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posts list

2014년 8월 28일 목요일

욕구와 정치 - <서경(書經)> 고요모(皐陶謨)



옛글에서 읽는 오늘


학문이 탁월했던 정조는 신하들과 학문적 토론을 한 내용을 담은 <경사강의(經史講義)> 56권을 남겼다. 학문적 토론은 바로 정치토론이기도 했다. 토론의 주 텍스트는 유교 경전이었다. <대학>을 토론할 때였다.

“전(傳) 10장에서 용인(用人)과 이재(理財)를 평천하(平天下)의 요도(要道)로 삼은 것은, 바로 <상서(尙書)>에서 ‘지인(知人)에 달려 있고 안민(安民)에 달려 있다’고 한 것과 같다. 사람을 알아야(知人) 사람을 쓸(用人) 수 있고, 재물을 다스려야(理財) 백성을 편안케 할(安民) 수 있으니, 여러 성인들이 전하신 요결이 이처럼 서로 딱딱 들어맞는다.”

<상서>, 즉 <서경(書經)> 고요모(皐陶謨)에는, 사람을 알면(知人) 관직을 잘 줄(官人) 수 있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면(安民) 여민(黎民)이 잘 따르게 된다고 했다. 정조의 우등생이었던 다산 정약용은 <상서고훈(尙書古訓)>에서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두 가지를 정조가 매번 강조했음을 상기시켰다.


“생민(生民)은 욕구가 있다. 그 가운데 큰 욕구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가 부(富)에 관한 욕구요, 다른 하나가 귀(貴)에 관한 욕구이다. 군자(君子)의 부류가 벼슬하는 것은 바라는 바가 귀에 있고, 소인(小人)의 부류가 땅을 경작하는 것은 그 바라는 바가 부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산이 두 가지를 인간의 욕구와 관련해 설명한 점이다. 당시 성리학적 분위기에서 인간의 욕구를 부정적으로 여겼던 것과 대조된다. 다산은 다양한 인간의 욕구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구와 재산에 대한 욕구, 두 가지로 단순화시켰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사람도 두 부류로 나누었다.

“관직을 주는 것(官人)이 그 마땅함을 잃으면 귀족(貴族) 사이에 원망과 저주가 일어나고, 백성에게 베푸는 것(惠民)이 골고루 미치지 못하면 원망과 저주가 소민(小民)에게서 일어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나라를 잃기에 족한 것이다. 나라의 치란·흥망의 까닭과 인심 향배의 까닭을 묵묵히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산은 결론적으로 사람을 뽑아 쓰는 선거(選擧)를 공정(公正)하게 하는 것과 백성에게 주는 부담인 부렴(賦斂)을 가볍게 하는 것을 근본적 정치 과제로 제시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우울한 질문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또 선거철이 다가온다. 공직에 적합한 좋은 인재가 발굴되고 등장하리란 기대는 포기할 수 없다. ‘안녕!’이라는 인사가 즐거운 합창이 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김태희 | 실학21 네트워크 대표

http://history.khan.kr/1746

댓글 없음:

댓글 쓰기