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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춘추전국 묵가/병가/법가사상과 PR철학

춘추전국 묵가/병가/법가사상과 PR철학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논문
관리자  |  admi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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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1.23  2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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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00여년 전 중국은 춘추 시대다. 춘추시대 이후 진나라의 중국 통일 이전까지 전국시대가 이어진다. 과도기적 춘추전국이라는 역사에서 제자백가라 일컬어지는 사상들이 생겨나게 됐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상들 중 공중관계 활동인 PR과 가장 관련이 깊은 사상은 원시유교사상과 원시도교사상이다. 그 당시 인도에서 생긴 원시불교사상도 PR철학과 관련이 깊다. 아울러 춘추전국시대 묵가, 병가, 법가 사상도 PR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난달 19일 한국PR학회가 주최한 추계 정기학술대회에서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춘추전국시대 묵가·병가·법가 사상과 PR철학’이 그같은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의 논문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 PR에 의미를 주는 원시 동양사상
논어 속 공자님 말씀을 살펴 보면 원시 유교 사상은 순리적이며, 인간적이고, 현실에 충실한 사상이었다. 그러한 원시 유교 사상에 맞게 현대 PR은 유연·관계·가치의 철학을 가진다. 이제 현대 PR은 이윤 추구를 위한 마케팅 PR(MPR)을 넘어 가치 추구의 브랜딩 PR(BPR)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과 공중의 관계를 넘어 조직과 생태와의 관계를 배려하면서 공동체 내의 조직과 공중이라는 공동체 PR의 철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 PR은 공자님 말씀이었던 순리적 인간적 충실한 모습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그래서 순리적 유연성, 인간적 관계성, 충실한 가치에 따른 현대 PR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 실린 도의 철학 역시 주술과 거리가 먼 패러다임 전환의 커다란 철학이다. 노자 사상의 관점에서 PR이란 이기기보다 감싸는 여성성의 페미니즘 PR이며, 공중으로부터 이윤을 얻기보다 공중에게 가치를 베푸는 PR이며, 차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PR이며, 조직과 공중 간의 관계만이 아닌 생태적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PR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PR이란 조직과 공중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넘는 그물망 커뮤니케이션으로 하나의 생태적 공동체 안에서 조직과 공중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조직이 공중에게 가치를 주며 서로를 감싸는 관계 활동이다.
불교의 초기 경전인 아함경에서 알 수 있는 원시 불교사상을 살피면 불교는 연기(緣起)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매우 현실적인 세계관의 철학이다. 이러한 원시불교 철학의 관점에서 PR은 공중관계 PR만이 아닌 생태관계 PR로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공중관계 PR은 조직이 중심에서 환경을 이루는 다양한 공중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공중관계 PR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생태관계 PR에서 조직은 중심에 있지 않고 생태계 안의 인간이 그렇듯 그물망 속의 한 점에 불과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그물망 커뮤니케이션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깨달은 연기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원시 불교 사상과 생태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PR 철학이 만나는 전환점에서 PR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면, “PR은 호의적 공중 관계를 맺기 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라기보다 “PR은 지속적 생태 관계를 맺어가는 그물망 커뮤니케이션”이다.
■ 원시 묵가 사상과 PR 철학
원시유교사상, 원시도교사상과 마찬가지로 약 2,500여년 전에 생긴 원시묵가사상의 핵심을 세 가지 한자로 압축요약한다면 실(實), 겸(兼), 천(天)이다. 
● 실(實)의 사상 : 묵가사상의 기반은 실용주의, 또는 현실주의 철학이다. 그 사상의 가장 근본적인 요체는 바로 뜬 구름 잡는 이상을 배격하는 실의 사상에 있다. 묵자의 문헌에서 이러한 실의 사상을 가장 실감나게 잘 알 수 있는 부분은 절용(節用)편이다. 절용이란 비용의 절감을 뜻한다. 
● 겸(兼)의 사상 : 겸(兼)이란 더불어·함께의 뜻을 가지고 있다. 겸애(兼愛)란 더불어 사랑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것은 자기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같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이 세상의 모든 죄악은 바로 자기만 사랑하는데서 생긴다. 남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무지한데서 생긴다. 그렇게 자기만 사랑하고 남에 대해서는 아무 상관없이 무심한 것은 하나의 병이다. 싸이코패스라는 정신질환은 그러한 병의 결정판이다.
