism)’51)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제시하여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후 『Passion : An Essay on Personality』52)(이하, Passion)이라는 저술을 통하여 웅거는 인간성의 문제를 다루며, 사회는 개인들의 ‘자기주장(self-assertation)’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맥락(plastic context)’53)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웅거의 저술을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관점을 제공해 주게 된다.
가장 완결되고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웅거의 저술은 단연 『Politics』(전 3권)라고 할 수 있는데, 웅거는 이 저술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이론과 사회변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제1권인 『False Necessity: Anti-necessitarian social theory in the service of radical democracy』(이하, False Necessity)는, 전 3권 중에서 가장 방대하고 가장 중요한 저술로, 제도적 변화를 위한 웅거의 실천적 제안들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부분은 웅거가 가지는 비전의 핵심을 제시하고 있다. 제2권인 『Social Theory: It's Situation and Task』(이하, Social Theory)에서 웅거는 자유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공산주의 같은 오랜 세월 동안 발전되어 온 위대한 이론들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그는 선조들의 이론에 존재하는 결함들은 사회적 필연성이라는 생각으로부터 그들 스스로를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제3권인『Plasticity into Power: Comparative-historical studies on the institutional conditions of economic and military success』(이하, Plasticity into Power)는 사회경제적?군사적 발전과 관련하여 웅거의 이론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제공한다.54)
이렇게 『Politics』에서 완성된 웅거의 사회이론은 사회이론적 추상화의 작업의 결과를 구체적인 영역인 법이론의 영역에서 풀어낸다.55) 그것이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이라는 저술이다. 웅거는 이 저술에서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법분석 방법론을 통하여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extended social democracy), 진보적 다두제(radical polyarchy) 그리고 동원적 민주주의(mobilizational democracy)라는 세 가지의 가능한 프로그램적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적 사고를 보다 현실적인 정치?경제적 상황 속에서 심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그것이『Democracy Realized: The Progressive Alternative』56)라는 저술이다.
이상에서 웅거의 이론적 발전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이러한 발전 속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전환의 발단이 된 것은 바로 『The Critical Legal Studies Movement』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전의 웅거의 논의는 근대 자유주의 사회의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부조화와 같은 ‘근본 모순적 상황’에 그 중심이 있었다면, 이제 그는 오히려 ‘견고한 제도적 맥락들 속’에서의 사회적 변화에 관한 ‘실제적 메커니즘 - 새로운 가치들이 발생되고, 오래된 가치들이 변화되는 방식과 같은 - 과 변화’들에 대해서 고민한다.57) 즉, 웅거는 이제 변화를 향한 구체적 대안 및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해 본다면, 웅거의 이론은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질 수 있다.

<표 1)> 웅거의 전?후기 저술 정리
구분
저술명
최초 출판 년도
전기
Knowledge and Politics
1975
Law in Modern Society
1976
후기
The Critical Legal Studies Movement
1983
Passion: An Essay on Personality
1984
Politics
1987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
1996
Democracy Realized
1998


이러한 웅거의 저술 중, 본 논문은 그의 사회이론적 발전과 그 구체적인 적용의 문제를 살펴 볼 수 있는 『Politics』와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또한 웅거의 다른 저술들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설명할 예정이다.

2. 논문의 구성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될 예정이다.
제2장에서는 웅거가 제시하고 있는 반필연적 사회이론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우선, 논의의 전제가 되는 웅거의 인간 해방적 관점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Passion』이라는 저술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웅거는 이에 기반 하여 사회의 변형적 사회구조 형성의 이론적인 기초를 확립한다. 이어서 『Politics』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웅거의 사회이론의 주요한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에 근거한 당대 사회이론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심층구조 사회이론과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살펴 볼 것이다. 웅거는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새로운 변형적 맥락의 형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되고, 현실에서의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따라서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 볼 것이다. 또한 본 장에서는 웅거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적 대안의 의의와 내용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며,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웅거의 사회이론적 기획은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상황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제3장에서는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위와 같은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웅거가 어떻게 법이론의 영역에 적용시켜나가는지에 대해 살펴 볼 것이다. 웅거는 법의 영역에서 변형적 맥락의 형성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합리화 법분석(rationalizing legal analysis)’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웅거가 말하는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웅거는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의 이면에는 실현되지 않은 민주주의적 기획이 숨어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웅거는 합리화 법분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맵핑’과 ‘비판’을 통한 ‘제도적 상상력’을 제시하며,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예견되어지는 민주주의의 세 가지 미래, 즉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진보적 다두제, 동원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웅거가 법이론의 영역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논의가 실제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좀 더 세밀하게 고찰하기 위하여 제4장에서는 오늘날의 권리담론과 웅거가 주장하는 권리 시스템의 재구성에 대해 살펴 볼 것이다. 이러한 권리담론에 대한 논의는 웅거의 사회이론 및 법이론이 가지는 설명적 측면과 프로그램적 측면이 가지는 역동적?유기적 관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제까지의 권리 담론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살펴볼 것이고, 다음으로는 자유주의 권리담론과 그에 대한 비판론을 살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일환으로 제시되고 있는 웅거의 권리 시스템의 재구성 논의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구체적인 모습을 일정부분이나마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5장은 본 논문의 결론으로서, 웅거의 이론은 과연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그러한 대안이론으로서의 웅거의 이론이 오늘날의 우리 법학에 제시해 주는 구체적인 시사점은 무엇이 있는가를 고찰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웅거의 이론이 궁극적으로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위해 해명되어야 할 몇 가지 이론적 난점들을 제시하면서 본 논문을 결론지을 예정이다.



제2장 반필연적 사회이론

제1절 서설

웅거의 구성적 사회이론(constructive social theory)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기획은 대단히 방대하다. 그는 급진 민주주의적 기획(radical democratic project)을 옹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에 대한 그의 개념정의는 기존의 것들에 비해 더욱 광범위하고 더욱 포괄적이다.58) 웅거는 맑스주의, 특히 정치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대적 맑스주의 이론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맑스주의자가 아니다. 그 이유는 그가 결정주의적 전제들 속에 존재하는 변화의 열망과 연루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59) 그는 드러내기(disentrenchment), 불안정화 권리(destabilization right) 그리고 부정 능력(negative capability)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해체(deconstruction)를 주장하는 학파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자신 고유의 구성적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반대하고, 이를 재상상하며, 재구축하려는 우리의 자유가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자유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상투적인 자유주의의 약속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유주의가 가지는 가장 큰 열망을 실현시키려 한다는 관점에서, 자신의 이론을 초자유주의(superliberalism)라고 부른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웅거의 반필연적 사회이론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그의 사회이론의 기초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해방적 관점’60)이 나타나 있는 『Passion』에 대해 먼저 살펴본 연후에, 웅거의 사회이론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그 이유는 웅거의 사회이론적 작업이 세밀화 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인간성’에 대한 해명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웅거의 인간성에 대한 해명은 웅거가 이야기하는 인간 해방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질서인 ‘구조 부정적 구조(structure-denying-structure)’61)와 직결되는 것이다.
웅거는 가장 성공적인 근대 사회사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위대한 생각은 허구적 필연성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었다고 주장 한다.62) 웅거에 따르면, “근대적 사회사상은 사회란 ... 근본적인 자연 질서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인공물” 이라고 주장한다. 웅거는 이러한 주장을 통하여, 필연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지배의 특정한 유형을 옹호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근대 사회이론가들이 전쟁을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유주의?사회주의의 선조들 모두는 몇몇 논점은 뒤로 미루어 두었으며, 필연적 사회구조와 그들의 이론으로의 역사적 발전이라는 생각을 재도입했다고 불평한다. 그가 주장하기를, 그는 ‘인공물로서의 사회에 대한 철저한 관념’을 취한 첫 번째 학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63) 그의 이론은 완전한 최초의 반필연적 사회이론(anti-necessitarian social theory)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웅거는 ‘철저한 반필연적’ 접근의 추진을 통하여 자유주의적?맑스주의적 이론들이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해방의 실행 가능한 이론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이론들이 만들어내는 해방된 사회적 질서란 일련의 사회적 제도들 그 자체가 자신의 필연성을 잠식하는 ‘구조 부정적 구조’를 말한다.


제2절 웅거의 인간 해방적 관점

1. 극단적 회의주의

서구의 철학 사상은 ‘형이상학적인 것들’로부터 ‘허무주의적인 것들’로 이전해 왔다. 웅거는 이러한 양자를 결합시키고 싶어한다. 웅거는 위와 같은 두 가지 거대한 논제들은 추상적인 ‘인간성과 관련된 사고’가 가지는 중심 쟁점들을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중심적인 쟁점들은 사랑이라는 중심적인 가치를 그 예로들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들’, 그리고 ‘특정한 사회 유형들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것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이란 완벽한 만족을 결코 얻을 수 없다고 하는 믿음을 나타내 준다.64) 위에서 언급했던 첫 번째 논제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들’은 인간의 경험의 영역에서 사라질 수 없는 문제라고 웅거는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리들은 오직 우리들과 같이 자유롭고 무한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65) 그러나 두 번째 논제인 ‘특정한 사회 유형들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은 인간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extra-human) 이상적 영역을 설정함으로써 현실세계에서의 의미 발견의 가능성을 제거해 버린다. 허무주의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급진적 근대주의(radical modernism)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상이 결여된 세속적인 의미로서 파악하는 관점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인 전통을 구출해낸다. 그러나 급진적 근대주의는 우리들이 우리들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지속적인 스스로의 재구성의 과정 속에서 ‘개인들은 진정한 진보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식으로 결론지어버린다.66) 결국 현실에서의 의미파악 가능성은 이러한 극단적 회의주의 속에서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2. 새로운 법적 시스템과 사회이론의 가능성

인간이 더욱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며, 그러한 인간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개인적 자유와 변화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지는 사회’, 즉 ‘자기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맥락’67)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삶의 형태는 성취되어질 수 있다고 웅거는 믿는다.68) 따라서 『Passion』에서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내부에 존재하는 이러한 목적을 강조한다. 『The Critical Studies Legal Movement』라는 이전 저작에서 웅거는 법적 시스템(legal system)의 영역에서 이러한 목적을 설명한 바 있었다. 즉 그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들이 가지는 특성 안에서의 시스템적 변화’는 ‘법적 범주 속에서 사유되어지고, 법적 권리에 의해서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연대성과 주체성을 가지도록 재구축되어진 사회 유형에 제도적 지원을 해 주지 않는 것은, 우리들 각각이 가지는 이상과 관련하여 전쟁상태에 있는 고착화된 인간관계의 형태에 그러한 재구축되어진 사회를 내맡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69) 또한 웅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참신한 방법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수단으로서 ‘사회이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사회이론은 그가 제시한 ‘권한부여(empowerment)의 심리학’과 관련된 필수불가결한 대응물로서, ‘권한부여라는 실제적이고, 열정적이며 그리고 인지적인 형태들을 발전시켜주는 사회적 삶의 형태들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해 준다.’70) 웅거는 이러한 사회이론을 뒤에서 살펴보게 될 『Politics』에서 섬세하게 구체화시켰다. 그러나 법적 시스템과 사회이론에 관한 그러한 논의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러한 논의는 이미 ‘인간의 존재와 관련된 관념(인간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웅거는 인간성에 대해 천착하게 된다.

3. 인간성의 문제

사람들은 그들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 한정되어진다는 근대주의적인 관점을 웅거가 수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웅거의 견해는 특정한 사회적?역사적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것이며, 다음과 같은 보편적 주장으로 구성된다. 즉 그들이 삶을 영위하는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 존재는 ‘서로에 대한 필요와 두려움’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관계에 대처해 나가야만 한다. 웅거는 이러한 문제를 ‘연대성의 문제’라고 부른다.71) ‘열정(Passion)’이라는 것은 이러한 긴장관계로부터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을 말하며,72) 비록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매우 다양한 욕구들을 통해 그 정도를 변화시켜 감으로써 그러한 긴장관계는 완화되어진다.73) 본 저술의 상당부분은 이러한 열정들에 대한 설명에 할애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필요와 두려움 사이의 충돌을 완화시키는데 있어 그러한 열정들의 상대적인 성공들과 실패들을 기술하고 있다.
열정과 관련하여 웅거가 그러한 열정의 요소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는 ‘사랑(love)’이라는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가장 잘 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은 특정인의 특유한 물질적?도덕적 특성들(이러한 것들은 사랑을 행하는 사람이 비판하거나 평가절하 할 수 있는 것들이다)이라는 측면보다는, 전반적이면서도 독자적인 개성이라는 측면에 있어 그 사람을 수용하려는 충동이다.  개인이 가지는 그러한 사랑과 같은 특수한 속성들은 절대로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 - 도대체 당신이 어떻게 그를 알 수 있겠는가? - , 자아의 표현 형태들로 취급되어진다. 이 자아라는 것은 특수한 특징들을 통해 이야기 하며, 또한 그러한 특수한 특징들을 초월한다. 이러한 수용이라는 것은 항상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라는 것이 철저하게 숨겨져 있으며 위협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해지는 것이다.74)

우리는 사랑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방어수단, 비난, 사회적으로 형성된 장벽들을 제거한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우리들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스스로 배워가고, 우리들의 각기 다른 특성들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재발명?재결합 해내는 방법의 다양성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런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인간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자유가 제공해 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들을 인식하고 발견함으로써 우리들 스스로의 삶에 있어 그러한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 왕국(ideal realm)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웅거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들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좋은 삶의 형태는 변경이 용이한(malleable) 형태이며, 우리가 그러한 삶의 형태 자체를 우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회는 우리들에게 매우 광범위한 활동의 여지를 부여해 준다.

한 측면에서 파악해 보면, 질서(order)라는 것은 문제해결의 과정 및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지는 취약성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실험에서 장애로 작용하는 것들을 최소화시켜 줄 수 있도록 고안되어져야 하며, 또한 이와 다른 측면에서 파악해 보면, 그 자체의 개선을 위한 수단들과 기회들을 배가시켜 줄 수 있도록 고안되어져야 한다. 그러한 질서는 조건 지워지지 않은 맥락에 차선책(next best thing)을 제시해 주며75), 우리들로 하여금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한 속성을 가지는 형태는 본 연구의 중심적 관심사이다.76)

4.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기초적 관점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보자면, 웅거가 제시하고 있는 최상의 사회라는 것은 실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절차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겠다. 즉 그러한 최상의 사회는 우리들이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가장 쉽게 우리 스스로를 다른 이들에게 개방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는 우리들이 무언가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 때문에 최상의 사회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웅거는 『Passion』에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그러한 권한을 부여받게 될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행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변화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면, 『Passion』과 『The Critical Studies Legal Movement』 양자 모두에서, 웅거는 단절적이고 폭력적인 혁명에 관한 이론들로부터 그의 이론을 분리시키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77) 또한 그것은 웅거의 이후 저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그러한 혁명에 관한 이론만이,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가지는 엄격한 비타협성(intransigence)을 분쇄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웅거는 이후에 보게될 것처럼 ‘일상’과 혁명‘간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히자는 주장을 하게 된다. 즉, 웅거가 제시하는 사회는 일상 속에서 혁명을 경험하게 되는 상당한 역동성을 지니는 사회인 것이다. 그리고 웅거가 제시하는 최상의 사회는 자기 교정적(self-corrective)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78) 왜냐하면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사회를 인간 상호작용이 가지는 가능성의 실험장으로 파악하며, 또한 그들은 실패한 프로그램을 옹호하기 보다는 이내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절 이론적 기초 : 인공물로서의 사회

웅거의 사회이론은 ‘인공물로서의 사회(society as artifact)’라는 관념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회라는 것은 만들어지고, 상상되어지는 것으로, 근본적인 자연 질서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라고 이야기한다.79) 이를 통하여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회이론들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1. 미완의 인공물로서의 사회 기획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확립하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제도적이고 가상적인 맥락들에 대하여, 그러한 맥락의 수정적 작인(作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속성은 누구에게나 그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단지 새롭고 색다른 사회적 세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와 문화가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억제력 혹은 봉쇄력을 지닌 창조적 권력을 더욱 완전하게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세계 또한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역사의 지루하고 불명예스러운 리듬으로부터 조금 더 탈피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의 지루하고 불명예스러운 리듬이란 폭력적인 혁명적 침탈로 인하여 만들어진 집단적 졸음상태라고 할 수 있는 기나긴 소강상태를 의미한다.80)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은 서구 계몽주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내포하는 함의는 단지 절반정도만 그 효력을 발휘해 왔다.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을 그것의 한계선상까지 밀어붙이려는 노력은, 역사 과학(science of history)을 발전시키려는 근대 사회이론들 내부에 존재하는 반발에 의해 무산되어 왔다.81)
우선, 근대 사회사상은 후기 기독교적 상황에서 탄생한 것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은 인간의 역사가 종교적인 섭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욱이 이러한 관념은 사람들이 그들의 의지에 따라 사회를 구성 또는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초기 사상 중에는 이러한 인간의 원동력에 대한 관념을 나타내는 것들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나타내 주는 좋은 예가 바로 홉스(Hobbes)이다. 그는 ‘자연법’으로부터 ‘자연권’이 도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82) 이러한 방식으로 근대적인 자연권 이론들과 사회계약 이론들은 자연법에 관한 중세적인 관념이 가지는 이론적인 내용들을 제거하기 시작했으며,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에 기반 하여 사회이론들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83) 또 다른 친숙한 예는 비코(Vico)의 주장이다.84) 그는 “거대한 의구심의 바다(immense ocean of doubt)”의 한 복판에는 우리들이 서 있을 수 있는 “단일하면서도 자그마한 땅(single tiny piece of earth)”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85) 그는 이를 통하여 시민 사회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86)
그러나 근대 사회사상은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을 완전하게 받아들이는데 실패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실패가 기독교적 내세론의 종말에 대한 과잉반응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대 사상가들은 기독교적 내세론을 버리고 난 후에도, 여전히 철학이나 역사과학을 발전시키기를 원하고 있었다.87) 마치 그들은 근대 사상이 기독교에 의해 제기되는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창조와 내세에 관한 중세 기독교적 사고체계가 취하던 입장을 근대 사회사상이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88)

2. 오늘날의 사회이론적 경향

(1) 심층구조 사회이론

위와 같은 설명이 역사적으로 진실인지 여부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역사에 관한 법칙의 발견을 위한 천착은 근대 사회이론을 방황하게 만들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웅거가 심층구조 사회이론(deep-structure social theory)이라고 명명했던 이론은 역사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근대 사회사상의 노력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이론은 법칙과 같은 설명들로 넘쳐난다. 비록 웅거가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예로서 맑스(Marx)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89) 또 다른 사회이론적 전범(典範)이라고 할 수 있는 뒤르케임(Durkheim)과 베버(Weber)도 역시 이러한 전통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90)
웅거에 따르면, 심층구조 사회이론적 분석은 세 가지의 순환적인 이론적 동인에 의해서 개념 정의 된다. (ⅰ) 첫 번째 동인은, 모든 역사적 환경에 있어, ‘변형적인 맥락, 구조 또는 프레임’을 ‘굳어진 일상’으로부터 구별해 내려고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활동이라는 맥락은 사회적 재생산을 돕는 역할을 한다.91) (ⅱ) 두 번째 동인은, 자본주의처럼 반복적이고 불가분적인 사회의 조직 유형과 같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 확인되어지는 구조를 포섭하여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다.92) (ⅲ) 세 번째 동인은, 반복적이고 불가분적인 구조들에 대한 폐쇄된 목록이나 강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심층적인 제한 요소들과 진화의 법칙들에 대한 호소이다.93)

(2) 실증주의적 사회과학

웅거는 그러한 심층구조 사회이론이 이미 상당한 분열 상태에 도달해 왔음을 보여준다. 위 세 가지 동인들에 대한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주장은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경험에 의해서 점점 더 신빙성을 잃어가고 있다.94) 즉 궁극적으로 일정한 법칙성 또는 필연성을 추구하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법칙성 및 필연성들이 오류가 있는 것임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성을 잃어가는 심층구조 사회이론에 대한 대응은 ‘실증주의적 사회과학(positivist social science)’으로 나타난다.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은 맥락의 내부에 존재하는 ‘변형적 맥락’과 ‘굳어진 일상’ 간의 구분을 모두 부정한다. 그러나 웅거는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맥락/일상의 구분에 대한 거부가 사회과학자들로 하여금 분쟁과 관련한 굳어진 일상과 현존하는 제도 및 상상적 맥락 사이에서의 타협만을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변형적 맥락이 안정적인 한에서는, 그러한 변형적 맥락의 굳어진 일상에 대한 영향력은 잊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95) 안정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각기 다른 집단들이 행하는 투표(voting) 행위에 대한 연구가 그 쉬운 예라고 할 수 있다.96) 따라서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삶의 근본적인 제도적?상상적 구조라고 할 수 있는 ‘변형적 맥락에 대한 논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현존하는 변형적 맥락을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회를 “더 이상 내부자가 아닌(resigned insider)” 관점에서 바라본 채로 모든 것을 결론짓는다.

