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4단설에 대한
주자의 주석 - 김기현 致知
2008/09/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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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조선조를 뒤흔든 논쟁>> 상, 길, 2000
p.106
주자의 맹자학 이해를
비판하는 유가들은, 우선 맹자는 측은지심·수오지심 ··· 등처럼 측은·수오·사양·시비를 심이라 말했지 정이라 말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주자는 맹자의 성선설을 자신의 유학사상의 근간으로 삼은 충실한 맹자학자이지만, 그의 맹자학 이해는 전적으로 자신의 철학사상에
의거하여 있다. 주자 자신의 심성론에서는 측은·수오·사양·시비는 정이지, 결코 심이 될 수 없다. 주자에서 심은 정과는 별개의 것이다.
...
'端'의 해석
문제
p.107사단과 인의예지의 관계를 맹자가 '단'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크게 양자의 관계를 '불과 연기의 관계'로 보느냐 아니면 '수면 아래의 빙산과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과의 관계'로 보느냐로 갈라진다.주자학파의 학자들이 4단을 인의예지라는 '불'의 연기로 간주하면서, 연기를 통해 불이 존재함을 긍정하고 연기가 제대로 잘 피어오르게 함으로써 불의 가치를 더욱 빛내자는 해석을 취하는 반면에, 다른 주석가들은 4단이 곧 인의예지라는 '빙산'의 일각이므로 평소에 빙산을 자꾸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해석을 취한다. 결국 심·성·정을 동체로 보느냐 3분하여 보느냐에 따른 차이이다. ...
'端'에 대한 주자의
해명
p.108주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공손추 상>편의 4단론은 공부(도덕 수양)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단'이라고 말하였으나, <고자 상>편에서는 도덕의 본체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단'을 생략하였다는 해명이다.한대의 <<맹자>> 주석가인 조기와 송명 심학파, 현대 신유가, 한국의 정다산 등은 정반대로 해명한다. 본래는 사단지심과 인의예지가 동체이므로 굳이 '단'을 말할 필요는 없으나, 구체적으로 공부의 요령을 말하고 있는 <공손추 상>편에서만큼은 우리가 사단지심을 한 끝으로 붙들고서 계속 그 몸통을 드러내야만 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하게 '단'을 말하였던 것 뿐이라고 해명한다. ...p.109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4단과 인의예지의 관계를 호주머니 밖으로 한끝이 나와 있는 손수건의 일부와 호주머니 안의 손수건 전체와의 관계처럼 연속의 관계로 보느냐 아니면 연기와 불의 관계처럼 불연속의 관계로 보느냐 하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주자학 바깥의 주석가들은 어느 쪽을 택하든 맹자의 4단설에 대한 그들의 해석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주자의 경우에는 양자의 관계를 반드시 불연속의 관계로 말해야만 하는 제약이 있다.
맹자식 논법과 정자식
논법
p.110주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두 가지 논법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나는 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순수하게 인의예지의 성 그 자체만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와의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성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성 또는 선만을 가리켜 말하는 전자의 논법을 여기서는 "오로지 ~만을 가리켜 말한다"고 말하고 맹자의 인성론을 그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으며, 성과 기, 또는 선과 악을 겸하여 말하는 후자의 논법을 "~까지를 겸하여 말한다"고 말하고 정자의 인성론을 그 대표적 예로 들고 있다. ...저자(즉 발언자)의 발언 맥락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두 가지 논법의 문제는... 사단칠정 논변에서 줄곧 문제가 되므로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퇴계는 자신의 사칠 해석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본래 이 두 가p.111지 논법이 있음을 들고 집요하게 제기하지만, 고봉이나 율곡은 이 두 논법이 퇴계의 사칠 해석을 지탱해주는 근거로 취해질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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