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숨은 인재 발탁 2012-03-26
이덕일
역사평론가
역사평론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남의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자두)밭에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강태공의 말이 실려 있다. 정조는 재위 1년(1777) 1월 ‘조정의 벼슬아치가 모두 어진 것도 아니고, 초야(草野)의 인물이 모두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라면서 “판축과 조황의 어짐(版築釣璜之賢)은 쉽게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괄지지(括地志)』에 부열을 얻은 곳을 ‘성 쌓은 곳(版築之處)’이라고 기록한 것처럼 성 쌓는 인부 중에도 인재가 있다는 뜻이며, 황계(璜溪·위수)에서 낚시질(釣)하던 노인 중에도 인재가 있다는 뜻이다. 나중에 은(殷)나라 재상이 된 이윤(伊尹)은 원래 요리사였던 인물이다. 『한서(漢書)』 ‘가의(賈誼)열전’은 한(漢)나라 가의가 불과 스무 살 때 문제(文帝)에게 태중대부(太中大夫)로 발탁되어 대대적인 개혁을 주창했고 전한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임란 발생 불과 1년 전인 선조 24년(1591) 서애 류성룡(柳成龍)에게 발탁되어 전라좌수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후 임란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인재 발탁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여야 각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정 결과를 보면 유체(幽滯)란 말이 생각난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버려진 인재를 뜻한다. 부열과 강태공처럼 연륜 있는 전문가도, 이윤처럼 빈천한 신분의 인재도, 가의처럼 신진 기예도 찾기 힘들다. 반면에 은문(恩門)은 흘러 넘쳐 보인다. 은문이란 과거 급제자가 자기를 급제시켜준 시관(試官)을 일컫던 말로서 평생 문생(門生)의 예를 다했다.
후한(後漢)의 공융(孔融)은 묻혀 있던 예형(?衡)을 천거하면서 “백 마리 지조가 한 마리 악조만 못하다”고 쓴 ‘예형을 천거하는 표’를 올렸다. 그래서 남을 천거하는 글을 악표라고도 하는데, 우리에겐 악조는 언감생심이고 최소한 은문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지조만 건져도 다행이다 싶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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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민심 획득
[중앙일보] 입력 2012.03.19 00:00 / 수정 2012.03.19 00:00
이덕일
역사평론가
역사평론가
민심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는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게 됩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곧은 사람을 들어서 쓰고 여러 굽은 사람을 버려 두면 백성이 복종하지만 굽은 사람을 들어서 쓰고 여러 곧은 사람을 버려 두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한다. 백성들이 신망하는 곧은 사람(直)을 들어 쓰면 백성들이 복종하지만, 그 반대면 민심이 돌아선다는 뜻이다. 간단한 말 같지만 실천하는 권력자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권력자 자신이 쓰고 싶은 사람만 골라 썼다가 버림받는 정권을 숱하게 목격하면서도 말이다.
현재 여야(與野) 공천 과정에서 굽은 사람들을 썼다가 민심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맹자(孟子)가 제시하는 민심 획득 전략은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下)’에 나오는데 제선왕(齊宣王)이 이궁(離宮)인 설궁(雪宮)에서 맹자를 만나 “현자(賢者)에게도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당신이 아무리 현자라지만 임금인 나처럼 설궁(雪宮)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즐거움이 있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맹자는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임금의 진정한 즐거움이라며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백성들과 함께 근심한 사람 중에서 임금이 되지 못한 이가 없다고 답했다. 임금 혼자, 지배층들끼리만 즐기는 것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며, 민심에서 멀어지면 비참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서경(書經)』 ‘상서(商書)’ 함유일덕(咸有一德)에는 “필부필부가 스스로 극진히 섬기지 않으면 임금이 누구와 더불어 공을 이룰 수 있겠는가(匹夫匹婦不獲自盡 民主罔與成厥功)”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어로 번역하면 필부필부들의 한 표, 한 표를 모으지 않으면 어떻게 당선될 것이냐는 뜻이다. 또한 설혹 당선되었다 한들 민심을 얻지 않으면 어떻게 업적을 이룰 것이냐는 말이다. 후보로 나선 이들이 당선 후에 더 새겨둘 말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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