3. 새로운 사회이론을 향하여

결국에 근대 사회 사상은 한편으로는 법칙성을 추구하는 역사과학이 되어버리고 마는 심층구조 사회이론과, 다른 한편으로는 무비판적 접근을 행하는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이라는 양 측면에 사로잡힌 채로 ‘사회에 대한 자연주의적 관점을 부분적으로는 해체시키고, 부분적으로는 복원시키면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웅거는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웅거의 이론적 작업을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을 통하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반자연주의적,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웅거의 사회이론은 기능주의적(functionalist)이고 결정론적(determinist)인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고전적 사회이론(classical social theory), 그리고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 양자 모두에 대하여 저항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97)98)
다시 말하자면,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은 웅거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출발점이다. 웅거가 판단하기에 근대 초기에 신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주체성을 인식하고 ‘인간들의’ 사회를 새롭게 구성하려던 노력은 또 다른 법칙성의 추구(심층구조 사회이론) 또는 변화의 가능성을 잃어버린(실증주의적 사회과학) 오늘날의 사회이론적 경향으로 인해 난관을 거듭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을 그 궁극적인 지점까지 실현시키고자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허구적 필연성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기반 하여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판단해 본다면 웅거는 철저한 근대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4절 반필연적 사회이론의 구성

1. 변형적 맥락과 부정 능력

비록 웅거가 심층구조 사회이론과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을 부정하기는 하지만, 그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첫 번째 동인인 ‘변형적 맥락’과 ‘굳어진 일상’간의 구분을 존속시킨다.99) 반면에 나머지 다른 두 가지 동인들, 즉 불가분적이고 반복적인 양식 하에 존속하는 각각의 맥락에 대한 포섭, 그리고 그러한 각각의 유형을 지배하는 일반 법칙들에 대한 탐색을 거부한다. 이러한 선택적 접근은 웅거를 진정한 심층구조 사회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맑스주의자와 구별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맥락적 일상이 가지는 차별성을 부정하는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자들과 구별되도록 한다. 그것은 또한 포스트모던적인 ‘해체(deconstruction)’가 가지는 허무적 실천과도 구분되도록 만든다.100)

(1) 변형적 맥락

사회생활의 제도적?상상적 맥락에 관한 관점, 즉 이 맥락들이 어떻게 결합되고, 분리되며, 다시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논의는 『Politics』가 가지는 설명적 주장(explanatory themes)101)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러한 논의로부터 우리들은 우리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거리의 확보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옹호론과 과거 혹은 현재 사회의 해석 간에 존재하는 묵시적이고 때로는 비자발적인 결합을 깨뜨릴 수 있다. 우리들은 비연속적인 변화와 새로운 사회적 경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급진적 기획의 출현을 타파하기보다는 고취시키려는 설명적 실천을 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급진적 기획은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에 의해 공유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기획은 경직된 위계질서와 분업의 짐을 걷어내고, 타인들과 실천적이고 열정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려는 시도이다.102)

웅거의 이론적 혁신에서 눈의 띄는 개념적 도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변형적 맥락 그리고 변화 가능성이나 드러냄의 정도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다. 변형적 맥락이라는 관념은 맑스주의적 전통에 있어 ‘생산양식’103)에 대비되는 대안으로서 명확하게 설명된다. 이러한 맑스주의의 생산양식이라는 관념은 너무 경직되고 반복적이라는 이유로 폐기되었다. 변형적 맥락이라는 것은 좀 더 느슨하고 좀 더 색다른 개념으로, 우연적인 제도적?이데올로기적 집합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것은 핵심 자원의 분배에 대한 규범적 기대와 일상적 충돌을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104) 비록 우리가 그러한 변형적 맥락이 가지는 제한적인 요소들을 완전하게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도전과 변화에 좀 더 개방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105) 웅거는 이러한 개방성의 정도는 그 자체로 변화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고대 인도의 세습적인 카스트제도, 봉건 유럽에서 집단적으로 구성된 토지제도, 오늘날의 사회적 계급들 그리고 미래의 의견을 통하여 구분되어질 파벌들은, 증대되어지는 개방적 혹은 유연한 변형가능성이라는 집단적 특성이 현존함을 나타낸다. 웅거는 변형적 맥락의 개방성과 드러냄의 정도를 나타내기 위하여 ‘부정 능력(negative capability)’라는 관념을 제안한다.106)

(2) 부정 능력

부정 능력이라는 용어는 존 키츠(Jhon Keats)107)의 1817년 12월 28일의 편지로부터 유래된 것이다.108) 웅거 용법은 이 시인이 사용했던 의미를 일반화 시키고 변형시킨 것이다.109) 그것은 역동적인 인간의 의지, 그리고 사고와 행위에 있어 주어진 변형적 맥락을 부정함으로써 그러한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부정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결국 제도적 맥락을 변화에 더욱 개방적이게 만들어서, 구조와 일상, 혁명과 점진적 개혁, 사회 운동과 제도화 간의 격차를 좁히도록 만든다. 웅거는 부정 능력의 강화를 인간 자유의 확장이라는 그 자체의 목적, 그리고 다른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가치를 둔다. 그 이유는 변형적 맥락의 드러냄, 그리고 물질적 발전과 개인적 해방이라는 조건 사이의 중첩 가능한 길에 따라서 발전하는 그들의 성공에 있어 우연적인 관련 요소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웅거의 특유한 이론적 관점은 ‘변형적 맥락’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의 관점에 의하여 특징지어 진다. 그는 변형적 맥락의 활력성(탄력성)과 힘을 인식하는 동시에, 좀 더 높은 수준의 필요성과 권위를 가지는 분위기로부터 이러한 맥락을 도출해 낸다.110) 그는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이지 않은 상황 하에 있으면서도 고정되어진 것들을 판별해 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2.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 비판

(1) 구조 숭배주의 비판

웅거에 따르면, 구조 숭배주의는 변형적 맥락의 내용을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한다. 여기서의 변형적 맥락의 내용이라는 것은 변화에 대한 개방성의 정도에 의해서 특징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111) 구조 숭배주의는 “구조는 구조다”라는 오도된 명제에 얽매인 채로 존재한다. 구조 숭배주의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포스트 모던적 상대주의자일 수 있다. 그는 가치와 통찰력에 대하여 보편적인 기준을 포기한다. 또한 구조 숭배주의자는 허무주의자일 수도 있다. 그의 관심은 모든 것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의 입장은 사이비 진보주의이다. 그 이유는, 모든 것들이 맥락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드러냄의 질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오직 사회적 맥락을 선택하고 그것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해야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결론짓기 때문이다. 변형적 맥락의 변화 혹은 드러냄의 상대적 정도에 대한 웅거의 명제는 보수주의로 돌아선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지는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준다.112) 가치의 절대적인 표준에 있어 우리가 그 신념을 느슨하게 할 때, 현존하는 제도적?공상적 질서에 굴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해결책이다. 우리의 정신적 본성, 즉 우리의 맥락 초월적 작인(作因)으로서의 본성을 더욱더 존중해주고, 제도적인 다양한 맥락들을 형성함으로써 우리는 지속적으로 투쟁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방과 변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문제될 수 있다. 그것은 ‘구조를 재생산해내는 일상적 활동(일상)’과 ‘구조에 도전하는 변형적 활동(혁명)’ 사이의 간극에 의하여 측정되어진다. 그 간극이 좁으면 좁을수록 더욱 개방적이고 더욱 변화 가능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113) 웅거는 대부분의 동시대의 사회 이론가들이나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인간 집단의 충돌하는 이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의 기본적 제도의 중립성 확립에 집착하지 않는다.114) 그에게 있어 ‘중립성이라는 환상’은 독창성을 가지는 실천적 실험주의 및 경험의 진정한 다양성에 어울리는 제도적 조합들을 탐색하는 더욱 중요한 목표를 가지는 방법의 문제로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환경을 통하여 변화되는 것들로부터 인간 본성 내부에 존재하는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특성들을 구분해 낼 수 없다. 충돌하는 이해관계와 선에 대한 관점의 충돌 사이에서 중립적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권리 체계의 표현의 일환으로 제도적 질서를 제시하는 것은 효과 없는 일이다.115)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실천과 제도적 조정과 관련하여 재연(일상)과 변화(혁명)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116) 따라서 우리는 경직된 사회적 경계와 위계질서로부터의 개인들의 해방과 공존할 수 있는 물질적 진보의 형식에 대한 요건들을 성취 하도록 도와야 한다.

(2) 제도 숭배주의 비판

만일 구조 숭배주의에 대한 비판이 우리들의 제도에 의해서 우리들에게 할당되어진 운명(허구적 필연성)에 대하여 한쪽 측면으로부터 공격하는 것이라면, 제도 숭배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운명을 또 다른 측면으로부터 공격하는 것이다. 제도 숭배주의는 웅거에게 있어 매우 구체적이고 대단히 우연적인 제도적인 조합을 가진 공상적 실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제도적 조합이란 대의민주주의, 시장경제 또는 자유 시민 사회와 같은 추상적인 제도적 개념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도 숭배주의자는 대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대 유럽 역사의 과정에 있어 우연히 쟁취하게 된 임시적인 일련의 정부적?경제적 제도들과 일치시키는 고전적 자유주의자일 수도 있으며, 또한 이와 같은 제도들을 미래를 향한 필수적인 단계로서 취급하는 강경한 맑스주의자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제도 숭배주의자가 보기에 그러한 제도들은 이미 확립되어져 있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맑스주의적 입장을 가진 제도 숭배주의자가 보기에는 그러한 제도들은 신뢰할 만한 설명에 반하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재창출 해 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러한 제도숭배주의자는 심지어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자 또는 완고한 정치적?경제적 운영자일 수도 있다. 그는 이익 균형과 문제 해결을 위하여 논쟁의 여지가 없는 구조로서 현재의 관행들을 받아들인다.117) 다음에서는 이러한 제도 숭배주의의 실제 사례들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웅거는 이러한 현실적 제도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적 대안’을 발전시킨다.

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화적 역사

제도 숭배주의에 대한 한 가지 중요한 예는 바로 웅거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화적 역사’라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관점에 따르면, “근대적인 정치적 경험이 가지는 시행착오와 다양하게 제안된 대안들의 의심할 여지없는 실패는 새로운 제도적 해결책들이 ‘우연한 사건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굳건히 해 왔다.”118) 이러한 ‘신화적 역사’와는 대조적으로, 웅거는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얼마나 우연적이었는가를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자면, ‘18세기의 자유주의적 입헌주의’는 정치적으로 교육받고 경제적으로 보장된 핵심적인 저명인사들에게 통치권을 부여해 주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한 통치권은 하층민들의 통치와 선동가들의 유혹에 대항해서 그들이 지배해 온 정치조직을 완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초기 자유주의적 입헌주의는 민주주의를 향한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그러한 유산 중의 하나는 ‘민주적 권력분립’이라는 것을 계획적으로 정치를 무기력하게 하고 ‘헌법적 위기’ 및 ‘선거를 통한 위기’를 지속시키려는 ‘비민주적 경향’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입헌주의의 양식이었다.119) 이러한 위기들을 존속시킴으로써 특정 세력들은 그들의 권력을 존속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가진 미국식 대통령제나, 정치적 계급 내부에서의 광범위한 동의에 기반 한 정치권력의 수립이 필요한 의원내각제, 양자 모두120)는 이러한 비민주적 유산의 좋은 예라고 웅거는 주장한다. 즉 웅거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시스템들이 얼마나 비민주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반면에, 웅거는 새로운 헌법적 프로그램을 제시한다.121) 이러한 프로그램은 민주적 실험주의를 촉진시키면서도, 18세기의 입헌주의로부터 단절되어진 것이다. 이러한 헌법적 프로그램의 핵심은 강력한 플레비시트적(plebiscitarian) 요소들122)을 사회에 대한 정치적 대표를 위해 존재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통로들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웅거는 전쟁기간(1918~1939) 중의 ‘이원정부제 헌법(dualistic constitutions)’123)124)과 1978년의 포르투갈 헌법125)을 이러한 새로운 헌법적 프로그램의 예로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들은 그의 민주적 기획에 비추어 보았을 때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적 실험주의에 적합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웅거는 평가한다.

나. 사적 권리에 대한 신화적 역사

제도 숭배주의의 또 다른 중요한 예는 ‘사적 권리에 대한 신화적 역사’로서 웅거가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역사에 따르면, 재산권과 계약에 관한 현재 서구의 법적 시스템은 ‘시장 경제라는 고유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과 대조적으로, 시장 경제는 본질적인 법제도적 조합들을 특별히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재산권과 계약에 관한 현재 서구의 법적 시스템은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관한 심층적 논리를 가진 반영물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투쟁의 우연적 결과물’이다. 그것은 다른 제도적 유형을 가정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신뢰 이익’과 같은 재산권과 계약에 관한 현행법 내부에 존재하는 ‘일탈적 사례 및 경향들’은 오늘날의 사법 원리가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계약 당사자들의 완전하면서도 명백한 의사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시장경제가 가지는 ‘대안적인 법제도적 질서의 요소’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웅거는 그의 구성적 사회이론의 대부분을 재산권과 계약의 대안적 시스템을 발전시키는데 할애한다. 그는 현행의 사적 권리 시스템 속에서의 탈중심화 경향을 어떻게 우리가 다시 방향 설정하고 개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126) 이에 대해서는 제4장에서 자세하게 살펴 볼 것이다.

다. 소규모 상품생산에 대한 편견

‘민주주의에 대한 신화적 역사’와 ‘사적 권리에 대한 신화적 역사’에 대한 웅거의 비판은 그가 가지고 있는 제도에 관한 논의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또한 정부와 노동에 관한 현행 제도의 기원과 관련하여 대안적이면서도 가능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소비에트(Soviet)와 중공(communist Chinese)의 제도들과 같은 계보들에 대해 설명한다. 각각의 사례에서, 웅거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것들을 도출해낸다.’ 즉, 그는 얼마나 우연적으로 이러한 제도들이 생겨나고 발전되었는지를 보여주고, 또한 허구적 필연성이라는 주술에 갇혀있는 정신 상태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얼마나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127)
이러한 웅거의 논의가 가지는 총체적인 주제는 ‘제도 숭배주의가 가지는 허구성 또는 허구적 필연성’이다. 이러한 제도 숭배주의는 광범위한 가능성들의 하위 체계로부터 형성된 현존하는 제도적 조합들의 이면에 존재한다. 웅거는 ‘소규모 상품 생산(petty commodity production)’을 논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강조한다. 이러한 소규모 상품 생산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생산자들이 조합 조직과 개별적인 활동의 혼합을 통하여 운영하는 소규모의 경제 질서를 말한다.128) 이러한 소규모 상품생산은 매우 민주적인 성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만,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양자 모두 소규모 상품 생산은 실패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129) 왜냐하면 그것은 기술적 발전과정에 있어 필연적인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130)를 생산과 교환의 영역에서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규모의 경제라는 필연성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이러한 규모의 경제에 대한 맹종은 오히려 오늘날 새롭게 발전되고 있는 연합체적?협동적 생산, 그리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는 포스트 포디즘적(post-Fordism) 경향 등에 반하는 것이라고 웅거는 생각한다.
웅거는 소규모 상품 생산을 그들과는 다르게 파악한다. 이전의 오래된 형태를 지닌 소규모 상품 생산 체계에 대해서,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경제적?정치적 제도들을 개발해 냄으로써 그것을 구제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자본, 기술 그리고 노동력의 사용에 있어 권리들을 영구적이면서도 무조건적으로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에 대한 공동 관리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시장 구성의 방법을 찾음으로써, 우리들은 규모의 경제라는 요청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이러한 해결책은 결국 새로운 재산권 체계의 형성과 직결된다.131) 궁극적으로 웅거는 ‘경제적?기술적 발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민주적 이상’에 대해서까지도 개방적인 실천적 대안의 핵심을, 자작농 민주주의(yeoman democracy)와 소규모의 독자적 재산권이라는 오래된 꿈으로부터 탈출시켜 줄 새로운 제도들을 우리들이 개발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웅거의 주장은 오늘날의 경제적?기술적 발전과 민주적인 방향으로의 사회변혁을 결합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시장경제에 대한 웅거의 논의 중 가장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오늘날의 생산체계의 문제점들과 위에서 언급했던 새롭게 발전된 선도적인 생산의 실천 양식(연합체적?협동적 생산양식, 포스트 포디즘적 경향 등) 간에 그가 확립한 상관관계이다.132) 이러한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웅거는 물려받은 그리고 이미 확립된 제도적 조합들(arrangements)이 ‘인간 역사의 자연법칙(natural law of human history)’이라는 고차원적인 질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들이 알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이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은 그가 추구하고 있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각 생산 영역의 종사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경제적 결정권(권한)을 부여해 줄 수 있는 경제 및 권리 시스템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가 선사해 주는 진보적인 욕구에 충실해 질 수 있다.133)


제5절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현재성

1.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대안의 필요성

(1) 프로그램적 대안

위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구조 숭배주의와 제도 숭배주의에 대한 웅거의 비판은 그의 프로그램적 주장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한 상관관계가 웅거의 구성적 사회이론이 가지는 설명적(explanatory) 측면과 프로그램적(programmatic)134) 측면을 통합시킨다. 웅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프로그램적 주장들은 현실적 제도 유형들과 관련하여 부당하게 제한받고 있는 가정들로부터 자유주의적이며 좌파적인 노력들을 해방시킴으로써, 그러한 자유주의적이며 좌파적인 노력을 재해석하고 일반화시키는 것이다.135) 여기에서 말하는 현실적 제도 유형들이란 대의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경제적 축적물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이 가정할 수 있고 또한 가정해야만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들은 과연 오늘날의 현실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2) 신자유주의

오늘날에 있어 웅거의 프로그램적 주장들은 진정으로 긴요한 것들이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사이비 과학적 성격(pseudo-scientific)을 지니는 수렴 명제(thesis of convergence)136)는 세계적으로 지적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렴 명제는 현실의 시장경제와 대의민주주의 같은 것들이 가장 최선의 단일한 제도적 유형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단정해 버린다. 이러한 제도적 유형이라는 것은 북대서양 민주주의(the North-Atlantic democracies)라는 확립된 제도들의 몇몇 변화된 형태들을 의미한다. 제3세계 및 소비에트의 영향권에 있었던 국가들에 있어 이러한 명제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137)라는 형태를 취하며, 그러한 것은 종종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위와 같은 수렴 명제는 철저한 ‘제도 숭배주의’라고 할 수 있다.138) 예컨대, 그러한 수렴 명제는 미국, 독일 그리고 일본 등지의 기업 소유?경영 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있어 그 차이성이 감소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면서도,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각기 다른 차이점들에 대해서는 승인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는 제도 숭배주의이다.
신자유주의 또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그것의 가장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유형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정통성을 가진(orthodox) 거시경제적 안정에 얽매이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139) 이러한 정통성을 가진 거시경제적 안정이라는 것은 특히 재정적 안정을 통해 실현되는 것으로서, 조세수입의 증가보다는 공공 지출(public spending)의 제한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통하여 성취되는 자유화(노동을 위한 자유화가 아닌, 상품과 자본을 위한 자유화), 생산에 대한 통치의 철회라는 측면에서의 좀 더 협소한 의미와 표준적인 서구의 사법 수용이라는 측면에서의 좀 더 광의의 의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되어지는 민영화, 그리고 정통성을 가지는 기본적인 노선이라는 측면에 있어 세부 항목들이 가지는 불균형적인 효과에 대응하도록 고안되어진 “사회 안전망(social safety-nets)”의 배치에 얽매이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사회민주주의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유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 사회 보장과 관련하여 ‘형식적인’ 사회민주적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140) 이러한 사실은 사회민주주의의 프로그램적 이상이 그것이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진보적이며 변형적인 정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141) 그러한 사회민주적 프로그램은 시장경제와 대의민주주의의 현존하는 유형들이 가지는 제도들에 도전하고 그것들을 변화142)시키는 대신에, 단순히 이제까지 받아들여져 온 구조적인 차별 및 위계질서들이 가져오는 사회적인 결과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한다.143) 이러한 보수적인 사회민주주의는, 차별 받으면서도 조직화 되어있지 않은 ‘부차적 경제부문(second economy)’에 존재하는 다수의 소외받는 자들을 배제하는 데 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모면하기 위해서, 자본집약적이고 대량생산적인 산업부문에서 일하는 ‘노동 권력(labor force)’의 상대적으로 특권화 된 지위를 옹호한다. 만일 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에 있어 내부자들과 소외받는 자들 사이의 이러한 차별이 이미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은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브라질과 멕시코 같은 제3세계 국가들에 있어서는 그것의 비중과 영향력은 더욱더 위압적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상적 사회정책(compensatory social policy)은 극단적인 불평등은 보상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불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선진 경제부문(economic vanguards)과 후진 경제부문(economic rearguards) 간에 존재하는 명시적인 차별에 기초해 있다.144)

(4) 대안의 필요성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는 오늘날의 사회민주적 프로그램을 형식화 시키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방향으로 그것의 실질적인 내용들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은 또한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145)146)147) 그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시도는 좀 더 개방적이며 탈중심적으로 자본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 주고, 구조적 개혁이라는 반복적인 실천에 우호적인 정치적 제도들을 창출 해 줌으로써 부국(富國)과 빈국(貧國) 양자 모두에게 있어 경제적?사회적 이원주의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이원주의가 존재하는 주요한 원인은 현행 제도들이 내부자들에게 부여해 주는 특권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원주의라는 것은 부국과 빈국 모두에 있어 발전된 산업 부문의 내부자(insiders)와 소외받는 자(outsiders)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을 의미한다. 발전된 부문에 있어 노동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사용자에게 대항하도록 만드는 이해관계들이 아무리 본질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발전된 부문의 노동자들과 사용자들(내부자들)은 비조직화된 노동자들(소외받는 자들) 대항하는 공통의 이익을 향유한다.
보수적 사회민주주의는 산업혁신 경영프로그램(managerial program of industrial renovation)에 대한 대조를 통하여 그 스스로를 개념정의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자본이 이동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며, 작업장에서의 협력을 촉진시켜 줄 수 있는 자본이 가지는 자유를 강화시키고자 한다.148) 위 두 가지의 목표들이 가지는 모순관계를 관리해 나가기 위하여 산업혁신 경영프로그램은 노동 권력의 분열과 같은 방책들을 이용한다. 이러한 보수적 사회민주주의는 직업 정년과 같은 것들을 통하여 자본의 과도한 유연성(hyper-mobility)을 제한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또한 보수적 사회민주주의는 생산적 기업들에 있어 이익들과 이익 보유자들(노동자, 소비자, 지역 공동체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보상을 증대시키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결과는 내부자와 소외받은 자 사이에 기존에 확립되어 있던 차별을 용인하고 더욱 강화시키는 관리 프로그램을 부추기도록 도와주는 마비상태와의 분쟁상태라는 불만의 원천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된다.

