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명 기*
아시아는 세계다
왕후이(汪晖), 송인재 옮김, 글항아리, 2011
(汪晖, 亞洲視野, 牛津大學, 2010)
왕후이는, 이론적으로 그리 엄밀한 개념이 아니라
고 하면서도 역사적 뿌리가 풍성한 ‘트랜스시스템사회trans-systemic
society’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트랜스시스템사회를 “서로 다른 문명․종교․종족․집단 및 기
타 시스템을 포함하는 인간 공동체이거나 사회 연결망”(409쪽)으로 설
명하면서 “각 시스템이 상호 침투하고 사회 연결망을 구성하는 특징을
더욱 강조한다.”(410쪽)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진행되는 문
화ㆍ정치 등 각종 차원의 트랜스내셔널, 트랜스로컬, 트랜스에스닉 활동
은 결국 경제활동의 역량으로 포섭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트랜스시
스템사회는 이와는 정반대로 “서로 다른 문화, 종족집단, 지역이 교류ㆍ
전파ㆍ병존하면서 서로 연관된 사회 형태와 문화 형태를 형성한다”(9쪽)
고 주장함으로써 대립관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원문보기
archive.locality.kr/z/docdownload.php?d=1833
-------------------------------------------------------------------------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498226.html
중국 대표 지식인 왕후이 ‘아시아는 세계다’ 출간
문화 교류·융합으로 만들어진 사회
유럽중심주의 넘어 중 근대사 풀이
지난 4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황해문화>, <한겨레>와 함께 연 사회토론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왕후이(사진)는 중국의 사회발전 노선을 독립자주적인 모델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한겨레> 4월28일치 23면) 개혁개방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신좌파 지식인은 도대체 어떤 경로를 거쳐 ‘중국 모델’을 강조하게 됐을까?여기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왕후이가 지난 15년 동안 썼던 논문 여섯편을 모은 <아시아는 세계다>(글항아리 펴냄)는 그동안 왕후이가 거친 사상적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 중심주의적 역사 서사에 제동을 걸고 중국과 인접국가들의 관계를 독자적으로 풀이해내는 등 기존 ‘신좌파 지식인’에서 세계시스템을 고민하는 이론가로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왕후이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핵심 개념은 ‘트랜스시스템 사회’(跨體系社會)이다. 그는 이 말을 “문화의 전파·교류·융합·병존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시스템을 내포한 사회를 뜻한다”며 “민족공동체 시각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회 서술과도 다르고 다원사회라는 개념과도 다르다”고 풀이한다. 여러 시스템의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시스템들이 서로에게 침투하며 변동하는 동태적인 모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유럽 중심주의를 넘어 독자적으로 중국과 중국을 둘러싼 근대사를 풀이하기 위한 시도다. 이를테면 일본·한반도·류큐·베트남 등은 모두 이른바 유교 문화권과 한자 문화권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단일한 종합체’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기독교 문명은 정체적 경계와 문화적 경계의 통일을 갈망했지만, 유교 문명권에서는 결코 양자 사이의 정치적 통일을 강렬하게 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왕후이는 기존의 ‘조공 체계’라는 풀이를 넘어서, 이를 ‘트랜스시스템’의 역사적 원류로 본다. 또 이런 논점을 티베트와 류큐를 둘러싼 현실 속에서 풀어내기도 한다.
왕후이의 이런 논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보여줬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는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과 맥이 닿아 있다. 서로 다른 정치·문화적 요소들이 복잡한 시스템을 넘나들며 침투한다는 트랜스시스템의 개념은 경제활동이 각종 정치·문화적 요소들을 삼켜버리는 현재 전지구적 지배 메커니즘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왕후이 |
최근 중국의 부상을 새로운 패권의 등장으로 보거나 민족주의적인 위세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왕후이는 이 책을 통해 한발 앞서 제동을 걸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