● 천(天)의 사상 : 여기서 하늘이란 천주교와 같이 신앙적인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인 표상이다. 즉 하늘의 뜻에 따라 일을 추진하고 일이 성사되어야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묵자 전편에 흐르는 이러한 하늘 중심의 사상은 천지(天志)편에 가장 직접적으로 나와 있다. 천지란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이다. 하늘의 뜻을 좇아 따르는 사람을 천자라 한다. 천자는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 그러한 하늘의 뜻은 강하고 큰 나라가 약하고 작은 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머리가 좋고 높은 사람이 아랫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다.
■ 원시 병가 사상과 PR 철학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를 말하라고 하면 대개 ‘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고 하는데,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없다. 손자는 이렇게 욕심스럽게 말하지 않고 다만 ‘知彼知己 白戰不殆’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손자는 전쟁을 미학(art of war)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미학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즉 이기기 위한 전쟁의 기술을 제시한 사람이 아니라 이기게 되는 전쟁의 철학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손자병법을 다룬 해설서(권형안 2006, 유동환b 2005, 노태준 2009)에서 가장 감명깊은 구절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런 고로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다. 전쟁하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이다.)
경쟁자보다 한 수 위에 있어야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 공중관계 활동인 PR도 마찬가지다. 공중과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루어 가려면 경쟁자보다 한 수 위에서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시시하게 쩨쩨하게 경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승리하게 된다. 승리 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승리라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경쟁을 넘는 경쟁미학이다. 또한 마케팅의 미학이며, PR의 미학이기도 하다.
■ 원시 법가 사상과 PR 철학
법가 사상이란 순자처럼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기 때문에 인치나 덕치가 아니라 철저한 법치에 의해 강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비자의 법치주의 사상 안에는 노자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가령 노자도덕경 63장에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한비자는 이러한 문구를 비유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千丈之堤, 以?蟻之穴潰 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즉 천길의 강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고 백척의 큰집도 굴뚝연기로 불탄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매사에 세심하고 치밀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법가 사상은 PR의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의 문제와 관련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원시유교나 원시도교, 원시불교 사상은 개념적으로 PR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은 되나, 그렇다면 PR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비자의 법가 사상에 대해 나라를 움직이는 방법적 시스템이라고 할 때, 이러한 해석을 PR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R이 제대로 되려면 널리 알리는 홍보 시스템이 아니라 다양한 공중관계 시스템을 순리적으로 갖추는 일이 PR의 도(道)이고, 또한 PR의 법(法)이다. 다양한 공중관계 시스템이란 공중별 PR을 위한 시스템이다. 내부 직원이라는 공중과의 관계, 협력업체라는 공중과의 관계, 소비자라는 공중과의 관계, 투자자라는 공중과의 관계, 지역사회 주민이라는 공중과의 관계, 정부 공무원이라는 공중과의 관계, 네티즌이라는 공중과의 관계, 언론사 기자라는 공중과의 관계 등… 이러한 다양한 공중들과 지속적으로 호의적 관계를 이루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PR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된다. 
결론적으로 사변화 이전의 원시 유교사상은 유연한 인간관계, 주술화 이전의 원시 도교사상은 물처럼 흐르는 순리, 신앙화 이전의 원시 불교사상은 세상만사 얽히고 설킨 연기의 철학이었다. 묵가 사상은 안을 채우는 충실, 병가 사상은 이기게 되는 결과, 법가 사상은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의 철학이었다. 이러한 여섯 가지 동양사상의 키워드를 사용해 PR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PR은 그물망 안에서 서로 緣起 되어진 공중들과 지속적 關係를 順理에 따라 이루어 가기 위해 먼저 속을 充實히 한 후 다양한 공중들과의 관계 方法을 마련하여 경쟁에서도 이기게 되는 結果를 가져오는 활동이다.”
■ PR 철학의 패러다임 전환
원시 유교사상 등 동양사상들은 PR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PR에 대한 지침을 열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널리 홍보하기보다 가까운 관계부터 맺어 가라.PR은 홍보와 전혀 다르다. 널리 알리는 홍보는 단지 노출을 많이 하도록 해 전달을 잘 하면 되지만, 공중관계인 PR은 더 복합적이며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PR이 잘 되려면 멀리 있는 공중보다 가장 가까운 내부직원, 협력업체 등의 공중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 가야 한다. PR은 외부로 알리는 활동이라기보다 내부에서부터 먼저 공감이 가도록 지속적으로 이루어 가는 활동이다.