2.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 : 경제시스템 재구축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 및 사회민주주의적 경향과 관련하여, 웅거가 제시하는 경제 시스템 재구축이라는 프로그램적 대안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웅거의 경제 시스템 재구축에 대한 주장이 가지는 직관력의 핵심은 위에서 이야기한 직업 정년과 같은 것에 대한 요구를 개별 노동자-시민이 가지는 자질(resources)과 능력(capabilities)으로 대체시키려는 시도이며, 보수적 사회민주주의라는 이익보유자들의 민주주의를 생산 기회에의 탈중심적 접근이라는 진보적인 유형적 다양화로 대체 시키려는 시도라는데 있다. 이러한 기본노선의 첫 번째 항목은 모든 사람들이 이용 가능한 사회기금 계좌(social-endowment accounts)를 통하여 사회적 유산들을 보편화(generalization)시키는 것이다.149) 두 번째 항목은 전통적인 사적 재산권을 해체시키고, 그것의 구성적 요소들을 재조합 및 재배치하는 것이다.150) 그러한 다음에, 이러한 두 항목들은 민주적 정치에 대한 촉진 및 시민 사회의 독립적이며 자발적인 조직에 우호적인 제도들과 관행들에 의해 유지되어져야만 한다. 자유주의적 입헌주의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 고안물들은 위의 첫 번째 항목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것은 마치 우리들에게 친숙한 계약법과 회사법이라는 것들이 위의 두 번째 항목에 적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151)

(1) 재산권의 재편성

웅거는 긍정적인 민주적 잠재성을 근대적 법분석이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논제로부터 도출해 낸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재산권을 ‘권리의 묶음(bundle of rights)’으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재산권을 재편성하고, 그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는 권한들을 각기 다른 권리 보유자들에게 귀속시키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권리 보유자들 중에서, 전통적인 소유자로부터 승계 받게 될 자들은 기업, 노동자, 국가 및 지방 정부, 매개적인 조직 그리고 사회적 기금들이 될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사적 소유권을 국가의 소유나 노동자들의 조합적인 소유로 단순히 전환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반전은 ‘통합된(consolidated)’ 재산권의 속성152)을 변화시키지 않고 단순히 소유자의 주체성을 재정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53) 그는 세 개 층위의 재산권 구조를 주장한다. 그것은 첫째, 경제적 축적물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관련한 궁극적인 결정을 위하여 국가차원의 민주 정부에 의해 확립된 중앙 자본 기금(the central capital fund)154), 둘째, 자유 경쟁적 토대 위에서의 자본 할당을 위하여 정부 그리고 중앙 자본 기금에 의해 확립된 다양한 투자 기금들155), 셋째, 노동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기업가들의 팀들로 구성되어지는 주요한 자본 임차인들(primary capital taker)로 구성된다.156) 이러한 기초적인 체계는 경제적 성장의 조건 그리고 경제적 성장이 민주적 실험주의(democratic experimentalism)와 조화될 수 있는 조건이 가지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비전에 있어 물질적인 진보의 중심적인 문제는 협력(cooperation)과 혁신(innovation) 사이의 관계이다. 각각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각각은 서로를 위협한다. 우리의 임무는 이러한 것들의 상호적인 충돌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2) 분해된 재산권

우리는 진보주의적 좌파 전통 그리고 자유주의적 전통 모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이 ‘분해된 재산권(disaggregrated property)’와 관련한 관념을 받아들일 수 있다. 급진 민주주의적 사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웅거의 프로그램은 프루동(Proudhon)의 쁘띠 부르주아적 진보주의(petty-bourgeois)와 관련이 있다. 프루동은 ‘권리의 묶음’이라는 재산권 이론의 선구자였다. 또한 그의 고전인 『What is Property?』는 ‘통합된 재산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제공해 준다.157) 경제적 관점에 있어 웅거의 프로그램은 프루동주의, 라살레주의158) 그리고 맑스주의적 사고의 통합체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159) 프루동과 라살레(Lassalle)의 쁘띠 부르주아적 진보주의로부터, 그는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적 탈중심화’라는 관념의 중요성을 받아들인다. 또한 쁘띠 부르주아적 사회주의에 대한 맑스주의적 비판으로부터, 그는 소규모 상품 생산의 고유한 딜레마와 불안정성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론적 수용은 웅거로 하여금 국가 정치(national politics)에 대해 해방적?탈중심적 진보주의가 가지는 반감을 전환시키도록 자극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국가라는 것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웅거는 정부와 기업들간의 탈중심적 협력을 위한 주장을 발전시켰다. 그의 이러한 주장들을 몇 가지의 개혁과제들과 연결된다. 이러한 개혁과제들은 정부 부처간의 문제들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통하여 민주적 정치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며,160) 제도화된 정치적 활성화의 수준을 제고하며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또한 시민 사회의 독립적인 자발적 조직을 심화시키고 일반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전통이 가지는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웅거의 프로그램은 경제적 탈중심화와 개인적 자유 양자 모두를 진일보 시키려는 노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오늘날 형성된 조합주의적인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 경제적인 탈중심화와 혁신은 발전된 산업의 영역에서 자본과 노동의 기득권적 이익들을 보호하는데 희생되어진다. 웅거의 프로그램은, 신자유주의와 사회 민주주의가 가지는 현재의 관행에 비하여, 탈중심적인 조화와 혁신이라는 자유주의적 정신과 더 잘 부합되어진다.161)
인습적이며, 제도적으로 보수적인 자유주의는 절대적이고 통합적인 재산권을 모든 다른 권리들의 모델로서 취급한다. 즉 이러한 통합적인 재산권의 성격은 다른 권리들도 통합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도록 만들게 된다. 그러한 절대적이고 통합적인 재산권들을 각기 다른 유형의 권리보유자들 사이에서 각 구성요소로 분해되어진 재산권적 요소들의 재분배를 위한 체계로 전환시킴으로써, 웅거는 자유주의적 전통을 거부하기도 하고, 또한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좌파들이 권리라는 용어를 폐기하기 보다는 재해석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법이 네 가지 유형의 권리들을 포함해야 하는 것으로 재해석해 냄으로써, 프루동-라살레-맑스 그리고 자유주의적 전통 모두를 뛰어 넘는다. 그러한 네 가지 유형의 권리는 면제권(immunity rights)162), 시장권(market rights)163), 불안정화권(destabilization rights)164) 그리고 연대권(solidarity rights)165)이다. 이러한 권리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4장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제6절 소결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해 보자면, 웅거가 간혹 자신의 프로그램을 반자유주의적이 아닌 ‘초자유주의적(superliberal)’이라고 묘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초자유주의는 자유주의적 제도 유형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유주의적 열망을 실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복적이고 의욕적인 ‘제도적 임시 개선(tinkering)’을 강조함으로써, 민주적 실험주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자유주의와 변화되지 않는 상태의 질서 속에서 조세를 통한 분배(tax-and-transfer) 유형의 재분배에 그치게 되는 자유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들을 웅거는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1. 급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전통의 통합

우리는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들을 급진 민주주의적인 요소들과 자유주의적 전통들의 통합으로 판단해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통합은 민주적 기획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적어도 세 가지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첫째, 프루동-라살레-맑스 그리고 자유주의적 전통의 통합은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empowered democracy)’166)의 프로그램을 강화시킨다. 사회주의 패망 이후, 자유주의의 한계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고 믿을만한 대안이라고 여겨져 온 것은 바로 사회민주주의이다. 웅거는 오늘날의 사회민주주의가 중대한 결함을 가지게 된 것은 그것이 해방과 권한 부여의 방법들에 부과하는 제한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것이 전제로 하고 있는 경제 및 통치 구조의 형태로부터 위와 같은 제한적인 요소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의 형태들은 경제적 탈중심화와 경제적 유연성을 저해함으로써 우리들의 실질적인 혁신의 기회를 한정시켜버린다.167)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는 경향은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영향 하에 전개되는 사회민주주의적 주장에서 더욱 쉽게 발견된다.168)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 즉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는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일상’과 구조를 변형시키고자 하는 ‘혁명’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사회적 차별과 위계질서의 확립된 형태들을 약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이 더욱 더 완전하게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들은 개인적?총체적 권한부여의 형태들을 제공해 준다.169) 또한 이러한 것은 신자유주의 및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대안들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러한 대안들은 자유주의, 좌파 그리고 근대적 관점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의 냉전 이후의 시대에 있어 그러한 주장은 대안적 미래의 지평을 다시 열어주며, 또한 역사는 끝났다고 하는 우울한 관점으로부터 우리들을 역동적으로 구해낸다.
둘째, 그러한 통합은 부국과 빈국 모두에 있어 좌파들이 가지는 사회 변화 전략의 방향을 재설정하도록 도와준다.170) 맑스주의적 사고를 가진 좌파들이 가지는 당혹스러운 요소는 산업사회의 노동자 계급은 한 번도 사회의 주류가 되어본 적이 없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좌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조직화된 노동자들에 대한 적개심은 종종 산업 및 농업 노동자들로부터 ‘중산층(middle classes)’을 분리해 내었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중산층을 우파가 되도록 만들어 왔다. 프루동-라살레-맑스 그리고 자유주의적 전통에 대한 웅거의 통합은 급진적인 민주주의를 향한 변화의 노정에 있어 좀 더 포괄적인 연합(alliance)을 구성하는데 있어 유용하면서도 활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러한 웅거의 이론은 ‘인공물로서의 사회’라는 관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웅거의 사회이론은 ‘정돈되어있지 않은 경험(jumbled experience)’을 이론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나타낸다. 각기 다른 국가들, 계급들, 공동체들 그리고 역할들과 전통적으로 관련되어 왔던 활동들을 재결합시켜주는 실제적이고 열정적인 인간관계의 유형들을 도출해 내고, 또한 이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그는 노력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재결합과 혁신을 통하여, 우리는 실현 가능한 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총체적인 감각’을 확대시킨다. 그런 연후에 이렇게 확대된 감각은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웅거의 프로그램에 있어 제도적 조합의 결과물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웅거의 제도적 프로그램과 변화에 대한 그의 비전 양자는 개인들이 연합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통하여 서로를 강화시켜준다.

2. 프로그램적 대안론의 역동성

기본적으로 웅거의 사회이론은 오늘날의 사회이론들이 가지고 있는 ‘허구적 필연성’에 대해 논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오늘날의 사회이론들은 심층구조적인 법칙성 또는 실증주의적 성향에 매몰되어, 결과적으로 변화를 향한 사회적 대안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이론들은 오늘날의 사회적 상황, 특히 위기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설명적(explanatory) 기획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서의 규범적(normative) 대안의 성격을 가진 부분으로 이루어진다.171)172) 이러한 사회이론들은 대부분 실천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담론’적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지극히 이상적인 규범적 논리의 제공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현실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러한 사회이론이 정초하는 규범성의 근거는 ‘현실’ 위에 서있지 못하고, 오히려 ‘논리’ 위에 서있게 되어 현실과 괴리된 경향도 이따금씩 발견된다.173) 웅거의 논의에 따르자면, 이러한 경향의 오늘날 사회이론은 ‘심층구조 사회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사회이론은 통합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특정한 사회적 법칙성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발견된 법칙성은 반복적이고 불가분적인 구조들에 대한 폐쇄된 목록이나 강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심층적인 제한 요소들과 진화의 법칙들에 호소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규범적 대안의 논의 구조를 도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2)> 규범적 대안의 논의 구조

그러나 웅거의 사회이론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설명적’ 기획과 ‘프로그램적’ 대안의 부분으로 이루어진다.174) 프로그램적 대안이라는 측면에 있어 웅거의 논의는 때로는 두서없고, 때로는 일관성을 잃은 듯 느껴진다.175) 이러한 느낌은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이 가지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은 일반적인 사회이론들, 특히 우리가 ‘거대 사회이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제시하는 지금 당장 시행 가능한 유일한 대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웅거는 자신의 프로그램적 대안들을 통하여 오늘날의 사회이론들이 제시하는 규범적인 대안들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법칙성 혹은 필연성’에 호소함으로써 그 자체가 사회 변화를 향한 대안 이론으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은 ‘허구적 필연성’이 제공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그 외부를 상상하도록 고안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그의 이러한 이론적 구성은 심층구조 사회이론과는 달리 역동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프로그램적 대안’의 시도가 가지는 의미는 그의 ‘설명적 기획’176)과 ‘임시 개선작업(tinkering)’과의 상호관계 안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177) ‘설명적 기획’에 의해 도출된 문제점들은 프로그램적 대안을 설정하도록 해 준다. 이렇게 설정된 ‘프로그램적 대안’은 설명적 기획에 의해 추상적으로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도출되는 방안들을 통하여 사회는 지속적인 ‘임시 개선작업’을 하게 되고, 사회는 일상 속에서의 점진적(piece by piece)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즉 설명적 기획, 프로그램적 대안, 임시 개선작업, 이 3자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을 수행한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3)> 프로그램적 대안의 논의 구조

이와 같은 프로그램적 대안의 논의 구조는 구성요소들 상호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통하여, 허구적 필연성을 극복하고 사회적 변화에 적합한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이제 이러한 논의 구조는 사회 변화 및 발전과 관련하여 과연 법이론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제3장 반필연적 사회이론과 법분석

제1절 서설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이제 웅거는 법이론의 영역에 적용시켜 자신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해 준다. 웅거는 법, 민주주의 그리고 희망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깊게 고민한다. 비록 웅거의 난해한 감은 있지만, 한 결 같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면서도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역시 이 부분의 작업도 ‘급진 민주주의’ 또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기획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삶의 기본적 조건에 관한 의견 충돌은 고대의 정치적?철학적 경기장으로부터 벗어나 특수화된 전문직 종사자들의 더욱 협소하고 더욱 불가사이한 토론에서 형태를 바꾸어 제한적인 상태로 존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의견 충돌을 반드시 찾아내어 소생시키고, 사회적 삶의 좀 더 거대한 형태로 변형시켜야 한다.
……
이 책은 법과 법분석이라는 하나의 기술적 영역을 꿰뚫어보고, 그 내부로부터 이러한 영역을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제공한다. 민주적이고 문명화된 사회에서 법분석이라는 것이 그것의 가장 중요한 소명을 성취하기 위해 그러한 법분석은 어떻게 변화되어야하는지에 대하여 이 책은 의문을 제기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들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에 대해 논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시민들인 우리가 습득해야 할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한 주제는 필수적이고, 상황은 매우 급박하다.178)

종종 웅거와 동일시되는 비판법학운동(Critical Legal Studies movement)179), 그리고 비판법학파가 그들의 영감을 끌어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180)와 마찬가지로, 웅거의 이 저술은 우리들의 정치적 그리고 법적 제도들이 근거하고 있는 신화적인 요소들과 모순들을 폭로하려고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러한 제도들을 좀 더 해방적인 것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촉진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의 이전 저술들과 마찬가지로, 웅거는 비판 이론이 행하는 변형 작업에 ‘예견’ 및 ‘비전(vision)’이라는 것을 추가하려고 한다.181)

법률가들은 법이라는 것을 권력의 행사와 희망 속에 암호화된 이성으로 묘사해 왔다. 이러한 것은 경제학자들이 실제 시장의 경제와 그의 법칙을 합리성과 교환(reciprocity)으로 구성되는 순수한 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묘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한 것들의 속박 속에서 노래를 부름으로써, 결국 그러한 것들의 만찬을 위해 법률가들이나 경제학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희망과 통찰력은 분노와 역사적인 숭배가 소멸하는 곳에서 번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과 통찰력은 법률가들과 경제학자들을 제도적 상상력에 눈과 날개를 달아주는 작업으로 끌어들인다.182)

웅거의 법사상에 대한 독특한 공헌은 그의 분석이 가지는 깊이 및 그 광범위성과 관련이 있다. 경제적, 정치적, 사법적, 사회적, 정신적, 개인적, 해석학적(hermeneutic) 그리고 형이상학적 긴장관계가 그의 분석에는 혼재되어 있다.183) 미리 결정되어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가능성 그 자체이다. 웅거의 접근 방법은 우리의 법적?정치적 제도들이 인공물이라는 믿음에 입각해 있다. 이러한 인공물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열망이 구체화된 것을 의미한다.184) 우리들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가 떠밀려 살고 있는 맥락을 초월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능력(그리고 좀 더 함축적으로는 우리들의 필요)이라고 웅거는 주장한다. 그 자체의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한 맥락에 대하여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정치적 제도는 인공물로서의 사회가 도전과 변화에 지속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긍정하는 제도이다.185)


제2절 합리화 법분석

1. 법적 추론의 비영속성

법분석 고찰에 있어 웅거의 출발점은 어떠한 제도적 질서도 중립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186) 이러한 견지에서 파악해 본다면, 우리는 우리들이 가지는 특수한 제도적 질서를 민주주의 실현의 유일하면서도 정당한 표상으로 보편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제도적 대안의 출현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억눌린 제도적 에너지들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웅거는 법적 추론(legal reasoning)187)의 비영속성이 반드시 폭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 추론’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법적 추론이 의미하는 것은 연구와 담론이라는 형식의 가상적 연구방법이 가지는 변하지 않는 부분이며, 또한 이는 그 범위와 방법에 있어 영속적인 핵심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역사적으로 정착된 제도적 조합들이며 담론들이다. 마치 법에 관한 담론(변호사들에 의한)에 의해 법이라는 것이 영속적인 본질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법분석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사리에 맞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담론들을 다룸에 있어 합당한 질문은 ‘우리가 어떠한 형태로 그러한 것들을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것을 어떠한 형태로 변화시켜야 하는지’이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이제 현재의 제도와 관련하여 그러한 것을 지속적인 담론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또한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188)

