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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8일 목요일

리더가 갖춰야 할 덕행, 九德 - 사기의 리더십, 김영수


리더가 갖춰야 할 덕행, 九德

중국 전설시대의 이상적 통치자로 수천 년 동안 추앙받아온 순 임금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닌 덕과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선양’을 통해 요 임금으로부터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제위에 오른 순 임금은 인재들을 각자의 특기에 맞는 업무에 배치하고, 자신의 집무실 문을 개방해 민심과 여론을 수렴하는 열린 통치를 폈다.
그런데 통치 후반기에 접어든 순 임금은 후계자 문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순을 보좌하면서 큰 실적을 낸 인재로는 치수사업을 맡아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은 우를 비롯해, 법을 담당하고 있는 고요, 제사를 담당한 백이가 있었다. 순 임금 역시 자식이 아닌 유능한 이들 중 한사람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순은 몇 차례 조정 회의를 열어 리더십과 후계 문제에 대한 대토론을 했는데, 리더의 자질과 관련한 4천 년 전의 이 흥미로운 리더십 대토론에 참여한 사람은 순 임금을 비롯해 우와 백이, 그리고 고요,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먼저 고요는 “리더가 진심으로 도덕에 따라 일에 임하면 계획한 일이 분명해질 뿐만 아니라 보필하는 사람들은 화합할 것”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순이 그 방법을 묻자 고요는 리더의 자기수양을 강조하면서 “가까운 곳은 물론 먼 곳까지 잘 다스릴 수 있느냐 여부는 모두 리더 자신에게 달려 있고,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을 알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요는 ‘지인(知人)’과 ‘안민(安民)’을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는데, 사실 이 두 개념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즉 사람을 제대로 기용해야 백성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발언에 나선 사람은 우였다. 그는 먼저 ‘지인’과 ‘안민’은 성군이었던 요 임금도 이르기 어려운 경지라고 말하며 고요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백성들이 우러러 보며 따르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고요는 좀더 구체적으로 리더가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덕행, 즉 구덕의 리더십을 설명했다.
숫자 ‘9’는 동양사회에서 더 이상 갈 데 없는 ‘극수(極數)’로서 완벽한 수를 의미하며, 정치적으로는 최고 통치자인 ‘천자(天子)’를 상징하기도 하다. 고대의 천자들이 큰 세발솥 아홉 개, 즉 ‘구정(九鼎)’을 주조해 천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고요의 ‘구덕론’은 최고 통치자인 천자를 겨냥한 리더십 이론이 되는 셈이다. 
고요가 말하는 구덕론은 아래와 같다.

1. 관이율(寬而栗): 너그러우면서 엄격함
2. 유이립(柔而立): 부드러우면서 주관이 뚜렷함
3. 원이공(原而恭): 사람과 잘 지내면서 장중함
4. 치이경(治而敬): 나라를 다스릴 재능이 있으면서 신중함
5. 요이의(擾而毅): 순종하면서 내면은 견고함(확고함)
6. 직이온(直而溫): 정직하면서 온화함
7. 간이염(簡而廉),: 간결하면서 구차하지 않음(자질구레한 일에 매이지 않음)
8. 강이실(剛而實): 굳세면서 착실함
9. 강이의(彊而義): 강하면서 도의를 지킴

그런 다음 고요는 이 구덕을 꾸준히 제대로 실천하면 모든 일이 잘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좀더 구체적으로 경대부급, 기업으로 말하자면 중소기업의 리더가 아홉 가지 중 세 가지를 신중하게 노력하면서 실천하면 자신의 영지(기업)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고, 제후(대기업)가 여섯 가지를 실천하면 그 나라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고, 천자가 아홉 가지 모두를 종합해 두루 시행하면 천하의 틀이 바로 잡힌다고 말했다. 이는 리더십의 덕목과 리더의 크기가 갖는 상관관계를 언급한 대목으로 읽을 수 있다.

부디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자신의 삶과 조직을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구덕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에 힘써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가 참으로 편안하고 살맛나는 곳이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사기의 리더십』 중에서
(김영수 지음 / 원앤원북스 / 400쪽 / 16,000원)

http://digest.mk.co.kr/Sub/Board/InfoBook.Asp?Type=T&Gubun=info&Sno=992&I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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