2. 허상적 이미지를 꾸미기보다 실체적 밸류를 가꿔라.
PR에 대한 가장 커다란 오해는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미지란 실제와 상관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 허상이기 쉽다. PR은 이미지를 겉으로 좋게 해 멋지게 꾸미며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안으로부터 내부의 가치를 충실히 가꾸어 가는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밸류 빌딩인 셈이다. 이는 실속을 중시하는 묵가 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PR의 키워드는 이미지가 아닌 밸류이다.
3. 입소문을 내려 하지 말고 입소문이 나도록 하라.헛소문과 입소문은 다르다. 헛소문(rumor)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헛되게 퍼지는 것이라면 입소문(mouth to mouth)은 실제로 써 본 사람의 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귀로 들어가 차례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입소문이란 인위적으로 내려고 해서 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나게 되는 것이다. 입소문이 나는 것은 실제로 써 본 사람이 좋은 가치를 통해 좋은 체험을 하고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을 때이다.
4. 쌍방향 공중관계보다 그물망 생태관계를 배려하라.
정통적인 PR의 관점에서 조직과 공중 간의 쌍방향 균형은 가장 이상적인 상태이다. 하지만 쌍방향 균형은 단지 조직과 공중 간의 관계일 뿐이다. 불교의 연기사상을 수용했을 때 PR은 더욱 포괄적이며 전반적인 관점을 취하게 된다. 조직과 공중은 모두 관계망인 그물망에 걸쳐 있는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물망에 속해 있는 모든 점들은 고정된 하나의 중심 없이 모두 얽히고 설켜 있는 관계에 있다.
5. 튀는 독창성보다 끌리는 진정성을 가져라.독창성은 다른 것들과 차별화 되는 것이다. 차별화 되면 남들보다 튀게 된다.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크리에이티브이다. 하지만 광고에서건 광고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PR에서건 독창성(creativity)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즉 진심이 느껴져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성이 있으면 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진정성 없는 독창성은 사기에 불과하다.
6. 이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이기게 되는 결과를 얻어라. PR은 승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PR은 싸움(戰)에서 이기기 위한 꾀(略)인 전략이라는 말과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PR이 추구하는 것은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손자가 전쟁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에서도 결국 싸움의 경쟁에서 벗어나면 결과적으로 이기게 된다.
7. 이윤을 얻는 MPR보다 가치를 주는 BPR을 하라.기존의 CPR(Corporate PR)이 머릿속의 호의를 얻는 것이라면, 1991년에 새롭게 생긴 MPR(Marketing PR)은 마케팅 상의 실제적 이윤 얻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MPR은 기업의 목표에 부합되므로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PR은 이윤을 얻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가치를 주기 위한 활동이다. 여기서 가치란 브랜드를 뜻한다. 그래서 BPR(Branding PR)은 가치를 주는 PR이다. 
8. 거창한 뉴스꺼리보다 생생한 이야기꺼리를 찾아라.널리 알리는 홍보를 위해 언론홍보가 중요하다. 그래서 보도자료를 기자에게 제공하는 PR(Press Release)를 통해 대중매체에 공표(publicity)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거창한 뉴스거리의 보도자료를 기자에게 주려고 한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그런 뉴스거리는 별 뉴스가치가 없을 수 있다. 대신에 의미있고 흥미있는 생생한 이야기꺼리가 담긴 보도자료는 끌리게 되어 보다 비중있는 기사로 다루어지기 쉽다.
9. 집중적 정보전달보다 지속적 상호작용에 힘써라.커뮤니케이션이란 쌍방적 의사소통을 뜻하는데, 일방적 의사전달로 이해하기 쉽다. 집중적으로 우리의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성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그것도 단지 일시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PR이 추구하는 관계는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10. 다양한 공중관계 시스템을 실제로 갖춰라.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루어 가는 PR 마인드와 철학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것이 구현되려면 다양한 공중들과의 관계 시스템이 방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법가 사상이 치밀하며 세심한 시스템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 방법과 같은 맥락이다. PR은 복잡하며 입체적이고 전반적인 영역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넓고 깊이 생각한 후에 마인드(Philosophy) 기반의 관계 시스템(method)이 작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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