2. 장애물로서의 합리화 법분석과 그 극복

(1) 합리화 법분석의 성격

웅거에게 있어 그러한 담론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합리화 법분석(rationalizing legal analysis)’189)이 가지는 우월성이다.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것은 이질적인 법적 표현들을 정합성(coherence)190) 있는 일련의 정책들과 원리들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191) 법적 사고의 모든 구성 요소들을 이러한 체계에 끼워 맞춰야 한다는 요구로 인하여, 법에 대한 사고방식에 있어 제한을 받게 된다. 더욱이 ‘법에 대한 사고방식’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법의 개념’으로 변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것은 규정적(prescriptive) 담론이 된다. 합리화 법분석을 통하여, 웅거는 정책 지향적(policy oriented)이고 원리 근거적(principle based)인 법적 담론의 특유한 ‘교조적’ 유형을 언급한다.192)193)194) 이러한 것은 너무나 비결정적(indeterminate)이어서 우리들의 법적 사고를 특유한 실질적 결과물들로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며, 또한 이러한 것은 특유한 신념 체계 및 파벌적 이해관계와 절망적일 정도로 얽혀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합리화 법분석이란 ‘현상 유지적 고착상태(the status quo static)’를 유지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목적으로 하는 범위 내에서 그것은 권리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복지를 증진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오직 합리화 법분석이 도전받지 않도록 해주는 현재의 제도적 조합들과 관련하여 확립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웅거의 견해에 있어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은 대의민주주의, 규제적인 시장경제 그리고 결함은 있지만 실제적인 자유 사회의 이미지를 가진 시민 사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합리화 법분석은 이러한 제도들이 단순히 자유의 다양한 실현 형태를 나타낸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일한’ 정당성을 지닌 것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오늘날 이러한 방식으로 이론화된 법분석 실무는 막대하고 증가되고 있는 영향력을 향유하고 있다. 분쟁을 방지하고, 폭력을 통제하며, 타협안을 협상하는데 몰두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것은 변호사와 하급 법원 판사들의 비교적 부차적인 부분의 실제 담론을 단순하게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은 사법 엘리트, 법 전문가 엘리트 그리고 법학계 엘리트들이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및 그것에 대하여 실제적으로 적용되어지는 상호 이해(understanding)를 증진시키는 방식에 있어 중심적인 가상적 공간을 차지해 가고 있다. 최소한 그러한 것은 위와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위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의 법에 관한 대안적 상상력의 발휘를 방해하고 있다.195)

(2) 합리화 법분석을 통한 해방과 그 한계

합리화 법분석은 해방에 도움이 되는 경향과 전체주의적인 경향을 서로 연결시킨다. 예를 들면, 그것은 미국 헌법상의 평등 보호 조항(the equal protection clause)을 통하여 억압받는 소수자들의 권리 주장을 어쩔 수 없이 허용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미국 헌법 그 자체가 설득력 있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리화 법분석은 궁극적으로 동어 반복적이다. 즉, 만일 특정한 권리나 민주적 표현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헌법 안에서 발견되어 질 것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헌법에서 발견되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196)
반차별 원칙의 발전에 있어 미국 연방 사법부와 시민 권리 운동 간에 존재했던 협력 관계와 같은 합리화 법분석을 통한 진보적인 변화가 발생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법적 제도의 기능에 우연적이고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웅거는 주장한다. 그러한 협력 관계는 그러한 것들의 목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한 진보적 변화와 관련한 운동을 장려하는 그들의 역량에 의해 현재의 법적 제도를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이 복지국가에서의 정치적 제도들에도 적용되어질 수 있다. 공적 탁아시설, 세액 공제, 구호 대상자용 식량카드(food stamps) 등은 불우한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갖출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반면에 부와 권력이 가지는 불평등을 창출해 내는 시장 경제의 구조들에 대한 도전은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합리화 법분석은 산업 민주주의가 가지는 결점들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해악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러한 합리화 법분석은 정책과 원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지만,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의적이지 않아 보이는 방식으로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며, 또한 강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가. 보수적 개혁주의

현존하는 제도들을 뒷받침해 주려는 전술적 시도라는 의미로 웅거가 ‘보수적 개혁주의(conservative reformism)’라고 명명한 세력들에 의해 합리화 법분석은 활용되어져 왔다. 그 이유는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것이 변화?실험?상상을 거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개혁주의는 평등과 민주적 기획을 옹호하지만, 현존하는 제도적 구조(framework) 안에서 집단이익을 개념 정의하고 또한 그것을 실현한다.197) 이러한 현존하는 제도적 구조라는 것은 시장, 대의민주주의 그리고 시민사회를 의미한다. 마치 합리화 법분석이 합법적으로 지켜지고 제도적으로 깊이 각인되어 온 정치적 타협점들을 뒷받침 해주기 위한 조작 가능한 제도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수적 개혁주의는 그러한 타혐점들을 정당화하고, 수정하며 그리고 강제해 내기 위한 토대를 제공해 주기 위하여 합리화 법분석에 의존한다. 그러한 타협점들이 만들어 내는 피해자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가난한 자들, 소수자들, 취약계층들이다. 이러한 자들은 결국 저항의 잠재적 원천이 된다.

나. 비관적 진보 개혁주의

위에서 언급한 저항의 잠재적인 원천들은 ‘보수적 개혁주의’와는 다른 ‘비관적 진보 개혁주의’(pessimistic progressive reformism)‘198)라는 것을 출현시킨다.199) 비관적 진보 개혁주의는 취약 계층들을 위해 법적?경제적 이익들을 취득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도구로서 합리화 법분석을 이용한다. 억압받는 정도가 심한 사람들은 물론 선의를 가진 진보적 변호사들에 의한 원조를 받는다. 또한 현재의 제도 형태에 저항하는 그러한 사람들의 에너지들은 그러한 제도 형태 속에서 각기 개별적인 승리들을 확보하는데 투여된다. 요컨대 ‘우리들의 이해관계들과 이상들은 현존하는 제도 조합들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고착화 되어버린다.’200)
웅거는,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는다. 오직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유형의 법적 담론만이 법의 지배 및 권리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은 웅거에게 있어서는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201)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에서 웅거는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의 극복에 대한 논의를 대안적인 정치적?법적 제도 유형들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3) 합리화 법분석의 극복

웅거의 기획은 단순히 합리화 법분석이 가지는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정신적 초월과 관계된 것이다. 그는 합리화 법분석의 내부에는, 그것이 의도하고 있는 목적에 천착해 볼 때, 제도적 실험을 필요로하는 미완의 민주적 기획이 은폐되어 있다고 파악한다. 결국 그의 계획은 법분석에 존재하는 은폐된 민주적 목적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그의 연구 목적은 사회의 실천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며, 또한 현재 우리의 제도적 삶이 가지는 예속성(隸屬性)과 비인격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웅거는 설명한다.202)
웅거는 법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서의 판사, 정확히 말하면 사법부의 우월성을 제거함으로써 법분석을 구해내려고 한다.203)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특수하고 예외적이며 그리고 부차적인 책임을 사법부에게 할당해 줌으로써, 우리는 반드시 사법부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 시민기구(the civic body)가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법분석의 주체(interlocutor)가 되어야 한다. 법률가(jurist)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자로서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204)205)

마치 사법부가 그것의 중요한 지위로부터 배제되어져야 하고, 그것이 가지는 목적과 한계와 관련하여 면밀히 검토되어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법적 결정의 주요한 방법인 유추(analogy)에 의한 추론(reasoning)206)도 면밀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인간이 행하는 추론의 가장 실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추적 비교(analogical comparison)는 사실이라는 측면에 있어 본질적인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들에게 특정 이해관계를 부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사실들을 분류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207)
웅거에게 보통법(common law)이라는 것은 ‘법과 관련된 현인(賢人)집단에 의한 법발견 결과의 축적과 자연적이고 안정적인 관습적 세계의 정교함을 나타내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208) 그러나 그는 재판상 추론의 모습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아직까지 간섭해 본 적이 없으며, 또한 항상 바뀔 필요도 없다고 할 수 있는 제도 및 전제들의 모호한 경계부(penumbra)’로서의 보통법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웅거는 주장한다.209) 그러한 모호한 주장들은 웅거의 저술에서 종종 나타난다. 추측컨대 이러한 것들은 의도적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둔 것인 듯하다.210) 그것은 프로그램적 대안에 대한 상상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가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개별적인 시민기구의 설립에 실패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러한 시민기구는 전통적인 사법부가 오늘날 향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민주적 책임을 지니고 있으며, 더욱 거대한 조사 권한, 재정 능력 그리고 행정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시민기구가 설립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제도적 수행기관(agent)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혀 없는 것 보다는 결함을 지니고 있는 수행기관이 존재하는 편이 더 낫다. 판사들은 종종 현존하는 것들 중 가장 좋은 수행기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은 그러한 일들을 꺼려하지 않는 유일한 수행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211)
위와 같은 기획을 통하여, 웅거는 현실을 이상과 접목시키고자 한다. 또한 그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 판사들의 역할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제도적 상상력이 불러올 시대의 법분석에 대한 그의 이상은 명백히 단순한 사법적 절차 넘어서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제3절 제도적 상상력의 전제

1. 주류적 법이론 비판

웅거는 법을 이해하는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의 접근방법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비판하면서, 기존의 주류적 접근 방법들을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첫째는 법원칙의 극단적인 비결정성 주장, 둘째는 켈젠이나 하트로 대표되는 순수 법이론적 기획, 셋째는 기능주의적 법분석, 넷째는 역사적?문화주의적 법분석이다.

(1) 비결정성의 극단화

첫 번째 비판의 대상은 비결정성의 극단화이다.212) 19세기말의 자유법운동, 20세기 초의 법현실주의 그리고 후반에 나타난 비판법학 등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사법 재량권과 법원칙의 비결정성의 문제였으며, 이들은 법원리의 유연성과 사법 재량적인 요소들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특히 이러한 접근방법은 미국의 비판법학자들에 의해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의 주장은 어떤 법적 문제들에 대해서건 정반대의 대등한 법적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법 판단이라는 것은 해결책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법은 비결정적이며,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213)
웅거는 비결정성에 대한 과격한 주장은 대부분의 경우에 다른 무언가, 즉 계획적인 사회적?문화적 비판의 캠페인으로 전환되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캠페인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없으며, 또한 그러한 캠페인의 목표를 밝혀 줄 어떠한 것도 없다는 데 있다. 그것은 막다른 길과 같다.214)

(2) 순수 법이론적 기획

두 번째 비판의 대상은 순수 법이론적 기획이다.215) 법을 분석적으로 설명하려는 기획은 법의 내용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적 논쟁이나 상이한 규칙 원리들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그 자체를 격리시킨다. 이러한 기획은 켈젠(Hans Kelsen)216)과 하트(H.L.A. Hart)217)의 법이론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법 담론 속에 얽혀 있는 것들을 풀어내려는 이들의 시도는 법에 관한 담론의 용어를 만들어 내려는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러한 용어들은 법 원칙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할 때 생성되는 법의 이념화 경향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법에 대한 순수한 분석이라는 생각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 웅거는 이러한 시도들이 사이비 과학적 편견과 결합되어 황폐해지게 된다고 비판한다. 규범적?경험적 논쟁으로부터 오염되지 않고 지적 보편성과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바로 이러한 시도들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웅거는 이러한 법분석의 오류가 방법과 개념의 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들이 구체적인 설명이나 실용적인 노력이 가지는 유용성을 배제하고자 한다면, 법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분석적 용어의 가치는 그다지 큰 의미를 던져주지 못한다. 우리는 법분석을 합리화하려는 이론이 허용하는 것을 넘어서는 현실을 필요로 하며, 순수법이론가들은 현실에 대한 이러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없게 된다.218)

(3) 기능주의적 법분석

세 번째 비판의 대상은 법과 역사를 기능주의적, 진화론적, 그리고 심층 구조적으로 설명하려는 기획이다.219) 이러한 유형의 가장 영향력 있는 좌파 이론은 정통 맑스주의220)이며, 가장 폭넓게 확산된 보수적 표현은 법의 변화에 대한 기능주의적인 경제적?사회학적(economic and sociological) 설명 유형이다.221) 이러한 접근 방법의 가장 중대한 특징은 법적 제도들의 생성과 전파를 이러한 것들이 가지는 결과들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에 있다. 또한 이러한 접근 방법은 진화 또는 수렴이라는 진화론적 이론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러한 이론이 하나의 단일한 길을 따라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된 결과를 향해 나아가거나 수렴된다는 주장이다. 웅거는 이러한 기능주의적 법분석이 결국에는 매우 다면적이고 불완전한 것으로 밝혀진다고 지적한다.222)

(4) 역사적?문화주의적 법분석 

네 번째 비판의 대상은 역사적?문화주의적 법분석이다.223) 이들은 법을 국민생활의 독특한 표현, 즉 민족전통의 표현으로 취급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링(Rudolf von Jhering)224)의 『로마법 정신』인데, 이러한 법분석의 접근방법은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불변적인 민족의 정치문화가 그 민족을 기능적으로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 속에 명시되어 있고, 법적 전통으로 발전되는 독자적이고 유기적인 생활의 형태가 법적 탐구의 중심적인 논제이며 법역사의 주요한 과제가 된다. 법이라는 것은 삶이가지는 고유한 형태의 표현이라는 생각은 통일성과 계속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법에 나타난 문화의 인위적 특성을 과소평가한다.
웅거는 이러한 역사주의적 접근방법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기능주의적 필연주의의 오류를 입증해 주는 사례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 간의 경쟁, 현실적인 성공을 위해서 전세계로부터 관행들을 수용하고 재결합시킬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압력들이 민족의 동질성이라는 관습적 내용의 핵심들을 적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동질성들은 추상적이며, 한 삶의 형태와 다른 삶의 형태 간의 경계를 명백하게 구분해 주는 일련의 안정된 관습들로부터 일탈하게 된다. 현실적인 관습들은 타협될 수 있으나, 추상적인 동질성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따라서 역사주의는 민족주의라는 자기 기만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위험한 것이 된다.225) 

2. 제도적 상상력의 전제 : 케노시스

이전의 저술들에서 웅거는 정치, 사랑 그리고 자유의 의미에 대해 광범위하게 탐구해왔지만,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에서는 비교적 세부적인 목표들을 설정하고 신중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의 법이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신중하게 목표를 겨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되는 방법을 그는 ‘케노시스(空化:kenosis)’226)라고 표현한다.

‘거대’이론의 불가능성에 관하여 도그마틱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과 과거에 그와 유사했던 사례들을 통하여 이론적인 사상이 제시하는 실현 가능한 미래를 입증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 그러나 사회에 대한 우리의 상상에 있어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으로서 설명적이고 이상적인 체계적 담론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도그마틱한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 논증들(arguments)과 분쟁들(conflicts)에 더욱 밀접한 색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영향력 있는 실천적 담론, 합리화 법분석 그리고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 등과 같은 특정한 문제에 천착한다. 그러한 논증은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들과 이데올로기들과 같은 것들로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하여 민주적 기획이라는 것처럼 전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권위를 향유하고 있는 일단(一團)의 정치적 이상들로부터 일정한 방향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에 입각하여, 이 장에서 비판되어지는 것들과 같이 일반적 이론들이 가지는 잘못된 방향설정들에 대하여 이러한 논증 방법이 가지는 태도는 케노시스라고 이름 붙여진 교부(敎父) 신학이 가지는 태도와 유사하다. 케노시스가 의도하는 결과는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readiness)라는 것이다. 그러한 비어있는 공간은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의 이상들 그리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서의 행위들로 채워져야 한다. 자각(self-consciousness)라는 것은 그것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시스템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227)

이러한 신중한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웅거는 그가 이전의 연구들을 통해 산출해왔던 많은 관념들을 다시 사용하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한다.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은 다양한 측면에서 볼 때, 웅거가 설득하려고 하는 것들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그가 설득하려고 하는 것들은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사상의 관념들과 요소들을 다시 활력을 띠게 하는 비판을 통하여 재발명 및 재결합 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4절 실현 가능한 제도적 대안의 상상

1. 방법론 : 맵핑과 비판

속박 당하지 않는 법분석에 대한 웅거의 비전은 ‘맵핑(mapping)과 비판(criticism)’의 변증법적인 실행으로 구성되어진다.228) ‘맵핑’은 제도적 구조들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말한다. 이러한 맵핑은 ‘혼합경제’, ‘대의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개념들을 그것들의 구성적 부분으로 해체(deconstruct)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중립적이고 기술(記述)적인 것은 아니다.229) 오히려 그러한 맵핑은 뒤 이어서 행해질 ‘비판’의 목적을 위해 수행되어지는 것이다.230) 다음으로 ‘비판’은 좀 더 심화적이고 심층적인 제도적 삶의 영역을 ‘맵핑’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도한다.231)

2. 대안적 미래상

맵핑과 비판의 방법을 사용하는 분석가(the mapper-critic)는 현재 우리의 제도들을 조사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웅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떠한 사회가 결과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맵핑과 비판의 방법을 사용하는 분석가가 구성하게 될 세 가지의 실현 가능한 대안적 미래상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체화 시켜 나간다. 그러한 대안적 미래상은, (ⅰ) 확대된 사회민주주의(extended social democracy), (ⅱ) 진보적 다두제(radical polyarchy) 그리고 (ⅲ) 동원적 민주주의(mobilizational democracy)이다.
이러한 세 가지 대안적 미래상을 개인들의 ‘실제 행위’가 가지는 위치를 중심으로 간단히 개관해 보자면, 우선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에 있어서 실제 행위는 개인들의 삶 속에서 수행된다. 그것은 개인들이 커지기 위해서 정치가 작아질 것을 요구한다. 둘째, 진보적 다두제에 있어 실제 행위는 권력을 계속해서 얻어가는 집단적 삶의 형식을 가지는 공동체와 조직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회에서, 개인들은 그들이 온전한 공동체적인 존재로서 일하고 번창할 수 있는 공동체들의 연합체가 되어줄 것을 사회에게 요구하게 된다. 셋째, 동원적 민주주의에서는 실제 행위라는 것이 가지는 특별한 위치가 없다. 그것은 제도적 변화라는 거대 정치와 개인들 간의 관계라는 미세 정치 양자 모두에서 정치에 활력을 부여해주고자 한다.232)
이러한 대안들은 그가 제시했던 (욕구와 이성의 관계와 같은) 화해 불가능한 이중성233)을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제시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가능한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웅거는 이러한 세 가지의 대안적 미래상을 제시하는 이유에 대해 웅거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러한 실현되어지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예언이나 청사진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단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제까지 지속되어온 선택들 또는 사회적인 선택들이 제도적으로 상상되어 확장되어진 것들이며, 임시 개선(tinkering)이라는 측면에서 사고되어지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일상적인 정치적?법적 논증에 있어 그것이 통상적으로 수행되어지기에 앞서 취해지는 몇 가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이 추상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여, 제한적 요소, 당면한 필요사항 그리고 우연적인 기회들을 압박해 내는 현장에서의 임시 개선이라는 고단한 작업을 그러한 것이 절대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법적 상상력의 그러한 확장을 통하여, 운명과 일반적 경향에 대하여 좀 더 단호하게 투쟁할 수 있으며, 우리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이 가지는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상황에 의하여 감추어진 선택사항들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전술적인 것들을 예견되는 것들과 연결시킬 수 있다.234)

(1)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확대된 사회민주주의(extended social democracy)235)는 웅거가 제시하는 첫 번째의 실현 가능한 대안적 미래상이다. 이러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는 산업 민주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의 지금의 현실과 가장 유사한 미래상이다. 이와 같은 대안적 미래상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정신은 ‘급진적 개인주의(radical individualism)’이다. 이러한 것은 개인들의 자율영역을 증대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일련의 구체적인 정책적 변화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236) 예를 들어, 직접적이고 급격한 누진 소비세(progressive consumption tax)는 저축 및 투자와 관련이 없는 자들에게 보다는 그것과 관련이 있는 자들에 대한 조세를 통하여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의 목표들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웅거는 주장한다.237) 소규모 사업에 대한 공사가 혼합된 기술적 지원, 그리고 교육 및 재훈련을 위한 정부의 원조들은 이러한 실현 가능한 제도적 지평의 또 다른 특징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위임 투표(mandatory voting), 매스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선거 운동에 대한 공적 자금의 지원과 같은 이러한 모든 것들은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발전의 실현 가능한 형식들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이러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의 미래상은 오늘날의 국가?사회 관계론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의 산업사회에서의 사회민주주의적 프로그램을 ‘권한 부여적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들이 직접적으로 국가 및 정치영역과 관련성을 구축해 가는 체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가 나타내는 국가?사회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4)>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웅거는 이러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는 내적 불안정성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적 불안정성은 확대된 사회민주주의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장애물로서 역할을 한다. 그 첫 번째 문제점은 그것이 가지는 평등주의적이며 참여적인 공약과 제도적 보수주의간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긴장관계로 인하여 확대된 사회민주주의라는 프로그램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238) 두 번째 문제점은 기회의 평등에 대한 공약과 생산에 있어서의 유연성간의 조화가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조화를 위해서는 공적 권력과 사적 생산자들 간의 새로운 연합체 형태의 발전 및 탈중심적인 자본의 분배를 위한 새로운 수단의 창출이 요구되어진다고 한다.239)
또한 정치적인 관점에서의 이러한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의 문제점은 개인들이 커지기 위해서는 정치가 작아져야 한다는 것이다.240) 즉, 궁극적으로 웅거는 정치가 위축된 이후에도 개인들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점을 제시한다. 

(2) 진보적 다두제

진보적 다두제(radical polyarchy)241)는 웅거가 제시하는 두 번째의 실현 가능한 대안적 미래상이다. 이와 같은 대안적 미래상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정신은 자유적 공동체주의(liberal communitarianism)242)이다. 즉 ‘사회를 공동체 연합의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동체는 물려받은 인종이나 종교가 아니라, 공유되어지는 경험과 참여에 기반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숙명적인 것들이라기보다는 고안된 것들이어야 하고, 부족적인 형태라기보다는 (근대적이고, 후기 낭만주의적 방식인) 혼인관계(marriages)적 형태이어야 한다.243)
지역 정부 및 교사들, 병원들의 연대(alliances)와 같은 ‘조직화된 공중(organized publics)’들에 대한 권력의 이양은 이러한 비전이 제도적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이라는 것은 민초들의 탈중심화된 절차로 변형되어야 한다. 집단들 간의 경쟁은 자격과 권리가 재정의 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웅거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전통적인 재산권의 기반 위에 형성된 권리라는 폐쇄된 성채와 같은 관념은 다양하고 중첩적인 자격이라는 개념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긴장 속에서 공존하여야 한다. 상향식 입법권력 또는 배경적 법 질서로부터 분리된 입법권력은 지속적이고 탈중심적인 실험주의에 적합한 정치적?경제적 조직이 가지는 범사회적 구조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구성되지 않은 다른 사회들로부터 올바르게 구성된 진보적 다두제를 대표적으로 구분시켜주는 요소이다.244)

이러한 견해에서, 공동체라는 것은 사회적 실리를 위해 경쟁하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적 참여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라는 것은 먼저 모두가 함께 그리고 또한 당사자 간에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과 유사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는 『Politics』에서 웅거가 제시했던 바와 같이 소규모 상품생산을 중심으로 각종 공동체가 구성되고,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 개인은 각종 결정 권한들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가 반드시 경제적인 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각종 이해관계와 관련하여 각종 공동체를 구성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에는 과거 국가 권력에게만 주어지던 권한들이 주어지게 된다. 즉 이러한 사회형태도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가능한 유형인 것이다. 이미 이러한 공동체 중심의 연합체적인 사회형태는 일부분 서구사회에서 출현하고 있다.245) 이러한 사회형태가 나타내는 국가?사회관계론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5)> 진보적 다두제의 국가?사회 관계론

그러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진보적 다두제도 앞서 언급했던 확대된 사회민주주의에서와 같은 유사한 문제점에 봉착한다고 웅거는 이야기 한다.246) 이러한 문제는 그러한 탈중심화된 조직의 부분적 특징과 집단적 생활이 가지는 속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웅거는 각 공동체가 개인의 정체성(identities)을 흡수하면 안 되고, 오히려 그러한 공동체는 사회생활의 실제 영역 중에서 강화된 상호계약을 위한 구역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공동체는 맹목적인 숙명으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마치 혼인관계와 유사한, 즉 남자 또는 여자와 그들이 선택한 배우자 사이의 관계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247)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또한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분권(devolution)과 불평등이라는 딜레마이다. 즉 다시금 등장하게 되는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권한에 의한 재분배의 실행이 요구되어지는데, 이러한 것은 분권이라는 측면과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248) 웅거는 이러한 문제가 자유적 공동체주의가 가지는 내적 허약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허약성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를 판단해 보기 위한 일종의 예시로서‘노동자 소유경영참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249) 이를 통하여 그는 전통적인 통합된 재산권 개념에 기반 한 노동자 소유경영참가는 그러한 불평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250) 즉 엄격하게 과거의 규칙에 구속된 구조가 바로 그러한 불평등이 재출현하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분명 이상에서 웅거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진보적 다두제라는 이상의 실현을 위하여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웅거는 위와 같은 진보적 다두제의 기획을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서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한 상황은 (ⅰ) 포스트 포드주의251)적인 유연한 생산과 숙련 지향적인(skill-oriented) 협력적 학습 등의 경험을 통하여 세계의 가장 성공적인 회사와 학교 등에서 이미 사회질서는 혁명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며,252) (ⅱ) 이렇게 형성된 사회질서는 독자적 거래(arm's length bargaining) 또는 작업장에서의 위계적 협력관계라는 협소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측면과 대의민주주의라는 다른 측면 사이의 거대한 중간지대를 열어 놓게 된다는 점, 그리고 (ⅲ) 오늘날 인류의 도덕적 역사에는 관용의 성장이 있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오늘날의 잠재적 요소들은 진보적 다두제를 실제 제도 속에서 실현해 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는 메시지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웅거는 주장한다.253)

(3) 동원적 민주주의

동원적 민주주의(Mobilizational democracy)는 웅거가 제시하는 세 번째의 실현 가능한 대안적 미래상이다. 동원적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은 개인들이나 공동체들 보다, 오히려 ‘사회적 총체(the whole of society)’를 선호한다. 웅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동원적 민주주의는 제도적 변화라는 거대 정치와 개인들 간의 관계라는 미세 정치 양자 모두에서 정치에 활력을 부여해주고자 한다. 그리고 정치적 권력, 경제적 자본,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핵심적 사회형성의 자원들에 대한 모든 당파적 억압들을 완화 시키고자 한다. 그러한 것은 범사회적인 정치의 장을 폐기시키거나 제한하는 것을 거부한다.254)

동원적 민주주의의 정치적 프로그램은 근대 민주주의의 지배적인 정치적?제도적 전통을 특징짓는 다음의 두 가지 제도적 기술들을 어떻게 역전시키느냐와 관련있다. 그러한 제도적 기술이라는 것은 첫째로 난관과 합의에 대한 요구를 통하여 변형적 정치, 즉 변화를 향한 정치를 저지하는 헌법적 제도들에 대한 선호를 말하며, 둘째로 시민들을 정치적 동원의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관행이다.255)
따라서 이러한 동원적 민주주의는 난관을 선호하거나 합의를 요구하는 제도들을 대신하여 정치권력의 변형적 사용과 프로그램적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헌법적 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또한 시민들의 정치적 동원에 적대적인 관행들을 대신하여 동원적 민주주의는 사회에서의 정치적 동원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동원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재구축을 통하여 생산적 자원에 접근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증대시키고자 할 것이며, 그러한 것들은 회사들 사이의 협력적 경쟁체제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256)
이러한 사회는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일정 부분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가장 단순하지만 완결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국가적인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권한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형태에서 각각의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국가 및 정치영역과 관련성을 맺게 되어 급진적인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는 반면에, 이러한 동원적 민주주의 유형에서는 각각의 개인들 보다는 총체로서의 사회가 정치적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형태가 나타내는 국가?사회관계론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6)> 동원적 민주주의의 국가?사회 관계론

웅거의 견해에 있어 동원적 민주주의는 높은 정치적 활력을 가지고 있는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제도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민주주의 유형에 있어서는 인권(human rights)과 민주적 참여에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동원적 민주주의는 자기-충족적이고, 자기-본위적인 몇 안되는 엘리트들에게 정치와 관련하여 선도적 위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위험한 결과는 연속되어지는 회의의 지루함을 꺼려하는 민중들 대부분의 희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적 민주주의를 구성해 가는 사회이론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수행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첫째, 정치적이고 사적인 억압을 포함하는 급격한 불안정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한다. 둘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문화적 도구들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257)
마지막으로 웅거는 이러한 동원적 민주주의에 대하여,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 사이의 결탁을 완화시키지 못한다면, 동원적 민주주의 하의 변형적 실험주의가 만들어 내는 좀 더 자유로운 영역은 결국 자멸적인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경고한다.258)


제5절 제도적 상상력

이러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대안적 미래상을 묘사한 후, 웅거는 이러한 것들을 향한 이행과정의 문제에 천착한다. 그의 훌륭한 분석이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이다.259) 민주주의, 정의 그리고 법에 대해 웅거가 가지는 비전의 핵심은 상상력(imagination)이다. 의사소통적 행위와 관련하여 하버마스(Habermas)가 제시하는 구조260)와 마찬가지로, 법적 자료들(legal materials)에 대한 ‘대화(conversations)’를 지속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제도를 재상상해 내려고 한다.261) 하버마스와 웅거 모두에게 있어, 우리들의 대화가 가지는 실체적 내용(substance)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민주주의로서의 의사소통에 대하여 절차주의적 관점을 공유한다.262) 좋은 담화와 나쁜 담화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설득력 있는 논증(argument)과 설득력 없는 논증 사이의 차이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와 유사하게 한 개인의 상상력은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그것은 단지 가능성의 지평일 뿐이다.

1. 합리주의와 역사주의

웅거는 합리주의(rationalism)와 역사주의(historicism) 사이에 존재하는 ‘분열적인 견해 차이’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263)

법분석과 민주주의의 대안적 미래에 대하여 고찰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와 기회는 우리 시대의 거대한 사상적 상황 속에 존재한다.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비판되어지는 법원칙(legal doctrine)의 지배적인 형식은 많은 사상적 분야에서 행하여지는 이론적 운동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우리는 그러한 것을 “합리주의는 축소시키고 역사주의는 확대시킴으로써 합리주의와 역사주의를 절충하는 운동”이라고 부른다.264)

웅거는 이러한 합리주의와 역사주의에 대하여, ‘합리주의’는 사회적 삶의 형식을 정당화하고 비판하기 위한 기초를 가질 수 있고, 논의를 통하여 이러한 기초들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전통, 문화, 사회들을 초월하는 판단의 기준을 일반화할 수 있다는 관념의 의미로 사용한다고 하며, ‘역사주의’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위치한 삶의 형식이나 담론의 보편성을 넘어서는 어떤 권위적인 판단의 기준은 없다는 관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합리주의는 축소시키고 역사주의는 확대시키는 것을 통하여 그들 사이에서 가상적인 중도적 입장을 찾고자 하는 보다 큰 지적인 운동 속에 존재하는 합리화 법분석은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만다고 이야기한다.265) 그리고 그는 이러한 합리주의와 역사주의를 절충하려는 노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합리주의와 역사주의의 중간적 위치를 찾으려는 지적인 노력은 때때로 특정한 정치적 프로그램 즉 진보적 자유주의 또는 제도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민주주의의 기획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출발에 있어서 방법론적 기획과 정치적 프로그램 사이의 우연적인 결합 이상의 것이 있는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이러한 결합은 복잡하기는 하지만 실재하는 것이다.266)

(1) 합리주의의 축소 경향

법사상의 역사에 있어서 축소되는 합리주의적 특성은 두 가지 유형의 합리주의, 즉 19세기 법과학(legal science)과 오늘날의 합리화 법분석(rationalizing analysis)으로 구별된다. 19세기의 강력한 합리주의적 접근은 전정치적인 법(prepolitical law) - 계약과 재산권의 사적 질서와 국가 행위의 제한과 관련된 법 - 과 정치화된 법(politicized law) - 정부가 사적?공적 권리들의 순수한 체계에 재분배를 위하여 개입하도록 하는 법 - 을 구별하였다. 오늘날의 약화되어지고 축소되어진 법적 합리주의는 전정치적인 법과 정치적인 법 사이의 이러한 구별을 포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순한 당파적 다툼의 산물인 법과 공적 도덕과 공적 이해를 형성하는 법을 구별하려는 시도는 유지하고 있다.267)
초당파적인 법에 대한 이러한 관념이 중립적이지 않고 결정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많은 법학자들은 그들의 작업에 있어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난 현실적인 관점으로 돌아선다. 그들은 비관적인 개혁주의를 채택한다. 또한 그들은 합리화 법분석을 고상하면서도 필수적인 성격을 가진 거짓말로 재해석한다. 그들은 다수결 정치를 통하여 발생하는 당파적인 행동을 제한하고자 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지키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집단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이렇게 법해석으로서 설득력 있게 확립된 것에 대한 순화적?교정적 개입을 제한하고, 기존의 사회 제도적 구조에 순응하려는 충동은 점차 그 특성이 변하게 된다. 현재 제도들의 필연성과 권위에 대한 믿음을 되풀이하려는 욕망은 이제 약화되었다. 법분석가가 종사하기를 희망하게 되는 제도적 역할들, 그리고 그가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재구축 작업들과 관련하여, 점차 비중을 차지해 가는 것은 제한적 요소들, 권력 및 합법성과 같은 것들에 대한 솔직한 시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법학자들은 체념적 자선(resigned benevolence)에 무의식적인 회의주의를 묶어두게 된다.268)

(2) 역사주의의 확대 경향

역사주의의 확대와 관련한 전형적인 법 형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확대되지 않은 역사주의가 가지는 미숙하고 발달되지 않은 형식을 고찰해야만 한다. 확대되지 않은 역사주의적 경향은 오늘날 법사상에서 단지 제한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며, 그것은 법사상에서 보다는 실제 법률가들의 사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확대되지 않은 역사주의는, 법이란 사회의 지배적인 도덕적?정치적 이념을 배경으로 해서 해석되어야만 한다고 가르친다. 법을 해석하고 정교화 하는 데 있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도구들을 제공하는 공통적인 문화가 존재한다.269) 그러므로 법분석가가 행하는 그의 판단 자료에 대한 언급은, 상반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그를 공통적인 문화를 묘사하는 법적 민속지학자(ethnographer)의 일종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는 그러한 법분석가에 대하여 그 자신의 인식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러한 언급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즉 그는 논란의 여지없이 문화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이 자연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만찬가지로 그는 또한 말할 뿐이라는 것이다.270)
문제는 이러한 전제된 문화의 분열과 직면했을 때, 즉 통합적인 형식 속에서 그러한 문화가 존재할 수 없게 된 경우에 발생한다. 그러한 문제는 특정한 계급 및 공동체들이 가지는 갈등적인 견해들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욕구 또는 직관, 그리고 그것의 극복을 전제로 하는 갈망 또는 환상 사이의 양면적 가치(ambivalence)를 경험한다. 역사주의의 법적 확대는 이러한 분열을 거부하거나 또는 그러한 결과를 우회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주의의 확대는 자주 공통적인 문화에서 권위적(authoritative) 부분, 즉 더 중요한 부분을 뽑아내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유는 그러한 부분이 어느 정도는 좀 더 공평하거나, 또는 자발적인 사회라는 이념을 더 구체화시켜주기 때문이다.271)

2. 합리주의와 역사주의의 절충 비판

철학자들과 법이론가들이 합리주의와 역사주의 사이의 중간적 입장을 추구할 때, 그들은 맥락(context)을 초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주의가 가지는 권위적 부분과 합리주의가 가지는 비판적 거리 및 압박을 유지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 민주주의적 프로그램의 양식을 정당화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것을 원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 있는가?

(1) 철학적 영역

합리주의와 역사주의를 절충하고자 하는 철학적 운동으로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철학 또는 사회이론으로는 미국 철학자 롤즈(John Rawls)의 민주사회에서의 중첩척 합의의 개념과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J?rgen Habermas)의 왜곡되지 않은 대화의 틀에 대한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272) 이러한 사상들 속에 존재하는 역사주의적 요소는, 특정한 믿음들은 단지 그것들이 근대 민주주의에서 번성하고 있기 때문에 권위적이라는 확신이다. 이에 상응하는 합리주의적 요소는, 근대 민주주의는 단순한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고 동등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합체라는 약속을 달성하는 구조를 가지는 사회라고 하는 관념이다. 구조의 권위는 그 구조 속에서 번성하는 신념까지 권위 있게 만든다.273)
이러한 접근이 가지는 결함은 정부, 경제, 시민 사회의 기존의 조직들이 자발적 사회에 대한 이상적인 개념을 나타내게 만드는 권위를 의문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의 어떤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부분에 저항하여야만 하는가? 우리가 이러한 질문을 하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번성하는 믿음들이 어떤 수준의 권위를 누려야할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2) 법이론적 영역

이러한 합리주의와 역사주의를 절충하고자하는 운동이 더욱 잘 나타나는 것은 바로 합리화 법분석의 영역이라고 웅거는 주장한다. 법분석에 대한 이러한 지배적 접근에 존재하는 ‘합리주의적인 요소’는 사회적 삶이 가지는 명료하고 옹호할 만한 계획의 부분적인 표현으로서 법이라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주의적인 요소’는 두 가지가 중첩되어 있다. 첫 번째는 각 법적 전통의 역사적 특수성과 차별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법학자들이 법의 내부에서 합리적인 재해석 작업을 통하여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계획을 명확하게 한 것처럼 그들이 살고 있는 시간과 장소라는 환경도 중시하라고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274)
웅거는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러한 지배적인 절충의 유형이 사회의 제도적 질서의 이상화 작업과 관련하여, 권리들과 자원들을 재배치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실제적 이해관계를 제한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275) 이러한 문제점은 제도적 질서를 비판하는 상상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정치적 프로그램들과 우리들의 정신적 이상들은 모두 현실의 사회 제도들에 매몰되어 있다.

3. 제도적 상상력으로서의 법분석

웅거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위에서 살펴본 ‘맵핑’과 ‘비판’이라는 분석방법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었다.276) 또한 그는 오늘날의 법분석의 관행이 가지는 문제점을 국가에 대한 예찬과 잠재적 도덕질서를 추구하는 경향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넘어설 것을 주장한다.

우리는 국가에 의해 부과되는 법을 그것이 가지는 일정한 강압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이것을 민주적 책임이라는 규율에 종속시키고, 개인과 집단의 자기결정의 수단들을 개념 정의하고 보호해주는 권리들을 단기정치의 의제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압과 폭력에 대한 공포와 같은 것들은 언제나 국가의 법안에 잔존한다. 잠재적 도덕질서의 추구는 그러한 것들을 증대시키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한 그러한 것들을 은폐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정부의 법(governmental law) 내부에 존재하는 내재적인 질서에 대한 추구의 대가가 가지는 다른 측면을 강조하였다. 즉 그러한 정부의 법 내부에 존재하는 내재적 질서에 대한 추구는 효과적인 비판?도전?변화에 대항하여 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회적 기본 제도를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보장에 공헌하는 합리화 법분석과 같은 사상?담론?실천의 형태를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이해관계를 좌절시키고 우리의 이상을 저버리며 또한 우리의 희망을 경시하게 된다.277)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및 그 법에 대한 예찬, 그리고 잠재적 도덕 질서의 추구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끊음으로써 우리의 국가 숭배에 대한 열망을 식히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웅거는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이보다 더 나아가서 내재적 질서라는 관념의 잔재 그 자체를 제거해야만 하며, 그렇게 하여 그 자리에 우리는 제도적 상상력으로서의 법분석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건설적 원동력을 가지는 이상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한 건설적 원동력 중 하나는 우리의 현재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는 힘 그리고 고통과 불안정성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힘을 고양시키도록 해주는 실천적 실험주의(practical experimentalism)이며, 또 다른 중대한 원동력은 개인의 자유와 자기주장에 대한 요구라고 그는 설명한다.278)
또한 이러한 법분석에 있어 이상과 같은 원동력들을 결합시키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어 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우리들의 관행과 제도, 우리들의 이상과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것들이 다른 것들과 맺는 관계를 가지고 ‘임시 개선작업(tinker)’을 기꺼이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279) 즉 이러한 작업은 현실과 이상에 대한 양가적인 고려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진정으로 현실주의자(realist)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이상가(visionary)가 되어야 한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우리의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법의 실현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사랑, 초월 그리고 조화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 우리는 투쟁적 세계에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에서 현실주의자들과 이상가들 모두는 법분석 및 상상력의 정치가 가지는 긴장관계와 맞서 싸워야 한다.280)  

우리들의 이해관계와 이상은 제도라는 십자가에 못박혀 있다. 우리들이 현실의 제도들을 좀 더 자유롭게 재구성하고 재상상하는 방법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들은 우리들의 이해관계와 이상들을 좀 더 완전하게 실현시킬 수 있으며, 그러한 것들을 좀 더 심도 있게 다시 개념을 설정 할 수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자유를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법의 세부적 요소, 경제적 제한 요소, 꽉 막힌 편견 등에서 그러한 자유를 선취해 내야만 한다. 만일 우리들이 현실적인 것들과 관련하여 가능한 것들을 감소시키는 사회과학, 그리고 권력에 신성함을 부여해주는 법에 관한 담론을 계속 신성시 여긴다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성취해 낼 수 없다. 우리가 현실주의자가 될 때야 비로소 이상가가 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이상가로 만들어야만 한다.281)

 
제6절 소결

1. 반필연적 사회이론의 구체화

이상에서 살펴본 웅거의 법분석은 그의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법이론의 영역에서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체화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관계를 일정부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각되는 측면은 반필연적 사회이론에서 발전시킨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론의 법이론 영역에의 적용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적 대안론을 통하여 웅거는 오늘날의 법분석 방법 및 법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웅거가 제기하는 법이론적 영역에서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한 측면으로는 이론과 논리에 매몰되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법이론적 경향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측면으로는 현실에만 매몰되어 문제되고 있는 상황들을 단순하게 정당화시켜버리는 법이론적 경향을 비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웅거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단순히 절충주의적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절충주의적 태도는 오히려 ‘허구적 필연성’을 산출해 내어 ‘비판적인 상상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웅거의 법이론적 설명은 이미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통하여 그가 제기했던 문제점들을 더욱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반필연적 사회이론에서는 다소 추상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명했다고 한다면, 법이론적 영역에서는 구체적인 법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사회이론 및 법이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좀 더 구체화 시킨다. 예를 들면, 『Politics』에서는 오늘날의 사회이론 및 사회상황이 가지는 허구적 필연성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프로그램적 대안론을 제시하기는 하였지만,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적 대안론은 법이론 영역의 저술인 『What Should Legal Analysis Become?』에서 합리주의와 역사주의의 절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적 방법론으로서의 ‘제도적 상상력’으로 더욱 구체화 된다. 또한 이러한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방법론은 반필연적 사회이론을 통하여 그가 제기했던 허구적 필연성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웅거의 이론을 전반적으로 조망해 보면, 사회이론과 법이론 상호간에 존재하는 피드백(feed back)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은 오늘날 사회이론과 법이론 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평가 할 수 있겠다.

2. 사회변화와 법

법이라는 것의 중심적인 기능은 사회의 분쟁해결을 통한 사회 통합성의 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 또는 법학의 사회적 역할은 사회 변화보다는 사회 안정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법의 속성으로 인하여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상당수의 맑스주의자들이 법이라는 것을 단지 토대에 종속적인 상부구조의 일부분으로 가볍게 취급하게 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웅거의 법분석에 대한 논의에서 보자면, 법이라는 것은 사회의 제도적 변화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웅거는 제도적 상상력의 실천 학문으로서 ‘정치경제학’과 ‘법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법분석에 있어 제도적 상상력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웅거는 ‘맵핑’과 ‘비판’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맵핑과 비판의 방법론은 단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순환되어지는 변증법적인 순환을 거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론은 ‘끊임없는 비판적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웅거의 방법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기존의 방법론과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비판은 웅거의 이와 같은 방법론의 형식적인 측면만을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기존의 방법론과의 차이점은 바로, 맵핑과 비판의 방법론 내부에서 ‘현실’이라는 측면과 ‘비전’이라는 측면을 결합시키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방법론은 현실 문제의 해결에만 천착할 뿐, 그러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전은 도외시 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외시 되던 비전은 바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제시를 통하여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웅거의 이론에 따르면 현상 유지적 성격의 법이 아닌, ‘변화하는 또는 행동하는 법’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웅거의 새로운 법분석 방법론은 신자유주의적 폐해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그러한 상황에 궁극적으로 봉사하는 사회민주주의 및 제3의 길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대안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웅거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제3의 길 등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라 결국에는 허구적 필연성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며, 그러한 허구적 필연성에 기반하고 있는 법이론은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방법론을 통하여 현실의 문제를 정당화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3. 프로그렘적 대안으로서의 국가?사회 관계론

웅거는 그의 급진 민주주의적 기획 또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가능한 세 가지 대안, 즉 확대된 사회민주주의, 진보적 다두제, 동원적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이러한 대안은 종국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규범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로그램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은 이미 상당부분 변화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변화되리라고 예측되는 새로운 국가?사회 관계론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상당수의 이론들은 국가와 사회의 분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원론에 기반 하여 헌법적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은 변화되는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282) 이러한 변화되는 현실 상황이라는 것은 본 논문의 서론과 위 ‘진보적 다두제’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웅거가 이미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은 유형의 현존하는 변화를 말한다.283) 결국 웅거가 비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변화되는 상황을 기존의 이원론적 틀에 맞추어 설명하려는 시도는 법분석이라는 것을 ‘합리화 법분석’의 유형으로 변화시키고 만다.
변화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급박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합리화 법분석’의 방법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새롭게 변화되는 국가?사회 관계론을 우리의 법제도 속에 반영하고, 그러한 변화를 잊혀져 있는 민주주의적 기획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웅거가 제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관한 세 가지 프로그램적 대안에 대한 상상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가 그러한 민주주의적 대안 또는 국가?사회 관계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어떠한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구체화시켜 주며, 이를 통하여 또 다른 프로그램적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웅거가 제시한 프로그램적 대안만이 유일한 결론은 아니라는 점이다. 웅거는 오히려 그러한 논의들이 활성화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의 이론적 논의들은 이미 확립된 구조 안에서만 대안을 고민하고, 결국에는 문제점들을 정당화 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그러한 이론들의 외부를 상상하지 못하는 결점을 지적한 것이다.


제4장 프로그램적 대안론으로서의 웅거의 권리론

제1절 서설

웅거가 설명적 기획과 프로그램적 주장을 병행하는 것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설명을 제공함(설명적 기획)과 동시에 거대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이상을 발전시키려는 작업(프로그램적 주장)은 그의 ‘구성적 사회이론’에 있어 핵심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누군가가 웅거가 주장하는 진보적 기획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는 프로그램적 상상력이 사회이론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구 사회에 있어 개인이 가지는 권리의 역할에 대한 웅거의 설명은 그의 주장들이 가지고 있는 설명적 부분과 프로그램적 부분이 서로를 어떻게 서로를 강화시켜주는지를 보여준다.284) 비록 웅거는 서구 사회에 있어 현상유지라는 측면에 기여하는 개인적 권리의 복합체가 가지는 중요성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웅거는 그러한 오늘날의 개인적 권리 시스템은 필연성, 효용성 또는 도덕적 우월성에 기반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재산권과 계약과 관련한 우리의 제도들은 단지 이러한 제도들이 암호화 하여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유주의적 이상을 부정하는 다른 제도들285)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개인적 권리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옹호론자들은 웅거가 ‘일탈적 요소(deviant elements)’라고 부르는 일련의 예외들 및 상반되는 의미를 가지는 원리들을 규정해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이러한 일탈적 경향은 기원적으로 본다면 전통적인 법담론 내부에서 정당화 작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지만, 만일 그러한 것들이 더욱 완전하게 발전시켜진다면 현존하는 경제적 관계 및 제도들에 대한 진보적인 대안의 토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웅거는 생각한다.286)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프로그램 속에서 그는 이러한 생각들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결과물들이 뒤에서 살펴 볼 웅거의 네 가지 새로운 권리 개념들이다.
웅거는 설명적 주장과 프로그램적 주장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우리들이 처한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오늘날 존재하는 제도적 요소들을 더욱 명확히 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과 요소들은 위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은 재산권이나 계약에 있어서의 일탈적 경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동경하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들이다. 더욱이 웅거에 따르면 오늘날의 맥락에 대한 신뢰할 만한 대안들을 상상해 내는 우리들의 능력은 자아실현과 제도적 변화라는 진보적 주장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한다. 만일 우리가 먼저 우리들을 제약하고 있는 제도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상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그러한 것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287)
웅거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를 향한 프로그램적 대안은 상당히 다양한 부분을 포괄하는 거대한 기획이다. 개괄적으로 그러한 웅거의 프로그램적 기획은 크게 '제도적 프로그램'과 '문화적 프로그램'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제도적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권리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다. 그것은 권리라는 것이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 있어 법적 논의의 핵심적 논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288) 따라서 본 장에서는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일부분으로서의 '권리 개념의 재설정'에 대해 고찰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웅거의 프로그램적 대안론이 가지는 의미와 내용들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 예비적 고찰의 단계로서, 권리 담론의 개괄적인 역사적 발전에 대해서 볼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오늘날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권리담론이 재등장하게 되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가?사회 관계론적 상황변화가 궁극적으로 권리담론의 재부흥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살펴 볼 것이다. 이를 통하여 권리담론의 오늘날의 현황과 추세를 먼저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오늘날 문제시 되고 있는 자유주의 권리담론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고, 이어서 이러한 자유주의 권리 담론에 가해지는 권리비판론은 어떠한 내용을 가지는지를 고찰해 볼 것이다. 주로 이러한 권리비판론은 미국의 비판법학자들의 작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권리비판론이 가지는 한계에 착안하여 본 장의 마지막 논의인 웅거의 권리론에 대해 논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론으로서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제2절 예비적 고찰

1. 권리 담론의 역사적 전개 개관

(1) 권리담론의 부흥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인간 및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D?claration des droits de I'homme et du citoyen)’을 통해 근대 정치 질서가 권리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후 200여년의 근대 정치는 권리의 외연과 내포를 확장, 심화시켜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의 외연을 확장시켰다는 것은 소수 부르주아에게 국한되었던 권리가 노동자계급에게, 남성에게 제한되었던 권리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성인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권리의 내포가 심화되었다는 것은 근대 초기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시민적 영역의 권리에서 정치적 영역의 권리로,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권리로까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권리의 내용이 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289)
물론 이러한 권리들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 인권의 역사가 보여주듯 권리를 박탈당했던 사람들의 권리를 얻기 위한 집합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그들은 권리의 수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혁명 당시 ‘인간의 평등한 권리’가 불평등한 구체제의 계급구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계급적, 성적, 인종적 불평등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인권’이라는 구호는 사회적 약자의 강력한 무기이자 기존의 지배질서에 대한 위협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자기정당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모든 국가는 인권의 보장과 확대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290)

(2) 권리담론의 쇠퇴

권리가 국가에 의해 제도화되면서 권리는 학문적 담론의 영역에서 점차 퇴장하기 시작하였다. 18, 19세기까지 사회사상의 핵심적 주제였던 권리가 점차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 것은, 첫째로 좌파 이데올로기적 의심의 눈길 때문이었다. 권리의 선언이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과 맞물리면서 맑스를 비롯한 사회주의자들은 대부분 인간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를 동일시하고, 시민이라는 지위에 대한 정의와 성취를 부르주아 계급과의 관련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권리를 파악함에 있어 그것이 가지는 평등주의적 잠재력을 보기보다는, 그것을 허위의식과 패배로 취급해 왔다. 따라서 권리를 사회해방의 효과적인 무기로 생각하기 보다는 혁명의 억제력으로만 생각해 왔다. 둘째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시민으로서의 지위와 권리, 즉 시민권(citizenship)은 정치적?법적 공동체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전제되었고, 이에 따라 권리에 대한 성찰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다.291) 셋째로 18세기를 시민적 권리의 시대, 19세기를 정치적 권리의 시대 그리고 20세기를 사회적 권리의 시대로 단정 지으면서 권리들의 확장을 자연스러운 것이자 동시에 역사의 불가역적인 발전과정으로 파악함으로써 권리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권리의 확장을 위한 정책이나 전략이 상대적으로 더욱 강조되었기 때문이었다.292)

(3) 권리담론의 재부흥

이러한 역사적인 상황을 지나, 20세기 후반부터 권리는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사회적?경제적 권리들을 제한하려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권리들을 방어하기 위한 저항이 권리의 영역과 내용을 논쟁지점으로 끌어내고 있는데다가 새로운 욕구의 출현과 이에 기초하는 권리투쟁이 새로운 권리의 목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293) 이와 함께, 근대적 정치의 틀을 재구성하려는 이론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이론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를 해체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새롭게 정의하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이중적 민주화(double democratization)’를 강조해 왔다.294) 그러나 광범위한 의미에서 현대 시민사회이론이라 불리는 이러한 시도들이 과연 민주주의의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또한 새로운 정치사회적 기획의 토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즉 국가의 과잉개입을 방어할 수 있는 규범적, 전략적 이론적 틀로서의 역할은 인정하지만, 과연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사회의 구성을 위한 이론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고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론과 이중적 민주화론은 경험적 차원으로 내려와 제도적 개혁을 자신의 틀 속에 포함시켜야 했고, 이것은 결국 국가와 시민사회의 접점이자 관계의 구체적인 형태인 권리의 영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295) 이처럼 권리의 문제는 21세기 초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2. 자유주의와 권리담론
 
(1) 자유주의

자유주의는 현대 정치철학에 있어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론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의 중심적 원리는 사회적 삶이라는 것은 ‘개인의 자기-강제적 권력위에 기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96) 따라서 근대 자유주의자들에게 있어 사회 구성에 관한 어떠한 개별적인 체계도 초역사적이거나 객관적인 타당성을 지닐 수는 없다. 자유주의 세계 속에서는 본래적인 인간 본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 가치, 희망 그리고 욕구들은 불가피하게 상대적인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명령 및 사회적 역할이라는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 그 자체는 ‘유일한 도덕적 의미의 산출자(author)이다.’297) 그러나 근대 자유주의자들이 가지는 중대한 문제점은 이러한 역사적 우연성에 대한 수용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도덕적 허무주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치사상이나 법사상은 사회적 행위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특정한 규제적 원리의 ‘규범적 우선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오늘날의 자유주의자들은 합리적으로 옹호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이론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298) 그러한 이론들은 그들 자체가 개인들로 하여금 각자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방시켜 주고, 어떤 단일한 형이상학적이거나 인식론적인(epistemological) 시스템이 가지는 진리에 기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이론들은, 자유주의 사회는 개인의 독자성과 개별성을 존중해야 하며, 가능한 한 사회라는 것이 자발적인 체계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299)

(2) 권리담론의 목적론적 조류

근대 자유주의의 내부에는 두 가지의 조류가 존재한다. 비록 16, 17세기의 토대가 잔존하기는 하지만,300) 그러한 토대는 전체적으로 상당부분 변화되어 왔다. 한 조류는 ‘권리(right)’는 반드시 ‘선한 것(the good)’에 예속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행위의 ‘결과’는 그것들이 보여주는 의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고 믿는 사람들이다.301) 따라서 행위의 옳음(rightness)은 그것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자들은 밀(John Stuart Mill)302)과 포스너(Richard Posner)303)와 같은 학자들을 포함하는 공리주의자들이다.

(3) 권리담론의 의무론적 조류

또 다른 조류는 ‘선한 것’에 대하여 ‘권리’라는 것이 우선성을 지닌다고 주장하면서 행위의 ‘원인’이 그것의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비록 그러한 것들이 선한 것을 극대화 시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몇몇의 행위들는 옳은 것일 수 있다.304) 이러한 견해를 가지는 권리 이론가들로는 노직(Robert Nozic)305), 롤즈(John Rawls)306), 드워킨(Ronald Dworkin)307)이 있다. 이러한 이론가들은 결과주의 및 공리주의적인 공식화(utilitarian formulations)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론들은 개인이 가지는 독자성(independence)과 통합성(integrity)에 대한 적실한 설명을 제공해 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308) 이들은 공리주의자들의 경우 수백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폭동을 잠재우기 위해 결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야 한다고 틀림없이 믿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309) 권리 이론가들에게 있어 그런 조치는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는 그러한 것은 결백한 개인의 불가침적인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또한 사람 그 자체를 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수단으로서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4) 논쟁의 문제점

이러한 논쟁은 극도로 과장된 것이다. 엄청난 지적 에너지들이 궤변적인 언사에 소모되어 진 것이다. 어떠한 신뢰할만한 도덕 이론(moral theory)도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만일 무시하게 된다면 그러한 행위는 ‘불합리하고, 정신 나간 것이 될 것이다.’310) 또한 오직 결과주의 중 극단적으로 노골적인 유형만이 본질적인 바탕 위에서 행위라는 것이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것이다. 그러한 결과주의자들이 ‘반드시 노골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마치 의무론자가 절대주의자일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311) 더욱이 이러한 두 가지 입장은 ‘개인적인 것’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벤담(Bentham)과 칸트(Kant)와 같은 이들에게 있어, ‘개인적인 이익은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이익이다’312) ‘최대 행복’이라는 원리는 개별적인 개인들로서의 사람들이 가지는 행복과 관련이 있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조류의 자유주의에 있어, 사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오직 실제적인 인간 경험의 형태로 누군가에게 결과가 발생하는 한에서만 그러하다.313)
자유주의 내부의 이러한 논쟁들은 비록 사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때로는 흥분하고 때로는 격정적이다. 공리주의자들은 현재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곧 일시적으로 그 빛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314) 더욱이, 고전적인 결과주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이론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315) 주류적인 법이론은 어느 정도 범위까지 ‘기본권(fundamental rights)’이 실현되어지고 보호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어 있다.316) 결과주의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인권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의 파괴적이고 순간적인 경향으로부터 절연되어져야 한다고 간주되어 진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가들은 인권 체제의 필요성에 동의는 하면서도, 그러한 권리의 의미와 내용에 관해서는 일치를 보지 못한다. 몇몇 이론가들의 경우, 인권이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그리고 선거의 자유와 같은 오로지 ‘정치적’ 권리들만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한다.317) 다른 이론가들은 시민들의 경제적 복지(economic welfare)를 경시하는 권리에 관한 시각은 불완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언제나 모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318)
그러나 이러한 불일치는 단순히 개념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실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권리라는 단어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충돌 속에서 수사적 무기의 일환으로 목록화되어진 것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의 이론적 그룹은 모두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선택의 결과물은 인권의 진정한 의미와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며, 또한 그들의 적대자들은 그러한 근본적인 이상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인권의 근거는 오직 그것이 완전할 정도로 추상적이고 무의미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수용되어져 왔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들을 정당화시키려 함으로써, 어떠한 것도 정당화 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319)

3. 권리비판론

(1) 비판법학과 권리비판

오늘날의 권리에 대한 논쟁적인 담론은 이데올로기적이며, 때로는 피상적인 수준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과는 달리 권리담론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강력한 비판을 미국의 비판법학운동이 제기하였다.320) 비판법학운동은 모든 사회적 제도들의 우연적 특성을 폭로하고자 하였다.321) 권리비판론은 이러한 거대한 기획의 일환으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비판법학운동은 권리에 대한 이론이라는 것은 사회적 위계질서의 잠정적인 속성을 감추려고 하는 의식적 형태 속에 존재하는 한 가지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권리비판론은 어떻게 단순한 권력이 정당한 권리가 되는지를 폭로하려고 한다. 따라서 그러한 비판은 사회적 구조에서 불가피성이라는 그들의 외형을 벗겨내는데 초점을 둔다. 고도로 추상화된 수준에서 권리비판론을 묘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에, 구체적인 수준에서 세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문제의 근원은 전체적으로 이러한 비판법학자들에게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합적 권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현실주의적 선조들처럼322), 비판법학자들은 단일한 경향을 가지는 운동이 아니다.323) 그들의 통일적 경향이라고 한다면 주류 법학적 사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자유주의적인 주류적 법학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진단방법은 물론이고 처방에 대해서도 동일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324)

(2) 비판법학에 존재하는 권리비판의 두 가지 경향

비판법학자들은 자유주의적 권리에 대하여 매우 다양한 비판들을 제기하였다. 그들의 이러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어진다. 이러한 구분은 법적 추론 및 법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비판법학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의견의 불일치의 반영결과라고 할 수 있다.325)

가. 비결정성 논거에 기반 한 권리비판론

비판법학이 가지는 권리비판론의 첫 번째 유형은 비결정성 논거(indeterminancy argument)에 기반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주의사회는 근본모순(fundamental contradiction)에 휩싸여 있다는 주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326) 이러한 모순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효용 극대화론자(maximizer)이자 효용 소비자(consumer)라는 자유주의적 관점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개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최대한의 자유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그들의 안전의 보호를 원한다. 즉 더욱 많은 자유가 허락 될수록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의 보호는 더욱 어려워진다는데 난점이 존재한다. 그러한 근본적인 모순은 명확하다. 자유는 오직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해 보인다. 개인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정치적 국가를 창설하는 것은 이러한 모순을 제도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것이 그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에 있어서, 자유와 안전 사이의 대립은 개인과 국가 사이의 대립으로 표현되어진다.327) 여기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자유의 보장을 위해 충분한 사회적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목적으로 얼마만큼의 자유가 어떠한 방식으로 제한될 수 있는가? 비판법학자들은 자유주의의 지적 역사라는 것을 본질적으로 답변 불가능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 거대하지만 결점을 지니고 있는, 따라서 궁극적으로 무의미한 시도들의 계승물로 취급한다.328)
권리에 관한 이론은 이러한 자유주의적 수수께끼에 대한 주요한 대응이어 왔다. ‘부르주아의 좋은 식탁을 차리기 위해 존재하는 하녀’처럼, 자유주의 권리이론가는 ‘좋은 융합물(good fusion)’을 쟁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개인적 권리에 대한 이론을 제공해준다.329) 국가가 모두에게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한, 누구도 그의 동료 시민 또는 국가 그 자체에 의한 지배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되어진다. 법적 권리에 대한 생각은 교묘한 방식으로 자유주의라는 퍼즐을 풀고 그것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실제 분쟁에 있어서 대립되는 당사자들은 권리라는 용어를 가지고 그들의 주장을 피력한다. 만일 어떤 메타이론이라도 심판관으로 하여금 경합하는 권리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다면, 권리 체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그러한 메타이론을 가지고 있다. 법률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논증적 기술330)은 대립적인 결과를 모두 정당화 시켜줄 수 있다. 결국 모든 법적 분쟁은 근본모순의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그러한 선택들은 정치적 분쟁에서 사용되는 도덕적?윤리적 논증의 유형들에 호소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한 권리비판적 관점은 자유주의적 법적 논증의 본질적인 정치적 속성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331)

나. 인식 논거에 기반 한 권리비판론

비판법학이 가지는 권리비판론의 두 번째 유형은 인식 논거(consciousness argument)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유형은 권리 이론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허구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는, 마치 권리라는 것이 ‘외부’에 독자적인 실재(existence)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라는 것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시민들의 집합으로 상정한다.332) 이러한 관념은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왜곡’이다.333) 또한 이러한 생각은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순수한 관점의 출현도 허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개인이라는 것을 개별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하기 때문이다.334) 이러한 류의 주장은 ‘인간이 가지는 권리’의 본질적으로 이기주의적이며 제한적인 속성에 대한 맑스의 신랄한 비난으로부터 도출되어진 것이다. 맑스는 평등, 자유 그리고 재산권이라는 권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자신에 고립되어 격리된 유목민’이라는 가정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서 파악한다.335) 이러한 권리들은 이기적인 인간상을 넘어,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 그 자체를 파악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결국에는 개인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이는 스스로 그 자신에 고립되어져 있으며, 전적으로 그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데 열중하고, 개인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개인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 안에서 그들 스스로의 자유의 실현이 아니라 그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권리인식(rights-consciousness)은 또한 정당화 기능(legitimating function)을 수행한다. 자유주의 사회는 개인적 권리들을 보장해 준다는 주장은 현존하는 사회적 위계질서의 패턴을 정당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사회적 질서에 대한 승인을 확보하는 수단이다.336)

다. 새로운 방향 설정

비판법학의 권리비판은 그 내용면에서 실질적임에도 불구하고, 이상에서 살펴본 권리에 대한 어떠한 비판적 관점도 명확할 정도로 구성적이지는 못하다.337) 이는 비판법학 운동이 주되고 비판받고 있는 현실적인 대안제시의 불가능이라는 측면과 결부되어 있는 듯하다. 이들의 견해에서 권리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바람직 스럽지 못한 것인지 여부 또는 단지 자유주의적인 권리 관점만 폐기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명확성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338)
케네디(Duncan Kennedy)는 권리이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권리의 이론적 구성은 ‘우리 문화가 해방의 결과 가지게 된 성취물’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좌파들은 권리를 끝장낼 대응이론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미래를 향한 우리의 프로그램은 과거로부터 연역되어지는 것이 아닌, 과거로부터 변증법적으로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339) 이와 같은 케네디의 견해는 웅거가 견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적 사회 대안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즉 사회의 진보를 위하여 권리라는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권리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340)



제3절 웅거의 권리론

1. 프로그램적 대안의 도출과정

(1) 권리개념 재설정과 제기되는 비판들

가. 권리 시스템

웅거에게 있어 권리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의 거대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적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영역이다. 웅거는 이러한 권리 시스템이라는 것은 제도화된 사회 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윤곽이 잡혀진 형식을 획득하게 된 사회적 삶의 유형을 의미하며, 또한 이러한 권리 시스템은 복잡화된 일련의 예측가능성들을 산출해낸다고 이야기한다.341)
그는 이러한 권리 시스템에 대한 논의에 있어, ‘국가’와 ‘시민사회’의 차별성을 약화시키며, ‘공익(common good)’에의 헌신과 ‘사적 이익’의 추구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관계를 순화시키는 제도적 구조로 재설정하고자 한다. 즉 권리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웅거는 그가 기획하고 있는 ‘급진 민주주의’ 또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기획을 실현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권리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은 웅거가 제안하고 있는 여타의 제도적 재구성과 별개의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권리의 재구성이라는 것은 오히려 다른 변화들과 관련한 필수불가결한 표현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물이라는 것은 투명하거나 자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재구성은 특수한 문제들을 제기하기 마련이며, 숨겨진 관계들을 명확히 하는 기능을 한다.342)

나. 권리 개념의 재설정에 제기되는 비판들

권리 개념의 재정의 혹은 재설정을 통하여 사회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적 기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대립되어진다.343) 웅거는 이 부분에서 긍정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법적 권리 개념의 재정의를 주장하는 프로그램적 입장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의 비판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 그러한 비판들을 통하여 그의 프로그램적 입장을 더 구체화 시킨다.344)

① 사회유형 결부론적 진보주의에 대하여

법적 권리 이론에 적대적인 첫 번째 입장은 어떠한 권리도 사회적?경제적 조직구성이 가지는 특정한 유형과 불가분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345) 이러한 특정한 유형이라는 것은 ‘자본주의’와 같이 극복될 수 있고 극복되어져야 하는 사회적 유형을 의미한다. 매우 다양한 주장들에 있어서, 법적 권리라는 것은 특정한 사회적 현실에 본질적으로 적합한 사회 규제의 유형이 된다. 그러한 특정한 사회적 현실이라는 것은 상품이나 노동의 시장에서의 교환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비록 이러한 부류의 비판자들은 위와 같은 법유지적(law-sustaining) 관행이라는 것이 광범위한 사회들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법유지적 관행이라는 것은 사회적 조직구성의 다른 유형, 특히 그러한 비판자들이 원하는 공산주의와 같은 사회적 유형과 조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 비판자들은 사회적 조직구성에 있어 실현 가능한 유형들의 제한적이고 명확한 법칙과 같은 목록이 존재한다는 생각, 즉 ‘심층구조 사회이론’의 특징적 명제에 기초해 있다. 그들은 심지어 특정한 유형의 권한을 가지는 권리, 즉 웅거가 ‘통합된 재산권’이라 불렀던 정당화되지 않는 개념정의에 직접적으로 근거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가들은 모든 법이라는 것들은 통합된 재산권과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권한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권리의 내용적인 측면 그리고 권리들이 적용되는 사회적 행위의 특징에 있어서의 차이들이 권리들이 창출되어지고 해석되어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법적 권리들이 각기 다른 법적 시스템 하에서 그 내용과 형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한다. 마치 그들은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처럼, 모든 법적 시스템 하에서 모든 법적 권리들이 순응 해야만 하는 모델로서의 ‘통합된 권리’의 ‘가상적인 지배’에 의해 현혹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346)
웅거는 위와 같은 사회유형 결부론의 입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적 주장’을 발전시킨다. 첫째,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건설을 위해서는 법적 권한들의 유형들을 내용적?형식적인 측면에서 정교화 시켜야 한다. 이러한 권한들은 서로간은 물론이고 통합된 재산권과 차별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둘째, 이러한 대안적인 권리 모델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명백히 극복하기 어려운 관념적?실제적 장애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그러한 대안 형성을 위한 실마리는 이미 현재의 법사상과 법적 실천 속에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347)

② 근대주의적?실존주의적 진보주의에 대하여

위의 첫 번째 비판이 이미 구축되어진 사회적 유형의 제한적 요소들에 천착하는 사회학적 진보주의(sociological radicalism)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두 번째 가해지는 비판은 근대주의적?실존주의적 진보주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348) 이들은 권리라는 것이 특정한 사회적 질서에 봉사한다는 이유로 그 권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특정한 제도적 질서를 성립시킨다는 이유로 권리라는 것을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들의 자유는 오직 모든 제도적 일상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서만 쟁취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우리들의 능력과 그러한 능력을 실행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정적인 사회적?정신적 맥락 간에 존재하는 부조화를 인식한다.349)
그러나 이와 같은 견해가 가지는 가장 큰 결점은 ‘맥락성이 가지는 불가피함’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결국 특정한 사회 세계에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관행들과 가정들에 의한 지배로부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와 이와 관련된 권리 시스템을 목표’로 하는 주장은 이러한 자기 패배적 상황의 잔해로부터 어떤 무언가를 구출해낸다. 즉 이러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를 향한 주장은 권력(power)과 생산(production)이 가지는 ‘변형적 맥락들’이 우리들의 맥락 파괴적인(text-smashing) 능력을 존중해 주고 장려해 주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개인적 활동과 관련한 총체적인 수단에 대하여 신중하고 자의식적인 지배력을 우리들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범위 내에서, 그러한 변형적 맥락이라는 것은 변화될 수 있다는 관념을 견지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법적 권리의 시스템은 사회라는 것을 개인적이고 총체적인 권한부여를 위하여 일상화된 사회적 삶의 무기력한 속성을 감축시키는 시스템으로 개념정의 될 수 있겠다. 이러한 일련의 법적 권한들이 가지는 세부적인 내용들은 공허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이상과 접목된다.350)

(2) 확립된 법적 권리 시스템의 문제점

가. 통합된 재산권과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

그렇다면 웅거가 문제 삼는 확립된 법적 권리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웅거가 제기하는 법적 권리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통합된 재산권이 가지는 실재적이고 가상적인 우월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351)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러한 통합된 재산권이라는 것은 그것의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에 의하여 제한받을 수 있다. 내용적인 측면을 보자면, 그러한 제한은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the principle of economic decentralization)’이다. 이러한 원리는 일정 부분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분할 비율의 배분과 관련된 것이다. 여기서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승계 및 이용 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법이라는 것은 항상 절대적인 재량행위의 제한을 인정해 왔다. 예를 들면, 계약 당사자들에 있어 법은 항상 당사자 선택과 계약기간 설정과 관련하여 절대적인 자유의 원리를 제한해 왔다.352)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은 예외적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인간 연합체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재산권과 계약으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절대적 재산권들의 공존은 실제적 문제들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이러한 것들이 보여주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 절대적인 재산권들을 동원해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능들은 대안, 즉 발전된 권리의 모델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 즉 일탈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웅거는 주장하는 것이다.

나. 경제적 탈집중화원리에 대한 통합된 재산권의 영향력

통합된 재산권은 좀 더 큰 경제적 유연성 및 좀 더 큰 경제적 탈집중화를 향하여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시장경제 유형과의 관계를 통하여 제한적 성격의 영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한다. 이러한 것은 결과적으로 영속적인 경제적 혁신의 기회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실천과 민주적 조직 구성간의 지속적인 분쟁을 야기 시킨다.353) 임무 설정적(task-defining) 직업과 임무 수행적(task-executing) 직업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이 작업장을 민주적 시민권의 행사와는 반대되는 영속적인 모델로 변모시킴과 동시에, 경제적 축적의 형식, 속도 그리고 결과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약회되어진다.
통합된 재산권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또한 비교적 ‘간접적’인 영향력도 행사한다. 추상적인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를 특정한 유형의 시장제도들을 통하여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통합된 재산권은 현재의 시장 시스템을 넘어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에 대한 구상을 철저하게 제한해 버린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분할되지 않은 경제적 주권을 중앙정부에게 양도하는 것, 또는 노동자들을 그들이 종사하는 사업의 주식 소유자서의 자격을 가지도록 하여 각 기업에 투입하는 것과 같은 상상적 대안들은 공적 자유(public freedom)와 경제적 역동성(economic dynamism)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354) 또한 기본적인 제도 선택이 마치 경제적 집중과 탈집중화의 혼합물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층구조 사회이론이라는 유물과 특유한 권리이론과 같은 주술로부터 그 자신을 해방시켜 온 진보주의자들은 어떠한 주어진 중앙집권과 탈중심화의 혼합물도 각기 다른 제도적 형태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권리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통합된 재산권이 가지는 기능적이고 가상적인 중심성은 사적 권리의 복합체(private-rights complex)의 기원과 관련된 몇몇의 패러독스의 기초가 되는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비록 수용되어진 사적 권리 시스템이 몇몇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을 종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해 주고, 그것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은 다른 권리들(복지적 그리고 시민적 권리)들과 공존하며, 그것의 명백한 의미를 폐기시키거나 전복시키는 감시체계 및 위계질서의 조직구성 방법들과 연결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수용되어진 사적 권리 시스템은 필수적인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러한 것을 대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틀림없이 전제 정치와 비효율성을 불러일으킬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부정적 편견에 대한 논박은 현행 제도들에 대한 ‘현실주의적’ 옹호론에 기반 한 부정적 편견을 거부하는 계획적인 권리 시스템에 의해서만 완성되어질 수 있다.355)

다. 통합된 재산권의 실체 없는 영향력 확장

통합된 재산권에 의하여 발생되는 영향에 대하여 편견을 갖게 하는 그러한 효과는 특정한 경제적 조직구성에 통합된 재산권이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더욱 광범위하고 더욱 실체가 없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이유는 그것은 이미 경제적 탈집중화를 향한 방법과는 거리가 먼 문제들을 다루는 권리 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러한 권리라는 것은 그것의 특수한 내용으로부터 도출되어지면, 그것은 권리에 관한 사고의 모든 영역에서 재생산되어지는 형식을 제공해 준다.356) 자본에 있어 절대적인 비율은 재산 소유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준다. 그러한 영역에서는 그의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다.357) 그리고 그러한 영역 외부에서는 그가 아무리 호소한다고 할지라도 그는 아무런 보호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권리들의 경계지점들은 주로 그것이 창출되는 순간에 법 또는 계약에 의해서 한정되어진다. 그러한 권리가 행사되어지는 관계 설정은 그것의 개념적 정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 모델의 핵심을 구성하는 자유 재량적인 행위는 제한되어질 수는 있지만 제거되어 질 수는 없다. 그러한 권리 개념의 정의는 사법판결(adjudication)의 규칙과 유사하거나 원리화된 방법에 의해서 그것의 적용과 결합되어져야 한다. 여기서 사법판결이라는 것은 개방적인 규범적 논쟁과 복잡한 인과적 분석에 대한 통제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권리의 근원은 그것의 이후 운명을 결정지을 맥락 탈피적 성격(decontextualization)과 조화되어야만 한다. 이후의 운명이라는 것은 국가에 의한 일방적인 의무의 부과, 의지가 완전히 표현된 행위 또는 이러한 두 가지가 결합물의 형태 등을 말한다.358)
이러한 틀 안에 모든 권리를 집어넣으려는 시도가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현존하는 사회적 관행의 대부분을 일관성 없는 법적 형식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들은 가상적인 제3자들 사이에서의 순간적인 계약 및 대립관계에 사로잡힌 법 자체에 근거한 계약적?불법행위적 외피들에 의해 지배받는다. 거대한 규모의 제도들 속에서의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은 온정주의적 경찰 권력의 수혜자로서 취급받거나, 자유계약 체제에 반대하는 자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광범위한 감독적 결정권(자유재량)을 최소한의 권리 체제의 외관과 결합시켜야 할 필요성은 비인격적인(impersonal) 기술적 필요성이라는 요건으로 정당화되어진다.359)
통합되어진 재산권이라는 법적 형식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영향력이 판사들과 법률가들이 재산권 체계를 유지하려는 음모를 폭로하는 것이라거나, 확립된 사회적 질서를 재생산해내는 기능적 요건들에 동기나 신념들이 무의식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권리 유형은, 그것의 가장 형식적인 측면에 있어, 불완전하지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간 연합체의 특정한 모델의 모습을 나타낸다. 법적 권리가 가지는 형식과 실질(form and substance) 속에 존재하는 다양성에 대한 완강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은, 실제적인 것들을 우상화시킨 양식(version) 중 하나이다. 그러한 양식은, 사회적 삶의 덜 실제적인 부분(민주적 시민권의 행사, 가족 및 우정과 관련된 삶)에 있어 이미 수용되어진 그러한 인간 연합체의 모델이 실제적인 제도들을 재구성하는데 있어서의 상상적 출발점을 제공해 주는 데 일정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360)

2. 프로그램적 대안 : 권리 시스템의 재구성

(1) 생성원리

웅거는 법적 형식을 부여해 주는 권리 시스템을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정부 및 경제 제도들에 불어 넣어주며, 통합된 재산권과의 대결을 피하게 해 주는 두 가지 구성적 원리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361) 이러한 생성 원리들은 본 논문의 서두에서 소개한 ‘반필연적 사회이론’에 대한 설명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웅거가 제시하는 생성원리는 권리 시스템의 재구축을 위한 제도적 프로그램의 다른 부분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본 원리이다.362)

가. 개인적 안전보장의 원리

첫 번째 기본적 구성 원리는, 도전과 충돌로 인한 제도적 조정(arrangements)으로부터의 면제시켜주고, 그리고 몇몇 개인이 다른 이들을 종속적으로 만들 가능성을 경감시켜주는 방식으로 개인적 안정보장이 확립되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원리가 나타내는 의미는 그것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개인적 안전보장, 사회적 경직성의 회피, 종속의 예방에 대한 논의로부터 도출되어 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363) 즉 오직 그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경우에만, 특히 미래의 사회 형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개인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364) 이러한 웅거의 논의는 위에서 언급한 바 있었던 사회의 변형적 맥락의 유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개인들은 충돌이 변화를 만들어 낼 때 마다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웅거는 주장한다.365) 이는 웅거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기획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다.366)

나. 부수적 원리

① 경제적 탈집중화

개인적 안전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보충하는 부수적 원리로서 첫 번째로 웅거에 의해 주장되는 것은, 사회적 자본의 가분적 비율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제도적 고안물들이 탈집중화를 향한 경제질서를 구축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앞의 반필연적 사회이론에서 설명한 바 있는 ‘부정 능력’의 증진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367) 이 지점에서 시장권(market rights)라는 것이 강조되는데, 이러한 시장권은 기존에 통합된 재산권이 도달할 수 있었던 부정 능력을 뛰어 넘는 정도의 부정가능성을 창출해 내야한다. 따라서 기존의 통합된 재산권이 가지고 있는 몇몇 특성들과 통합된 재산권에는 부족한 몇 가지 특징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시장권이라는 것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68)

② 공동체적 삶

웅거가 주장하는 두 번째의 부수적 원리는, 형식과 내용에 있어 공동체적 삶(communal life)을 특징짓는 상호 의존적 의무에 적합한 법적 권리369)를 승인하려는 노력이다.370) 웅거는 이러한 원리를 위해서는 더욱 심화된 분석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원리의 토대와 목적들이 웅거가 추구하는 제도적 프로그램의 토대와 목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웅거가 이러한 부수적 원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통합된 재산권이라는 주술에 휩싸여 있는 법이론들이 날카롭게 경계가 정해진 자유재량적 행위의 영역을 확립할 권리들을 고안해 내는 데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371)

(2) 네 가지 새로운 권리개념

가. 시장권(market rights)

시장권이라는 것은 사회의 거래 영역에서 경제적 교환을 위하여 사용되는 권리라고 웅거는 정의한다.372) 이러한 권리는 재구축된 경제의 완전하게 실현되어진 양식에서 그 자체로서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즉 이러한 재구축된 경제적 양식이란 노동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경영자들로 구성된 팀들이 조건적이고 일시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일정 부분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하여 경제적 탈집중화 및 경제적 유연성의 정도를 증진시켜주는 경제를 말한다. 위에서 새로운 권리의 부수적 생성원리로 언급된 ‘경제적 탈집중화 원리’와 관계된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 기초적인 조건을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실제로 각 개인들에게 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 줌으로써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생산 및 삶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이러한 시장권은 위에서 웅거가 제시했던 ‘통합된 재산권’의 성격을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즉 웅거가 상상하는 사회에서 형성된 ‘시장권’은 궁극적으로 기존의 통합된 재산권이 가지고 있던 다른 권리들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사회의 변형 가능성’ 및 ‘부정 능력’을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나. 면제권(immunity rights)

면제권은 집중된 공적?사적 권력의 압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총체적 결정들로부터의 배제, 그리고 극단적인 경제적?문화적 궁핍에 대항하여 개인을 보호해 주는 권리이다.373) 그러한 권리들은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가 가지는 확대된 충돌들에 의하여 근본적으로 위협받지 않는다는 정당화된 신념들을 개인에게 제공해 준다. 이러한 신념들은 그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의 조직구성에 관한 총체적인 결정 과정에 두려움 없이 그리고 역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촉진해 준다. 이러한 권리는 웅거가 언급한 새로운 권리의 생성원리 중, ‘개인적 안전보장의 원리’에 기반 해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법제상 존재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연상시킨다. 즉 웅거가 추구하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에서는 상당히 역동적인 변화와 충돌이 예상되는데, 그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권리 개념이다. 즉 이러한 권리는 일반적으로 ‘법의 지배’가 추구하는 법적 안정성을 웅거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면제권은 소극적인 측면보다는 적극적인 측면에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권한이 부여된 개인이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칠 경우 그로 인해 어떠한 위협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 불안정화권(destabilization rights)

불안정화권374)은 일상적인 충돌이 가지는 불안정화 효과에 대하여 폐쇄적이며, 그 결과 권력 및 우월성에 관한 고립된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거대한 규모의 조직들 또는 사회적 관행의 확장된 영역들을 부수고 열어 제치는 데 있어 시민들의 이익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375) 불안정화권의 면제권과의 결합은 웅거의 거대한 기획이 가지는 중심적 제도적 메커니즘과 관련한 법적 표현을 보여준다. 불안정화권은, 모든 제도들과 관행들이 비판받고 수정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는데 있어서의 집단적 이익을, 압제를 피하는데 있어서의 개인적 이익과 결합시킨다. 이러한 결합의 경험적 근거는 효과적인 저항에 대한 봉쇄는 결국 당파적 특권을 보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안정화권은 위에서 언급한 면제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각 개인 및 공동체들에게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기존의 안정적?고정적인 요소들을 조금 더 변화 가능한(유연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자유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내용으로 하는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권리라고 이해되어진다.

라. 연대권(solidarity rights)

연대권376)은 의존과 신뢰라는 사회적 관계와 관련한 법적 형식을 제공해 준다.377) 연대권과 관련된 이론의 목표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가 생성하고 유지하게 될 변형된 공동체적?개인적 관계들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프로그램의 제한적인 목표들을 넘어서는 범위를 가진다. 연대권에 명시적인 공간을 부여해 주는 권리 시스템의 확립은 제도적 변형이라는 계획의 일부분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러한 것 또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를 향한 계획과 협력해 나가는 개인적 관계들의 문화혁명적(cultural-revolutionary)변화에 공헌하기도 한다. 위에서 새로운 권리의 부수적 생성원리로 언급된 ‘공동체적 삶’과 관계된 권리이다.
이러한 연대권은 웅거가 언급한 바와 같이 웅거의 기획을 넘어서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즉 단순히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만의 실현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오늘날의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배타적인 권리의 속성을 변화시켜 사회적인 연대 및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권리 개념은 특히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가 실현될 경우, 사회적 의사결정에 있어 사회적 연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제4절 소결

1. 프로그램적 대안으로서의 권리론

웅거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제까지 형성되어 온 권리개념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기 보다는 그러한 권리 개념이 자신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프로그램적 대안에 봉사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웅거의 대안은 그의 다른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규범적 대안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적 대안이다. 기본적으로 웅거는 기존의 비판법학적 견지에서 제기된 권리개념 비판에 대해서 일정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그러한 비판법학적 입장이 구체적인 대안을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378)
웅거가 궁극적인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늘날 권리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재산권의 통합적 성격, 즉 ‘통합된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이다. 물론 모든 권리가 재산권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권이 오늘날과 같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가지는 권위는 충분히 다른 권리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적 대안론으로서의 권리는 웅거가 반필연적 사회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타의 프로그램적 대안과 연결될 때에 그 진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웅거는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안을 사회의 변형적 맥락을 유지시켜 줄 수 있으며, 그 안에서 개인이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급진 민주주의 또는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하여 그는 매우 광범위한 프로그램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권리 개념의 재설정인 것이다.
물론 웅거의 이러한 사회적 대안이 지금 당장 실현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프로그램적 대안을 통하여 오늘날 권리 개념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명확히 해 볼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맵핑과 비판에 기반 하는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방법론이다.

2. 웅거의 권리론이 가지는 현재적 의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로그램적 대안으로서의 권리 개념을 통하여 우리는 오늘날의 권리 개념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 볼 수 있다. 이것이 프로그램적 대안론이 가지는 또 다른 함의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오늘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기존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그 주된 이유는 정보재의 속성상 배타적인 소유권, 즉 사용?수익?처분 권한이 통합된 권리를 인정하기에는 부적합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적인 지적재산권법의 논의는 어떻게 하면 지적재산권에 대하여 통합된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유지시켜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지고 있다.379) 이러한 부분에서 웅거가 제기하고 있는 통합된 재산권을 극복하기 위한 권리 개념의 제시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판단된다.380)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이 있다. 주택 부문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미 100%를 넘어서고 있지만381), 오히려 집값과 임대료는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더 많은 임대주택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기도 하고, 각종 조세정책을 통하여 투기를 억제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 ‘소유와 재테크의 수단’이던 주택을 ‘임대와 공유의 대상’으로 전환 시킨다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하였다.382) 이러한 것은 웅거가 제기하고 있는 통합된 재산권이라는 문제점과 관련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상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 웅거가 제안하는 프로그램적 대안으로서의 통합적 재산권을 탈피한 권리 개념은 오늘날의 문제들을 더욱 명확히 해준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그램적 대안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문제점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여 구체화된 문제점들은 또 다시 ‘제도적 상상력’을 위한 전제로서 작용하며, 그 결과 다시 설정되어지는 프로그램적 대안을 통하여 우리는 좀 더 역동적으로 오늘날의 문제점들에 대처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제5장 결론 : 대안이론으로서의 법학


Ⅰ. 대안이론으로서의 가능성

주지하다시피, 이제까지 사회적 대안을 고민하던 많은 이론들, 특히 맑스주의 경향의 이론들 속에서의 법학의 역할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미미해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들에게 있어 법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토대의 변화에 따르는 소극적이고 부차적인 차원의 문제일 뿐이었다.383) 또한 오늘날의 자유주의 사회에 있어서도 법이라는 것은 사회 변화라는 것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은 기존의 사회이론이나 법이론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관점은 법학분야에 있어 새로운 사회적 대안, 즉 프로그램적 대안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만하다. 궁극적으로 웅거는 잘못된 현실로서 존재하는 제도적 구조를 필연적 산물로 여기면서, 그러한 구조를 정당화시켜 주거나, 또는 기껏해야 체제 유지 및 사회통합을 위한 소극적인 개혁의 주장에 머무르게 되는 사회이론과 법이론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의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궁극적으로 그러한 신자유주의의 존속에 봉사하게 되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사회민주주의적 대안(기든스의 제3의 길을 포함)을 뛰어넘는 ‘제2의 길(Second Way)’을 웅거는 주장한다. 이와 같은 웅거의 견해는 특히 법학의 영역에서 도외시되던 사회변화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다.
웅거의 이론이 가지는 핵심적인 모티브는 ‘인공물로서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웅거는 오늘날 현존하는 구조 및 제도가 역사의 필연적인 산물이 아니라 ‘우연적’이며 ‘정치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가능하게 해 준다. 특히 법이라는 측면에 있어, 이러한 인식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만일 법이라는 것을 정치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역사법칙 혹은 논리법칙의 필연적인 산물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법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대안들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기껏해야 그러한 법이 가지고 있는 결점들을 보충하는 것이 오늘날 법학의 소임으로 여기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이 가지고 있는 우연성과 정치성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공인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384) 우리는 언제든지 문제를 발생시키는 제도와 구조들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적 대안’들을 상상하고, 그러한 대안들을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통하여 현실화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웅거가 주장하듯이 이렇게 현실화된 대안이 또 다른 구조?제도 숭배주의, 즉 허구적 필연성을 지니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유연한 ‘변형적 맥락’을 유지하여 그러한 대안도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웅거는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웅거는 대단히 역동적인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역동적인 사회변화와 관련하여 법학이라는 학문분야는 새로운 방법론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Ⅱ. 새로운 법학방법론(입법학)의 가능성

우리는 웅거의 이론으로부터 법학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시사점들을 간취해 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웅거가 법이론 영역에서 ‘합리화 법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의 법분석 경향을 비판하던 것과 관련이 있다. 웅거는 이러한 합리화 법분석이 가지는 네 가지 중첩적인 기원을 ① 유추에 반하는 편견, ② 권리 체계의 고수, ③ 비관적 진보개혁주의, ④ 판사의 명령적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네 가지 중첩적 기원 중, 오늘날의 법학방법론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네 번째로 웅거가 제시하고 있는 ‘판사의 명령적 역할’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던 바와 같이, 웅거는 이러한 주장을 통하여 법분석 또는 법해석과 관련하여 과도한 권한이 판사가 주체가 되는 ‘사법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의 법학방법론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385)
근대국가의 법적 사고 하에 있어서 법학은 법을 이미 권위자로부터 부여된 움직일 수 없는 결단으로 파악하여, 그 구속의 범주 내에서 법을 구체적인 사실에 제대로 적용하고, 비록 정확하지 않더라도 현실에 가장 적합한 합리적 결론을 습득하기 위한 ‘법해석학’386)으로서 발달하였다. 이러한 법해석학 중심의 전통적인 법학방법론은 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정되어 확정되어진 객체이며, 법을 제정하고 법을 낳는 입법 그 자체에 고찰은 법학의 영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법학의 분야에서 입법론이나 입법의 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이미 법학이 아닌 정치학적인 것으로서 법학의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법학 또는 법학방법론은 대부분 ‘사법과정’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어 있다.387)
그러나 제1장 서론과 제3장의 실현가능한 민주주의 대안모델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예견되어지는 국가?사회관계론의 변화는  ‘사법과정’에 대한 논의 못지않게, ‘입법과정’에 대한 논의를 중요한 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복지국가 경향과 관련하여, 국가가 시민생활에 적극적으로 배려?개입하게 됨으로써 국가에 의한 서비스 제공, 사회계획, 경제통제, 재화의 재분배 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입법이라는 것이 증대되는 경향(법제화)을 보인다. 또한 이와는 반대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국가 경향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원리에 의해서 통치기구의 특권으로 간주되었던 형태의 (입법, 사법, 행정 등의 일부 기능을 포괄하는)권력을 사적인 조직들이 행사하게 되면서 기존의 입법방식과는 다른 입법의 내용 및 절차가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법학방법론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즉 사법과정 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 대한 고려도 법학의 영역에서 중심적인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독자적인 학문분과로서의 ‘입법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 것이다.388)
이러한 입법학의 영역에 있어, 웅거가 제시한 ‘맵핑’과 ‘비판’ 지속적인 반복을 통한 ‘제도적 상상력’은 입법학의 새로운 세부적 연구 방법으로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389) 그것은 오늘날 요구되어지는 입법학이라는 것은 단지 도구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와 맞물려 있는 성격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의 변화 경향을 좀 더 발전적인 민주주의의 경향과 결합시키기 위한 중대한 학문분과가 바로 ‘입법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Ⅲ. 한국 사회의 법이론적 경향에의 시사점

한국 사회는 서구사회와는 다르게, 현재로서는 내놓을 만한 이론적 전통이라는 것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법이론의 영역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한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법이라는 것이 근대화된 서구사회의 법을 그대로 계수 받아 발전시킨 것이라 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사회에 독자적인 법문화 또는 법전통이라는 것은 주된 논의의 대상에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법은 서구로부터 전래된 것이기에 서구의 사상이 던져주는 훈시적 내용만이 우리 사회의 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가르쳐 줄 수 있었다.
웅거는 허구적 필연성을 만들어 내는 이론들을 심층구조 사회이론과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정리한 바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또 다른 한 가지의 이론적 부류가 추가되어야 할 듯하다. 그것은 ‘서구 원조론적 사회이론 및 법이론’이다. 즉 우리의 현실이야 어찌되었든 우리에게 법을 전수해 준 서구 사회의 이론들은 그 자체가 필연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주장한다.390) 그러나 웅거의 주장을 고려해 본다면, 이들의 이론에 우리가 언제까지 필연성, 규범성 그리고 권위를 부여해 줄 것인가는 다시 한 번 고려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서구로부터 전래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의 내부로 수용되어 엄연히 우리의 현실에 적용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 속에서 법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사람들에게 법이라는 것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 ‘한국 법문화의 고유한 문법을 드러내는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겠다.391)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본 논문의 주제가 서구의 법학자를 그 주요 고찰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392)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오히려 그들의 이론이 필연적 진리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더욱 확고히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우리 사회의 변화 상황은 21세기 초엽의 현재적 시점을 주시해 볼 때, 그 변화의 정도가 무척이나 급격하고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역동성은 최근 사회적 의사소통을 더욱 활성화 시켜주는 정보통신 환경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증대되면서 더욱 더 배가되고 있다.393) 어쩌면 이러한 역동성은 아직까지 우리 현실 사회의 흐름이 특정한 관념적 전통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며,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전통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오히려 ‘허구적 필연성의 극복’과 ‘새로운 프로그램적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 본다면 우리들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 사회 현실과 법의 상호작용에 대해 우리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 허구적 필연성에 얽매이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서구 사회가 뛰어 넘지 못하는 제도 및 구조를 우리들의 ‘제도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극복해 볼 것을 고려할 시기가 다가왔다고 판단된다.



Ⅳ.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웅거의 반필연적 사회이론과 그의 법이론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매우 희망적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대안에 대한 상상이 매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이론은 우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론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의 이론에는 해결되어야 할 몇 가지의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답변되어질 때, 웅거의 이론은 실질적으로 오늘날 사회의 대안이론으로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1.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의 설득력 확보 : 웅거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는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를 거쳐 발전해 온 민주주의의 최종 귀착지점인 듯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저술 속에는 이러한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단지 그가 제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적 대안을 통하여 우리는 그러한 사회의 일면만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러한 웅거의 권한 부여적 민주주의라는 대안에 동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는 웅거가 이와 관련하여 형성해 놓은 다른 프로그램적 대안에 대해서도 쉽사리 동의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프로그램적 대안이라는 것의 속성상, 또 다른 프로그램적 대안도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프로그램적 대안이 지향하는 사회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그의 이론에 설득력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대안이론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권리 개념의 구체화 : 권리라는 것은 사실상 오늘날의 제도적?법적 담론을 지배하는 양식이다. 따라서 웅거가 새롭게 주장하고 있는 권리 개념을 통하여 우리들은 웅거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웅거의 새로운 권리 개념은 그 자신이 ‘법적 권리’라고는 주장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법적 권리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러한 네 가지의 권리 개념으로 오늘날과 같이 복잡화된 세상의 권리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의문이 남는다. 웅거의 설명대로라면, 권리 개념의 재설정은 어떠한 다른 것보다도 그의 대안 사회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웅거는 이러한 권리 개념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그의 관리개념은 오늘날의 다른 권리들과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3. 방법론의 구체화 : 웅거는 항상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고정적인 맥락을 뛰어넘을 것을 우리들에게 주문한다. 특히 이러한 것은 법이론의 영역에서 ‘제도적 상상력’이라는 법분석 방법론에 대한 주장으로 까지 확장된다. 이러한 제도적 상상력은 구체적으로 ‘맵핑’과 ‘비판’의 변증법적인 실천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설명된다. 오늘날과 같이 소위 ‘합리화 법분석’ 경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법제도적인 변화를 위하여 그러한 제도적 상상력은 필수적인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웅거는 그러한 방법론의 핵심 이념만을 설명할 뿐, 더욱 구체적인 방법론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제도적 상상력을 통하여 웅거는 우리들에게 민주주의의 세 가지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대안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도출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방법론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과연 법학의 학문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4. 다른 이론들과의 연계성 명확화 : 웅거의 저술 속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른 이론가들이 소개되지 않는다. 선해하자면, 이것은 오늘날의 사회이론이 궁극적으로 필연적인 법칙성에 매몰되어 있거나 변화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론들을 뛰어 넘고자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오히려 그의 이론을 대안이론으로서 취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도록 해 주는 가장 중대한 요인 중 하나이다. 더욱이, 트루벡(David M. Trubek)의 주장에 따르면 프로그램적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다양한 이론들이 웅거와 유사한 내용들을 주장하는데, 웅거는 이러한 이론들과의 연계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394) 또한 그는 여타의 이론들과의 연계가 오히려 웅거 자신의 프로그램적 대안의 설득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웅거의 사회이론과 법이론이 오늘날의 현실 사회에 있어 대안이론으로서 기능하기 위하여 선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난점들은 웅거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닐 수 있다. 웅거는 우리에게 오늘날 주술 속에 갇혀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이론과 법이론의 상황만을 전달해 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러한 주술을 걷어내어 좀 더 발전적인 대안을 상상하는 작업들은 각각의 사회이론가들과 법이론가들의 소임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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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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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 1994. 6. 30. 92헌가18
헌재결 1990. 9. 10. 89헌마82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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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급률 100% 돌파”, 『한국경제』, 2003년 1월 8일자
“주택보급률 내달 100% 돌파”, 『동아일보』, 2002년 10월 22일자
“주택보급률 연내 100% 달성”, 『한국경제』, 2002년 7월 9일자
“주택보급률 올해말 100% 돌파”, 『서울신문』, 2002년 3월 14일자
“정부·여당 ‘부동산정책 새 뼈대’ 윤곽 / 주택 개념, 소유에서 임대로”, 『한겨레』, 2006년 2월 6일자
“기업은 공동체다 - (1) 스페인의 협동조합기업 몬드라곤”, 『한겨레』, 2004년 2월 11일자
“기업은 공동체다 - (2) 몬드라곤의 노사관계”, 『한겨레』, 2004년 2월 18일자
“스페인 자주관리기업 몬드라곤 그룹”, 『동아일보』, 2002년 7월 15일자
“(사설)종업원 지분 참여에 대한 편견 버려야”, 『한겨레』, 2005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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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Roberto Unger's Social Theory and Legal Theory
     - concentrated on the possibility as an alternative theory -

Sim, Woo-min
Department of Law
The Graduate School
Yonsei Universsity

The main issue of this thesis is whether social theories and legal theories can play roles as alternative theorie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liberalism. To study that problem, this thesis focuses on Roberto Unger's writings, mainly because he is a well-known member of Critical Legal Studies Movement which has criticized the liberalism.
Today, the harmful effects of neo-liberalism are extending all over the world. The social democratic programs against those effects have been started to accept elements of neo-liberalism. Ultimately, social democracy comes to loose its sight of the original ideal. Most social theories, however, have not been able to suggest credible alternatives. Consequently, social theory that can play a role as an alternative theory is urgently necessary.
Up to these days, it has been regarded that legal theories contribute to the social stability. Accordingly, most legal theorists have been interested much more in "the law which rationalize the harsh realities" than "the law which behave." Nevertheless, the law has played very important role in making or changing social structure, and perhaps it will probably do. On account of these reasons, the new method for legal analysis comes to be indispensable.
Unger suggests "anti-necessitarian social theory" as an alternative theory to overcome those circumstances. In that social theory, he proposes the programs which are called "Second way" to break through both neo-liberalism and social democracy, and these programs are designed for "empowered democracy."  Programatic alternatives that Unger sets up, when compared with other social theories' alternatives, have speciality in the aspects of their dynamic character. The core motive of his social theory is to get over the "false necessity" of structures and institutions.(Chapter. 2) Unger's legal theory gives a concrete form to his social theory above. He criticizes the legal analyzing methods producing false necessity. Unger calls these legal methods "rationalizing legal analysis." He also suggests "institutional imagination" that can surmount rationalizing legal analysis.(Chapter. 3) Alternative society in his theory can be more concrete, when we inquire into Unger's "redefinition of legal rights." Moreover, through this method, we will be able to grasp dynamic characters of Unger's programatic alternatives.(Chapter. 4)
Unger's social theory and legal theory present us a shining future. The method, "institutional imagination" can be connected to "academics of legislation" that is getting more important in the post-liberal society. His theory gives a lesson to overcome "imported legal academics" which has came from the west. However, to play a role as an alternative theory, Unger's theory have to be explained much more; (ⅰ) The explanations about "empowered democracy" must be reinforced, (ⅱ) the redefinition of legal rights have to be detailed more accurately, (ⅲ) the method of institutional imagination also need to be made more elaborately, and (ⅳ) the academic relationships with other social theories which have already presented "the programatic thoughts or alternatives" must be strengthened.

 
------------------------------------------------------------------
[Key words] Roberto Unger, Critical Legal Studies, social theory, legal theory, anti-necessitarian social theory, false necessity, rationalizing legal analysis, institutional imagination, mapping,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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